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론이 덮인 과일빙수가 눈앞에 놓였다. 스마트 폰 속에 선물티켓으로 있던 설빙이 실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 그릇 빙수가 이렇게 아내와 나, 우리 두 사람을 즐겁게 할 줄이야! 폭염도 설빙의 맛을 더했겠지만 설빙을 입에 넣을 때마다 보낸 이의 마음을 맛보았기 때문이리라. 매장이 멀어 선뜻 나서질 못했는데, "정말 오길 잘했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성경을 그림의 떡으로 설교할 것인가? 아니면 맛보고 설교할 것인가? '설교자로서 성경만 가지고 씨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이 감동이 내게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지금 얼음냉수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굴까? 요즘에는 카카오톡에 선물 보내기 기능이 있어서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보낼 수 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 폭염에도 바쁘게 뛰고 있을 사람!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그가 단지 교계 신문기자라는 사실만 알았을 때, 옆 자리에서 함께 공부하기에 내 딴에는 친해지고자 농담 삼아 던졌던 말이 마음에 걸렸었다. 학회가 있을 때마다 쫓아다니며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학자들의 논문발표를 요약하여 기사를 내는 것을 보고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네요.”라고 속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맹렬 민완기자이다. 그러나 세상 언론의 기자와는 다른, 성경과 신문을 중개하는 기자이다. 칼 바르트가 말한 대로 "설교자는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가져야 한다."는 말의 주인공이지 싶다. 교계기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바른 성경 해석과 적용을 위한 그의 학구열과 하나님과 사람 앞에 '울림'이 있는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마음, 그리고 고난 가운데서도 후퇴하지 않고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는 나의 몹쓸 소리를 잘 받아 넘겼다. 어디 이런 일이 한두 번 이었을까? 켜켜이 쌓여 무뎌진 것은 아닌지? 무더위 속에서 성경과 신문 사이에서 씨름하고 있을 그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얼음냉수가 있겠지만, 내게 주신 은혜를 따라 전해진 시원하고 달콤한 설빙에 기자로서 받았을 모든 상처와 아픔이 상쾌하게 되고, 그 성경과 삶의 이야기를 통하여 하나님과 세상을 상쾌하게 하는 얼음냉수와 같은 ‘울림’이 되길 간절히 빈다. 나도 이번 주에 얼음냉수와 같은 설교를 쏟아 놓았으면 좋겠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잠 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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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학 목사는 백석신학교와 백석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안산 성경제일교회를 개척하여 23년째 섬기고 있다. 목회 10년차에 안산전도학교를 설립하였고 미자립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안산시 복음화에 힘썼다. 목회 15년차, 교회 분열의 시련기를 거치면서 "암 발병과 함께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기도하던 중, 한국교회의 교회성장운동의 폐단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성경강해설교학(MA) 과정을 거쳐 현재 일반대학원 신약신학(Th.M)을 전공하며 후반기 목회의 사역에 기쁨으로 매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