나는 왜 교회의 목회지 대물림(세습)을 반대하는가?
나는 왜 교회의 목회지 대물림(세습)을 반대하는가?
  • 김수원 목사
  • 승인 2018.07.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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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요즘 예장통합 교단 소속 모 대형교회의 ‘목회지대물림’(이하 세습)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총회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법 정신에 따른 공정한 판결보다는 모종의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듯한 인상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당사자로서 필자는 왜 교회 세습을 반대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은 교단 헌법이 이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 가운데 중대형 교회의 세습은 어떤 구실을 붙이더라도 덕스러운 일이 아니기에 헌법으로 금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각에서는 관련 조항의 문구를 가지고 ‘은퇴하는 목사’와 ‘은퇴한 목사’를 구분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당 교회는 이미 은퇴하였기에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세습금지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은퇴한 다음 날부터는 세습해도 된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헌법은 살아 있고 그 법의 제정 취지는 법이 제정된 이후에 은퇴하는 모든 목사의 배우자나 직계비속, 그리고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청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퇴하는’과 ‘은퇴한’ 목사를 구분하려는 한쪽의 주장을 굳이 평가하자면 그 의도가 선하지 않고 구차하게 보인다.

성경은 우리를 이렇게 교훈한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고전 10:23,24)

사도 바울은 먹는 문제로 혼란스러운 고린도 교회를 향하여 어떤 음식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에 먹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로운 영성이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만일 음식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자신은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그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겠노라고 선언하고 있다(고전 8:13). 혹여 형제를 실족하게 하여 그 양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곧 그리스도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도 했다(고전 8:12). 자기만을 위하는 이기적 탐심이 곧 죄인 셈이다.

이러한 인식과 처신이 교회가 보여야할 덕스러운 영성이다. 세습은 당사자 교회에는 유익한 일일는지 모르나(실은 유익한 일도 아니다) 신앙공동체인 전체 한국교회(공교회)를 병들게 하고 실족하게 하는 일이기에 금하고 있고 멈추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본질적으로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세습을 금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시각에서 볼 때 결코 건강한 영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영성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어떻게,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와 목적에서 그 영성의 본질을 찾아본다.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시던 날 밤, 천군 천사들이 나타나 베들레헴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에게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복음(福音)이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0)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눅 2:14)

예수께서 행하신 공생애의 모든 사역은 결국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일이었고,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곧 공교회에는 평화(샬롬)를 심는 일이었다. 이것이 큰 기쁨의 좋은 소식, 즉 ‘복음’의 핵심적 가치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러한 삶의 영성은 오늘날 교회가 본받아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 사명의 본질이다.

개교회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결행하기 전에, 묻고 또 확인해야 할 일이 이 두 가지다. “과연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일인가?”, “그것이 공교회(한국교회)에 평화를 심는 일인가?” 만에 하나 이것 중 어느 하나라도 속 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멈춰 서야 한다.

예수님은 이 두 가지의 사명을 감당하시려고 친히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셨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는 자기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구하는 일이 십자가다. 공교회의 화평을 위해서라면 쉬운 길 대신에 힘들고 어려워도 먼 길 돌아갈 줄 아는 결단이 십자가다. 이러한 거룩한 자기희생과 헌신이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가 져야 할 십자가가 아닌가! 내가 아닌 남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참된 십자가의 길이 아니다.

이제 안타까운 심정으로 되묻고 싶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이 이러함에도 내 교회 살자고 한국교회 죽이는 세습을 굳이 해야 하겠는가?

*후기: 현재 필자를 비롯해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 가운데 다섯 명은 노회 재판국으로부터 면직과 출교를, 아홉 명은 견책을 받은 상태다.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헌법 준수를 호소하는 이들을 면직 출교까지 해야 하는 현실을 우리 주님은 어떻게 바라보실까!

△교회는 세상의 등대여야 하지 않을까!
△교회는 세상의 등대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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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원목사(태봉교회/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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