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시험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 윤지연 기자
  • 승인 2018.08.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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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때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에서 보았던 줄무늬 애벌레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애벌레들은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다른 애벌레들을 밟고 기어오르느냐 밟히느냐 그것만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른다.

EBS 다큐 중에 ‘시험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라는 영상이 있다.  다양하게 치뤄지는 입시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치뤄지는 시험에 대한 부러움으로 인해 내가 겪었고 또, 아이가 겪게 될 암담한 현실에서 오는 답답함이 영상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든다.

오랜 기간 지배해 오던 카스트제도가 차츰 붕괴되면서,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벗어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해지는 죽음도 불사하는 인도의 입시 부정행위는 가히 충격적이다. 시험이 온 집안의 생계와 미래가 달려있기에 수험생이 받는 중압감과 건물에서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컨닝 페이퍼들 전달해야만 하는 사람들, 선생님마저 가르치는 학생이 좀 더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시험장에서 정답을 알려주는 모습에서 오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치원 때부터 준비한다는 올해 응시자가 975만명에 이른다는 중국 가오카오시험은 한국의 입시와 많이 닮아 있다. 필승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며 하나라도 잊어버릴까 서서 큰 소리로 암기하는 모습, 입시 준비를 위해 부모가 아이에게 헌신하는 모습, 시험 전 날 교과서며 노트들을 건물 아래로 던져 버리는 모습에서 시험에 대한 홀가분함과 그간의 압박감이 느껴져 저렇게 까지 암기하고 고생하면서 꼭 대학을 가야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한다.

갈등론적 관점에서 보면, 학교교육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존, 재생산하기 위한 제도로 지배문화에 뿌리를 두고, 학교는 직장이나 사회집단에서 알아야 할 언어, 규칙, 규율, 인간관계 등을 가르친다. 이런 가르침을 통해 위계화 된 역할을 준비시키고 이를 수용하도록 한다. 이런 점에서 학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 기관이기보다는 지배집단의 이익과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곳이 맞는지도 모른다.

학교에 다니면서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시험들, 입시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 없이 등수를 놓고 서로 경쟁을 하면서, 상과 벌을 통해 별다른 의심 없이 이렇게 하는 것이 학생의 본문이라 여겨 왔던 것은 아닌지.  명문대를 들어가기 위한 경쟁, 대기업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 사회에 나와서도 윗분의 신임을 얻기 위한 경쟁.  이러한 경쟁들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채용비리나 입시부정 기사를 보면 우리가 바라는 공정사회는 아닌 듯하다.

200년의 역사를 가진 논술형 대입자격 시험인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여느 시험과 달랐다. 1점이라도 더 나은 점수를 얻기 위해 막판까지 책을 붙들고 있는 한국 시험장과는 달리, 적당한 이유만 있으면 지각도 허용되는 분위기가 꽤 자유로워 보인다.  시험에 대한 관심이 수험생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국민 모두가 어떤 철학 주제가 나오는지 궁금해 하고, 누구나 그 주제로 차를 마시며 어느 장소에서 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토론 문화가 부럽다.

‘열정이 없이 살 수 있는가’, ‘예술가는 일하는가?’, ‘인식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 ‘교양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가’, ‘우리는 스스로 통치할 수 있는가?’, ‘정치는 모두의 일인가?’ ‘말은 행위인가?’ ‘행복은 환상인가?’ ‘교환을 통해서 무엇을 얻는가’, 하는 문제들은 정해진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 삶이 되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들어다 보지 않고는 써내려 갈 수 없는 것들이다.

나를 들여다보며, 내가 속한 사회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시사적인 질문도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철학을 포함한 예술, 문화 등을 아우르는 개인의 인문학적 소양과 의견을 묻는 시험, 수험생이 작성한 답안의 적절성과 논리성을 확인하기 위한 평가, 하나의 질문에 대해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연습을 해 본 적이 없다 보니,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답을 나는 과연 쓸 수 있을까. 정해진 답을 암기만 하면 되는 문제나 배배꼬인 문제를 정답을 가려내기 위한 찍기 요령이 필요한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질문들이 꽤 인상 깊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아이들이 맹목적인 시험에 매달려 있기보다는 학생들은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창조적이고 협동적이나 언어, 수학, 과학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고교 교육과정에서 기회 균등의 원리가 존중되고, 인성교육을 강조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부모들은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홈스쿨 등 교육선택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특히 대한교육이 공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덴마크 교육의 특징은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지 않고, 경쟁아 아닌 특기와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지며 학생 간 협력학습을 강조한다. 시험은 제한적으로 실시돼 학생과 교사가 시험 준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삶이 행복하니?’ 질문하지 않는다. 학교가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찾아내고, 교육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며, 교육의 기회균등을 통해 학교가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보듬어 줬으면 좋겠다. 살아남기 위해 남들 보다 위로 가려고 성공의 길을 찾기 보다는 기다림과 존중으로,  참된 자신이 되고자 애쓰는 애벌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학부모입장에서 교육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교육전문가도 아닌데...'  라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다.  그 동안의 노고를 알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못난 글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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