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부자 세습 당장 철회하라
명성교회 부자 세습 당장 철회하라
  • 김준수 목사
  • 승인 2018.08.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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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총회 이경희 재판국장과 재판국원들
△지난 8월 7일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청원 결의 무효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에서
"기각" 판결을 내림으로써 불법 부자세습을 합법화한 예장통합총회 이경희 재판국장과 재판국원들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이 교회 문제를 떠나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지금 한국교회는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느낌이다. 명성교회의 세습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 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지난 8월 7일 억장이 무너져야만 했다. 명성교회가 속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청원 결의무효소송' 최종판결에서 "원고기각" 판결을 내려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합법이라고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교인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장신대 교수 모임’은 이 판결일을 “하나님께 대해서는 죄악의 날이요, 세상에 대하여는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치욕의 날”이라고 하면서 한국교회를 위해 목 놓아 운다며 이 안건을 다룬 재판국과 무능한 총회를 싸잡아 성토했다.

 

△기독법률가회(CLF)에서 8월 13일에 발표한 예장통합 재판국의 명성교회 세습정당화 판결에 대한 성명서
△명성교회 불법세습을 합법화 하는 판결을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결정에 대해 
지난 8월 8일 통합목회자연대와 8월 13일 기독법률가회(CLF)가 발표한 반박성명서

기독법률가회는 8월 13일 반박성명서를 내 "이 판결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원천 무효임"을 주장했다. 이처럼 기독교 관련 단체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가운데 개인 차원에서도 세습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서는 양상이다. 몇몇 목사들은 이번 세습 인정 판결은 80년 전 일제 때 기독교 일부 교단의 “신사참배보다 더욱 치욕스러운 일”, “조폭들이 억지를 부리는 일”이라는 등 성명서 발표나 일인 시위의 방법으로 규탄에 가담하고 있다.

"명성교회의 세습이 어떻게 귀결되느냐?"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자정능력과 복음사역의 수행 능력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한 가늠자가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 교회의 존립과 희망을 가리키는 최후의 나침반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크게 주목되어 왔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둘러싼 논란이 왜 심각하냐면, 이 문제가 명성교회가 속한 교단과 교회 전체의 차원을 훌쩍 넘어 한국사회 전체의 차원으로까지 발전해 그러잖아도 사회에 대해 신뢰를 잃어 지탄을 받아온 교회가 이 일로 완전히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 교회 안에서는 부자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고, 교회 밖에서도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왔다. 대기업 삼성처럼 교회조차도 막강한 권력과 금력을 휘두르는 것을 일종의 갑질이나 폭력으로 보고 원색적인 거부감을 드러내오던 터였다. 이렇게 교회 안팎으로 워낙 여론이 부정적인 기류여서 세습 안건은 쉽게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재판국은 후안무치하게 김삼환 목사와 그의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불의의 큰 선물’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이로써 명성교회의 세습은 특단의 조치나 개입 없이는 일단은 기정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다.

△명성교회세습반대 관련 성명서=8월7일 총회재판국 판결 직후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8월9일 높은뜻광성교회 당회, 8월 10일 기독청년의료인회, 장신대신학생 대표, 8월 12일 한일장신대 총동문회 
△명성교회세습반대 관련 성명서=8월7일 총회재판국 판결 직후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8월9일 높은뜻광성교회 당회,
8월 10일 기독청년의료인회, 장신대신학생 대표, 8월 12일 한일장신대 총동문회 

안타깝게도 명성교회의 부당한 교회 세습은 명성교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교회의 얼굴에 흙탕물을 끼얹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교회 불신의 기름통에 기름을 잔뜩 부은 격이 된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사태다. 이렇게 된다면 만신창이가 된 한국교회의 앞길은 험난이 예고된다.

최근 몇 년간 교회의 온갖 비리와 부패의 중심에는 초대형교회와 그 교회를 책임지는 목사들이 있었다. ‘한국교회의 빅 10’ 안에 들어있는 교회들치고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교회는 없었다. 많은 순진한 기독교인들은 듣기에도 민망한 대형교회와 거기에 몸담고 있는 목회자들의 추태로 사회로부터 모진 비난과 질타를 받아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가뜩이나 위축돼온 터다. 그들은 이제 그칠 줄 모르는 초대형교회들의 대형 사고에 대해 분노하는 것도 지친 듯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필자는교회의 세습이 타당한가 아닌가 하는 원론적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다. 구태여 밝힌다면, 교회 세습은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권장할 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농어촌 교회나 미자립 교회 등 중소형교회는 현실적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교회를 대물림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 마땅할 것이다. 중형 교회도 형편에 따라 지혜롭게 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 교회는 절대로 해서는 아니 된다.

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반대하는 까닭은 교회 안팎의 여론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때 명성교회와 교단은 교회도 사회 속의 일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상식이다. 국민정서는 권력과 부를 거머쥔 초대형 교회의 세습을 기필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공의를 확실하게 분별하기는 어렵지만, 명성교회의 세습은 인간과 세계를 다루시는 하나님의 방식은 명백히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아직도 해결의 여지는 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방안은, 당사자인 명성교회는 체면이 손상되겠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체적으로 수습을 철회해야 한다. 명성교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은 자가당착의 논리에서 빠져나와 무엇이 잘못되었고, 자신들의 결정이 한국 교회 전체와 사회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방안은, 9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과감하게 재판국의 결정을 거부하고 다시 심의해 주도록 회원들이 용기를 보여주면 된다.

우리는 명성교회 문제가 하루빨리 매듭지어져 명성교회는 물론 한국 교회 전체가 평온을 되찾아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 명성교회와 그 교단이 이 사태를 얼렁뚱땅 비껴가려 한다면 이 땅의 신실한 교인들과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 명성교회는 물론이고 교회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게 분명하다. 

※상기 칼럼은 김준수 목사가 8월 18일과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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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기독교 저술가, 신학자인 김준수 목사는 BIBLESTORY Institute/Academy 원장이자 도서출판 BIBLESTORY 대표이다. 대표적 저서로는 IMF 외환 위기 때 실의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자전적 수필집인 『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와 구약신학의 저수지 『모세오경』, 『바른말의 품격- 상권, 한자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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