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우리를 망치는 건 협박일까? 유혹일까?
#12. 우리를 망치는 건 협박일까? 유혹일까?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8.09.20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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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없는 시대에 더 신실하지 못한 그리스도인

'우리는 무엇에 망가지는가, 협박인가? 유혹인가?'

 

'간 질환 판정, 당뇨 관리요함'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에 연속으로 3번, 6년째 간수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고 구체적으로 커피와 밀가루 음식을 줄이라고 경고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무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음에 걸려 믹스커피는 3잔에서 1잔으로 줄였다가 그나마 몇 달은 아예 안 마셨습니다. 좋아하던 빵도, 밤이면 못 참고 먹던 라면도 거의 끊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4-5개월이 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먹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협박에 가까운 검진 결과의 문구보다 입에 달라붙는 달콤함과 고소한 유혹이 훨씬 힘이 센가 봅니다. 이래서 암 환자 중 상당수가 성공적인 수술과 완치에 가까운 회복이 되었다가도 재발에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생기나 봅니다. ‘물은 쇠를 시험하고 유혹은 바른 사람을 시험 한다’고 켐피스가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바른 사람이 못된 것 같습니다.

 

"매운 북풍한설도 못 벗긴 외투를 봄바람이 벗긴다."고 이솝우화에서 나왔던가요? 더운 날씨가 거센 바람보다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힘이 세더라는. 말로 할 수 없는 고난의 시절은 잘도 버티고 이겨낸 사람들이 오히려 고생 없이 잘 나가는 시절에 유혹을 못 이겨 무너집니다. 그러고 보면 역시 협박보다 유혹이 더 힘이 센 걸까요?

 

성화를 밟으면 살려준다는 협박에 평신도들에게 그러기를 권한 신부
엔도슈사쿠의 소설 『침묵』 중 "성화를 밟으면 살려준다."는 협박에 평신도들에게 그러기를 권한 신부

 

‘유혹이 무서운 것은 반복과 연속하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된 고택에서 처마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낸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힘은 반복과 연속에서 나옵니다. 사탄이 잘 사용하는 무기가 바로 ‘반복’과 ‘연속’입니다. 삼손과 데릴라에서도 봅니다.  "날마다 그 말로 그를 재촉하여 조르매 삼손의 마음이 번뇌하여 죽을 지경이라"(삿 16:16) 데릴라는 ‘반복’과 ‘연속’이라는 이 무기를 사용하여 삼손을 유혹했습니다. 결국 삼손에게서 여호와의 신이 떠나고 블레셋에게 붙잡혀가서 눈이 뽑히고 사슬에 결박당한 채 노예가 되어서야 잘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혹의 히브리어 말 ‘파-타’에는 이런 뜻도 있답니다. ‘우쭐하게 하다, 만족시키다, 납득 시키다, 믿게 하다.’ 생활 속에서 이런 경우를 만날 때 우리는 의외로 속수무책 잘 넘어갑니다. 누군가 우리를 추켜 세워주거나 달콤하게 감정을 만족시켜주면 옳고 그름보다 눈앞의 이익이나 더 달콤한 감정을 채우는 쪽으로 넘어진다는 것.

 

유혹에 잘 넘어가게 하는 사탄의 속삭임 중 많이 쓰는 몇 가지는 이런 겁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잖아? 나만 그런 거 아닌데” “뭐 큰 일 있겠어?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아직 살날이 많은데 나중에 고치면 되지 뭐!”,  “딱 한 번만, 이번 한번만 하는 거니까!" 문제는 이 변명들이 쓸수록 반복되고 점점 무디어져가는 경우가 99.99%라는 거지요.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 - 에덴동산에서 추방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 - 에덴동산에서 추방

 

‘협박일까? ‘유혹일까? 진정 우리를 망가지게 하는 것은...’

