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에서 무엇 까지 계시는 분'
첫째날.
슬픔이 밀려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기쁨이 가득하면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아무 것에서 무엇까지 다 계시는 이는
당신 한 분뿐임을 또 기억합니다.
오늘 하루도
아무 것에서 무엇 사이를 오가며
전부를 만드시는 당신을 찾습니다.
둘째날.
익숙해질수록 잃는 것이 있습니다.
자유, 순종, 소박함...
다시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많은 것들에서 눈과 마음을 떼고
당신께 더 많이 기대야하는 가난한 순례로
“세월과 공간을 두루 다니고... 가겠습니다!”
떠나기는 여기서 해도 귀향은 영원한 그곳으로
들어가게 해주소서.
셋째날.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사냐고
때론 사는 게 지겨운 듯 말 했습니다.
어느 날 꼭 필요한 하루가
더 이상은 오지 않으면 이럴지도 모릅니다.
“하루만 더 주세요! 하나님...”
오늘 그 하루 주셔서 고맙습니다.
넷째날.
사람들이 끝이라고 하는 곳에서
당신은 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외로움의 끝에서
절망적 고난의 끝에서
오늘도 그 끝에서 대롱거리는 제게
“다시 시작하자!” 하실 거지요?
정말 그래주시면 고맙겠어요.
많이 힘든 중이거든요.
부탁합니다.
다섯째날.
시침 떼면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어떤 길을 가야할지,
그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면서도
고단하다는 이유로,
외롭다는 이유로
이렇게 묻지 않게 해주소서.
"도무지 길이 없잖아요?"
"이 길은 아니잖아요?“
여섯째날.
담고 또 담고
쉴 새 없이 파도처럼 몰려오는 것들
질병이 그렇고, 실패들이 그렇고
무명으로 잊혀가는 서러움이 그렇고.
부디 당신 안에서 그 아픔들이
멍은 진주가 되고
깨진 모서리도 예쁜 몽돌이 되게 해주소서
일곱째날.
평범하고 흔해서
내 형편이, 내 수준이, 내 건강이,
그래서 안달하며 살았지요.
남들하고 똑같다고
하루가 거기서 거기라고 투덜거렸지요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도 모르고...
하나님 고맙습니다.
주신 어떤 것보다 그걸 알게 해주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