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하잘것 없는 배역이란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7. 하잘것 없는 배역이란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8.08.18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처지에서 어떻게 살아도 소중합니다. 하나님에게는

하잘 것 없는 배역이란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하잘 것 없는 삶일지라도...”

그렇게 아내는 말을 시작했습니다. CBS 기독교방송의 <새롭게하소서> 연말특집 인터뷰에서, “우리가 세상을 마치는 날.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잘 살았나 못 살았나로 평가받지 않고, 각자에게 허락된 삶을 끝까지 버티며 살았는지로 평가한데요."

그러면서 아내는 자기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가족과 남들에게 짐만 되며 사는 게 힘들었어요. 가능하면 빨리 죽어 세상을 떠나게 해 달라 몰래 기도했지요. 하지만 하늘이 각자에게 주어진 배역으로 판단한다니 살아있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투병하며 살기로 각오를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희귀난치병 걸린 중증환자지만 열심히 살겠다.", 더하여 "지금 고단한 삶을 지나는 분들에게 힘내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인터뷰를 찍던 날은 가을이 깊다 못해 지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자연은 애써 맺었던 열매를 떨어뜨려 다음 생명을 땅에 심는 계절이었습니다. ‘그랬구나,.. 아내지만 존경하기로 한다.’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기독교방송 '새롭게하소서' 2014년 연말특집 인터뷰에서
CBS기독교방송 <새롭게하소서> 2014년 연말특집 인터뷰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한편의 영화나 연극과 같습니다. 오 헨리는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단편을 썼고 셰익스피어는 <뜻대로 하세요>라는 작품에서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라고 했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인생은 연극과 같다. 훌륭한 배우가 걸인도 되고, 삼류배우가 대감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지나치게 인생을 거북하게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하라." 고 했습니다.

 

주연배우만 하고 싶다. 고생은 모른 척 생까고...’

영화를 여럿 보다보면,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액션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멜로 드라마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영화의 많은 분량을 죽도록 고생하고, 심지어 악조건에서 연기를 합니다. 반면, 악역은 내내 잘 먹고 잘 입고 편하다가 막판에 한 번에 폭상 망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많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그 힘든 과정의 촬영을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뭘까요? 그 주인공 배역의 끝에 오는 결말과 관객들의 박수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실제 자기의 인생에서는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인생 현장 속에서는 영화 속의 선한 주인공처럼 긴 과정을 시달리는 것은 기피합니다. 잘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나 연극은 너무도 당연하게 주연 조연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 해낸 경우만 가능합니다. 모두가 성공한 주연만 욕심내니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고 차가워집니다. 개인의 인생만 한편의 영화가 아니라 세상 전체도 큰 한편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배역을 소홀히 하거나 외면하면 가짜로 사는 것

영화계에 정말 주어진 조연에 충실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007시리즈에 정보부 캡틴 M으로 나오는 주디 덴치, 그녀는 1998년 출연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단 8분간 출연해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한 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나는 연기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고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연기하는 법은 스스로 터득해가는 것이다.”  8분밖에 안 나오는 조연이라며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보통 사람들이라면 소홀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던 겁니다. 좋은 배역이란 길고 짧음에 있지 않고 스스로 만들기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또 천만 관객 영화 <암살> 에서 김구를 맡았고, 요즘 관심 받는 <공작>이라는 영화에도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오는 김홍파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십 수 년을 무명으로 보내다가 나이 50에 겨우 하나 둘 작품에 출연하게 됩니다. 그는 한 역할을 맡으면 그 배역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합니다. <공작> 이라는 영화를 위해 북한 전문가에게 날마다 하루 2-3시간씩 북한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배역을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감독은 그 인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지를 전적으로 김홍파 배우에게 믿고 맡겨줄 만큼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어진 인물의 삶을 이해 못하면 말을 하기가 굉장히 난감해져요. 대사를 그냥 글자 읽듯 하게 돼요. 그러니 그 인물이 살아온 삶이 이해가 안 되면, 그 다음은 그 사람인 ''을 하게 돼. 그렇게 하는 말은 거짓말이야! 혹자는 못 알아차릴지도 모르겠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배역을 이해 못하고 살면 가짜로 살게 된다."는 말로 들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왕의 가면을 쓰고 장사꾼이나 졸병의 연기를 하면 관객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습니다. 그 반대도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됩니다. 각자가 자기가 쓴 가면(배역)대로 연기할 때 관객들은 박수를 칩니다. 성경은 바울을 통하여 그 사실을 더 분명하게 선언을 합니다. 각 사람은 세상의 한 배역들이고 서로 소중히 대하며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 몸처럼 세상이 온전해진다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존귀를 더하사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하여 돌아보게 하셨으니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하나니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린도전서 1225-27절)

고린도 교인들은 은사를 자랑하였습니다. 자신이 더 좋은 은사를 가지고 있다고 뻐기며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멸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더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말하면서 고린도전서 13, 그 유명한 사랑을 말합니다. 은사는 특권이나 성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은 그런 종류가 아닙니다. 사랑의 행위는 주어진 배역에 충실히 사는 것과 비슷한 인내와 노력과 수고로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아람 왕의 군대 장관이었던 나아만은 나병환자였습니다. 그는 선지자 엘리사 덕분에 병을 고칩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준 사람은 잡혀온 노예 소녀였습니다. 그 소녀가 아니었다면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와 나병으로 죽게 된 나아만이 연결되어 병을 고칠 길이 없었습니다.

만약에 이 이야기가 영화가 된다면 그 노예소녀는 분량만으로는 분명 조연도 못 되는 엑스트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녀가 조연의 배역을 시시하다고 포기하고 입 다물어버린다면? 이 영화는 깨지고 맙니다. 나아만이 포기할 때, 말렸던 종들도 그렇습니다. 만약, 그들이 냅두었다면 나아만은 병을 안고 그냥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나아만 장군의 집에 잡혀와 살다가 나아만 장군을 살리는데 도움준 노예소녀
나아만 장군의 집에 잡혀와 살다가 나아만 장군을 살리는데 도움준 노예소녀

 

"나이 30에 죽어 70에 묻힌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대로 살았다면 70에 죽어 70에 묻혔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데, 30살 이후로는 자기 배역을 벗어난 채 그럭저럭 살거나 제 멋대로 인생을 살다가 생물학 나이인 70세에 그저 땅에 묻혔다는 말입니다. 살아있으나 실상 죽어있는 무의미한 삶을 사는 이들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고난이 개인과 세상에 오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인생에 바라는 것과 하나님이 바라는 것의 차이,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과 하나님이 가기를 원하는 곳의 다름, 그 차이에서 생깁니다. 그 차이를 방지하고 좁히는 것은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배역을 온전히 인정하고 사랑을 완성하듯 성실히 사는 것입니다. 나아만을 고치게 했던 노예소녀와 종들의 열심처럼, 늦은 나이에도 포기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김홍파 배우처럼, "아픈 채로도 열심히 살겠다."는 제 아내처럼 말입니다

-----------------------------
*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18-1 401-51호(예관동, 비즈헬프)
  • 대표전화 : 010-7551-3091
  • 팩스 : 0540-284-309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지숙
  • 법인명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제호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03
  • 등록일 : 2018-06-15
  • 발행일 : 2018-07-01
  • 발행인 : 윤지숙
  • 편집인 : 윤지숙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oshuayoon72@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