 

죽음과 해산의 고통 등 인류의 치명적인 몇 가지 불행이 에덴동산의 첫 유혹으로부터 시작된 것을 우리는 압니다. 아담과 하와를 망친 것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니라 유혹이었습니다. 다윗을 망친 것도 전쟁이나 창칼이 아니고 밧세바를 통한 유혹이었고, 예수님을 시험할 때도 협박이 아니고 유혹.... 그러고 보면, 몸을 죽일 뿐인 위협보다 영혼까지 죽이는 유혹이야말로 정말 무섭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유혹과 싸우다 지칩니다. 작은 위협과 고난들이 육신의 생명을 직접 상하게 해서 죽이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배고픔과 추위와 패배감은 우리를 유혹으로 더 빨리 떨어지라고 부채질 합니다. 그 어려운 처지들이 외로움과 슬픔으로 변하며 우리 속으로 파고들어 좌절시키거나 사납게 만들어 우리를 죽입니다. 

 

‘유혹, 이것도 피할 수 없으면 안고 가야할까요?’

 

어떤 나쁜 사람이 싱싱하고 아름다운 야자나무를 보고 샘이 났습니다. 그는 나무의 꼭대기에 커다란 돌을 얹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야자나무는 주위의 다른 나무들보다 더 크고 아름답게 자라났습니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더 깊이 땅속으로 자리 잡아야 했고, 그래서 나무는 더 높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하는 어떤 이들은 유혹을 반드시 악으로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자라지도 못하고 뿌리를 내리지도 못할 것이다. 수도자도 이와 마찬가지로, 유혹을 당하지 않고 견디어내지 못한다면 성숙해지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유혹은 수도자에게 혼자만의 힘으로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래서 더 하나님에게 뿌리를 내리도록 합니다.

 

엔도 슈사크의 '침묵'을 영화로 만든 '사일런스' 중 한 장면
엔도 슈사크의 『 침묵』을 영화로 만든 <사일런스> 중 한 장면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로 만든 <사일런스>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자기와 가족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몇 번이나 성화를 발로 밟고 배교를 하여 살아난 신자가 있습니다. 그 괴로움과 두려움으로 도망 다니다 잡히고, 멀리가면 고향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가 또 잡히고. 그런 그를 비난하는 동료 신자와 신부에게 절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왜 지금 태어난 건데요? 나도 신실한 기리스탄(그리스도인)으로 죽을 수 있었어요! 박해 없던 시절이라면..."

 

기독교를 따른다는 이유 하나로 온갖 고문과 매질로 죽어나가던 시절, 그들은 눈앞의 죽음에 공포로 떨면서 동시에 천국을 향한 믿음도 놓지 못해 찬송을 부르며 죽어 갔습니다. 기껏 그림일 뿐인 성화 하나 발로 밟으면 살려준다는데 그걸 안했습니다. 서양 신부는 그런 신자들이 불쌍해서 그냥 밟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기도하니 주님이 그래도 된다고 했다면서... 신자들이 그제야 겨우 성화를 발로 밟고 목숨을 건져 살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압박자들이 십자가를 얼굴 앞에 대고 침 뱉어 보라고 강요합니다. 이번에는 신자들도 그것까지는 차마 못했습니다. 그리고 끌려갑니다. 바닷가에 세워진 나무형틀에 사흘을 매달려 있다가 죽어 갔습니다. 평범한 신자 기치히로는 그 현장에서 살고 싶은 생명의 몸부림으로 배교를 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런 박해 없는 이 시절에 우리는 과연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는지. 양심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면 의문은 더 커집니다. 이 시대에 신앙을 무너뜨리는 것은 무엇인지가.

 

개구리 한 마리를 차가운 물이 담긴 큰 비이커에 넣습니다. 비이커 밑에는 분젠등을 놓고 1초에 화씨 0.017도씩 데워지도록 불꽃을 아주 작게 놓습니다. 온도가 서서히 높아지기 때문에 개구리는 온도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비이커에서 뛰어올라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온도는 0.017.도씩 올라 가는데 개구리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빠져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 반쯤 지난 뒤 개구리는 뜨거운 물에 푹 삶아져서 죽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죽은 것입니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탄에게 유혹받으신 예수, 일생동안 유혹받는 평신도들의 본을 보이셨다.
사탄에게 유혹받으신 예수, 일생동안 유혹받는 평신도들의 본을 보이셨다.

 

박해 없는 시대, 박해 없는 이 나라에 오늘 우리는 신실한 신자로 사는 중인가요? 개구리가 아닌 깨어있는 신자로 한 점 부끄럼 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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