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주간기도 - ‘당신 한 분으로 족한 평안을‘
첫째날
좋은 곳 좋은 시간 여기가 좋사오니
초막 셋을 지어 머무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안 된다고 내려가자 하십니다.
한쪽이 없다면 둘 다 없는 것이라며
당신은 죽음과 부활이 하나라고 사셨지요.
삶을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은
고난과 감사, 혹은 좌절과 희망일까요?
저도 그 길을 받아들이고 살게 해주세요.
둘째날
널리 알려지고 많이 쌓고 싶은 욕망이
자꾸만 나를 외롭게 만듭니다.
당신의 나라로 가는 길은
넓거나 높지 않고 좁고 깊은 길을 지난다는데
당신 한 분이면 족한 평안을 주소서!
그 은총 잃어 자주 외롭고 자주 슬퍼집니다.
셋째날
날마다 하는 저울질
한쪽에는 당신의 말씀을,
다른 쪽에는 내 정직, 겸손, 용서, 나눔을 올려봅니다.
날마다 저울은 한 쪽으로 기웁니다.
주님,
저도 어느 날은 무게를 가지게 해주시고
마침내 수평을 보는 기쁨을 주소서!
넷째날
'미안 합니다' 말하곤 또 하고
'안 그러겠습니다' 그러고도 또 하고
일곱 번씩 일흔 번 용서는 남에게 하라셨는데
마냥 제 자신에게만 하고 또 합니다.
그럼에도 드리는 제 기도는
객지 같은 이 땅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계속 제 자신을 용서하면서라도
흉하지 않게 살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다섯째날
내 힘으로 잡고 버티며 살았다고
내 머리로 길을 골라가며 살았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돌아보니 좌절했을 때도 끝장나지 않고
잘못 들어선 길에서도 실종되지 않았네요.
사실은 당신이 붙잡고 있었고
당신이 앞에서 인도하는 줄은 모르고...
주님!
오늘은 그냥 말없이 따라가는 평안을 허락해 주소서.
여섯째날
사는 게 힘들어지면 골방으로 숨곤 했지요.
아무도 모르겠지 하면서 문을 잠그고
그 안에서 미운 사람 욕도 하고 좌절도 하고
때로는 외로워 가슴도 쥐어뜯고
당신을 못 믿겠다고 슬그머니 불안에 떨기도 했지요.
주님, 혹시... 내 골방에도 오셨나요?
내가 어쩌는지 다 보고 계셨나요?
이미 민망하지만...
다시 기도해볼게요.
일곱째날
주님은 스토커십니다.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리지 않고
심지어 싫다고 투정할 때도 돌아서지 않고 나를 쫓아오시니.
생각해보니 고맙고 죄송해서
이제는 제가 주님을 쫓아가고 싶습니다.
나를 야단치셔도 침묵하셔도 다가가고
먹거나 일할 때, 길을 갈 때도 당신만을 생각하고
잠 잘 때도 꿈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스토커가 되고 싶습니다.
분명히 또 변덕부리며 며칠이나 갈지 못미덥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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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