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장 낮은 곳에서는 누구나 혼자입니다
#10. 가장 낮은 곳에서는 누구나 혼자입니다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8.09.07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그 낮은 자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분

가장 낮은 곳에서는 누구나 혼자입니다

 

! 밥 먹자, 아빠가 만든 된장찌개다~~”  그 해 추석 명절은 아이들 자취방에서 보냈습니다. 아내가 질병으로 본의 아니게 10여 년 째 살림을 휴업하는 바람에 막내딸이 먹고 싶다던 된장찌개는 내 몫이 되었습니다. 대파를 까면서 눈물 흘렸고, 감자와 애기호박을 썰면서 또 눈물 흘렸습니다. 한 번은 매워서, 한 번은 여기까지 살아서 도착한 것이 고마워서...

 

이 침대 몇 인분까지 견디는 거야? 이러다 무너지는 거 아닐까?” 아내와 나, 막내딸까지 3명이나 1인용 침대에 올라앉아 낄낄거리며 TV를 보며 놀았습니다. 그러나 이틀째 되면서 더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가정용 침대는 아내의 등을 세워주지 못해 반달쿠션과 베개를 이용해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는 동안 고단함이 쌓여갔습니다.

 

간다! 애들아,” 고단해서 잠에 떨어졌는지 막내딸은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내를 부축해서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돌아오며 우울해지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원하는 것들을 몸이 늘 해결해주는 행복한 사람들은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몸이 마음을 물속으로, 불속으로도 끌고 다닌다는 사실을.

 

그러나 겨우 돌아온 병실에서도 고이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한 분은 새벽 3시가 채 안되어서 다리가 너무 아프다며 엄마를 찾으며 죽게 해달라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 분 나이가 할머니이신데도 엄마를 찾으며..., 또 한 분은 침상에서 변을 연속으로 보는 바람에 들락날락 간병인이 부스럭거리고, 또 한 분은 명절로 대신 온 임시간병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야단치는 목소리 톤이 높아져서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 여기도 평안한 집은 아니구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종종 외롭다고 하듯, 가장 낮은 곳에 떨어질 때도 확실하게 그랬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 그곳에 떨어지면 누구라도 오직 혼자가 됩니다. 하나님과 베드로, 사랑을 나누던 무리들 모두에게 버림받아 오직 혼자였던 십자가 달리기 전날의 예수님도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묘합니다. 혼자 그 낮은 곳에 머물러 본 사람만이 혼자 또 다른 가장 낮은 곳에 떨어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말이 아닌 경험과 공감으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프면서 외로운 순간의 예수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프면서 외로운 순간의 예수님

그래서 성경에서는 서로 사랑하라, 이는 하나님의 계명이다라고 했을 겁니다. ‘서로 보살피라는 부탁의 말을 하신 예수님도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래서 로마를 힘으로 때려잡거나, 썩어빠진 유대교 제사장들을 하늘의 벼락으로 없애지 않았을 겁니다. 대신 고스란히 치욕과 극한의 고통을 감수하며 십자가의 고난을 받아들였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무기력한 우리와 같이 하시려고...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울부짖으면서 그는 진짜로 무기력해 보일만큼 낮아지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죽음의 고난 때문에 천사들보다 조금 낮아지신 예수를 보니, 영광과 존귀로 관을 쓰셨도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맛보기 위함이더라. - 히브리서 29]

 

우리 가정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행에 힘들 때마다 왜 저를 돌아보지 않으십니까?’ , ‘왜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하십니까?’ 투정부리는 이유는 해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설마 나를 잊지는 않으셨을까?’하여, 미워서라도 귀찮아서라도 내 이름을 기억해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일지도.

 

'하나님이여 저를 잊지 마소서...'

 

믿음의 사람들이 걸었던 길이 끝에는 다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길을 가는 때는 많은 경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각 처한 환경 속에서 가장 소외되고 낮아져있던 자들이었습니다. 다만 하나님은 높은 곳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 중에서만 쓸 자를 찾지 않습니다. 낮은 곳에서 불러서 높은 자들로 부끄럽게 합니다. 낮은 자의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간음하다 잡혀온 여자. 예수님은 가장 낮은자들의 아픔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아셨습니다.
간음하다 잡혀온 여자. 예수님은 가장 낮은자들의 아픔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아셨습니다.

 

이청준의 소설 낮은 데로 임하소서는 원인 모를 실명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게 되는 한 목회자의 삶을 다루었습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새빛맹인선교회 안요한 목사는 1975년 실명의 절망에 자살도 기도하고 방황하던 중 서울역까지 흘러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구두닦이 꼬마 진용과 친하게 되어 그의 도움으로 잠자리를 얻고 낮은 자를 위한 소명을 깨달은 후에는 원망이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서울역에서 처음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야학을 했는데, 그 때 성령님이 ''이것이 바로 내가 너를 향한 나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너는 끝난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나를 만지셨어요. 그 때부터 ''왜 내게'' 라고 묻지 않았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1517년에 공민권을 박탈당하고 원수들의 눈을 피해 도망가던 중 발트부르크성에 숨어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 책이 바로 최초로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숨어 지낼 때 한 것입니다. 또 칼빈은기독교 강요라는 기독교 교리에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칼빈은움직이는 병원이라 불릴 만큼 몸이 매우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약한 육체를 가진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깊은 진리의 책을 쓰도록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가 가진 부유한 배경과 뛰어난 지식을 배설물처럼 버렸습니다. 로마의 감옥에 수감되어 육체의 자유를 상실했습니다. 찌르는 가시와 같은 안질로 육체의 고통은 극에 달했고, 믿고 신뢰했던 이들이 그를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바울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왜 없었을까요? 그러나 그는 그런 와중에서도 옥중서신 4권을 기록해서 남기는 큰일을 감당했습니다.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 위에 머물러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나의 약한 것들을 더욱 기쁘게 자랑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약할 때나 모욕을 받을 때나, 궁핍하게 될 때나 핍박을 받을 때나, 어려움이 있을 때에, 그리스도를 위해 기뻐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약할 그 때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 고린도후서 12]

 

그러나 약한 사람을 모두 무조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낙심하여 끝없이 비관적으로 사는 사람은 절망적인 결과만 보게 됩니다. 하나님을 붙잡으려 애쓰고 일어서려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주로 사용하십니다. 그럴 때만 가장 약한 자가 가장 강해집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을 질그릇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고후 4:7)]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린도전서 127-29]

 

백두산에서 피는 돌꽃
백두산에서 피는 돌꽃

 

땅에서 별이 반짝입니다. 꽃은 땅에서 솟아나는 별입니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 반짝이듯. 아주 높은 고산지대는 풀과 꽃들이 살기 위해 아주 낮게 자랍니다. 키 큰 나무란 아예 없습니다. 낮아지는 겸손만이 살아남는 자연의 법칙입니다.

 


  •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18-1 401-51호(예관동, 비즈헬프)
  • 대표전화 : 010-7551-3091
  • 팩스 : 0540-284-309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지숙
  • 법인명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제호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03
  • 등록일 : 2018-06-15
  • 발행일 : 2018-07-01
  • 발행인 : 윤지숙
  • 편집인 : 윤지숙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oshuayoon72@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