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한 가지 진실
불편한 한 가지 진실
  • 김현수
  • 승인 2018.10.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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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부자세습 사태에 대한 단상
이오니아 해에 있는 새의 볏이라는 뜻의 케르키라 섬(고대 그리스어: Κέρκυρα) 또는 코르푸 섬( Κόρκυρα)
▲이오니아 해에 있는 새의 볏이라는 뜻의 케르키라 섬(고대 그리스어: Κέρκυρα) 또는 코르푸 섬( Κόρκυρα) ⓒ김현수

오지 산골에 조그만 교회가 있었다. 늙은 목사님은 이 교회를 개척하고 몇 안 되는 성도를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섬겼다. 이젠 힘은 없고 정년은 다가오지만 이 험한 오지에 올려는 후임자는 없었다. 아버지와 교회가 당면한 어려움을 알고 있던 아들은 고민 고민하다 자신이 이 교회를 맡아 사역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말렸고 아버지도 반대했지만 아들의 결심은 굳건하여 결국은 그 오지 산골의 조그만 교회를 맡게 되었다. 나름 규모 있던 중소도시의 교회를 사임하고 산골 오지 조그만 교회로 온 것이다.

대도시에 교인 수 천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가 있었다. 역시 아버지 목사가 개척하여 이처럼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것이다. 나름 교단에서, 지역 사회에서 힘 좀 쓰던 교회였다. 개척한 아버지 목사님이 은퇴하게 되고 후임자로 아들 목사가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들 목사가 안 오겠다는 말도 있었지만 결국 교회 내부 절차를 밟아 담임목사로 결정되고 청빙되고 부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교단의 목사들이나 교인들이나 어느 누구도 오지 산골에 간 아들 목사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의 말을 늘어놓았을 뿐 "이것이 세습이다, 아니다."를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교회에 들어간 아들 목사와 그 아버지에 대해서는 세습이다, 교단 헌법에 위배되니 불가하다 등등 수많은 말을 하며 손가락질 하고 반대하고 비난하고 급기야는 총회에서도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똑같이 아버지가 사역하던 교회에 아들이 후임자로 들어갔는데 한 교회는 조용하고 오히려 "잘 되었다.", "잘했다."고 칭찬하고 격려한다. 다른 한 교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하다.", "불법"이라고, "그리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마치 한국 교회가 다 망하는 것처럼 그리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지르고 데모를 하며 대부분의 미디어 매체들이 속된 말로 까는 현상이 벌어졌다.

같은 사건이라고요. 똑같은 상황이라고요. 아버지가 사역하던 교회에 아들이 바로 들어갔으니 세습이라고요. 이제까지 한 번도 천명 이상 되는 교회를 담임해 보지 않았고 아니 교회 담임목사를 해보지 않았으니, 어이 알겠는가마는. 대략 짐작해보는 상황이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등록교인 천명이 아닌 장년 교인 천명이 출석하는 교회라고 한다면, 최소한 담임목사의 1년 사례비가 1억은 기본일 것이다. 거기에 주택 및 주택 유지비, 차량 및 차량 유지비 제공되고 자녀 교육비 또한 제공될 것이다. 그뿐이랴, 제대로 읽지도 않는 도서비는 기본이고 용도불명으로 써도 괜찮은 쌈짓돈과 같은 목회비 항목도 거액으로 책정되어 있을 것이고, 교인들 결혼 주례, 장례식 집례 등을 통해 옆으로 챙기는 사례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대형교회 담임목사니 이쪽저쪽에서 설교해주고 받는 사례비도 녹녹치 않을 것이다. 제왕적 목회자라면, 아니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한국의 착한 성도들은 혹여나 목사님 굶지 않을까 이것저것 다 챙겨주니 사실상 생활비는 거의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정도 교회 목회자는 사실 받는 수입 전부가 그냥 쌓일 것이다

오지 산골 교회에서 보는 이 대형교회 이야기는 별세계 이야기고, 아니 대부분이 아닌 많은 목회자, 목회자 후보생들은 이러한 대형교회를 목회의 최종 목적지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 사실일 뿐이다. 똑같은 상황, 똑 같은 세습인데 하나는 말이 없고 하나는 온통 시끄러운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지 않은가?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한다. 교단의 헌법도 역시 모든 교회에 평등해야 한다. 이 교회에서 되는 일이 저 교회에서 되지 않는다거나, 도시에 있는 대형교회에서 되지 않는 다면 산골 오지에 있는 교회에서도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런가? 먹을 것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떨어지는 콩고물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물론 나도 세습을 반대한다. 근자에 이 문제로 지탄받는 그 교회의 결정을 찬성하지 않는다. 그 주동자 두 사람을 비난하고 비판하고 역겨워 한다. 하지만 나에게 오지 산골 교회에서 청빙이 온다면 난 많이 고민하고 기도하고 결국에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스스로 결론 내리고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중소도시라도 한 천명의 출석교인이 있는 교회에서 청빙이 있다면 그 때도 역시 고민하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을 물을 것이며 최종적으로 스스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기쁨으로 그 청빙을 받을 것이다.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불렀던 찬송가는 젊었을 때, 세상 모를때 불렀던 치기어린 내 젊은 날의 자화상일 뿐이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 진실도 결국은 현실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묻혀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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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교수는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신약학과 헬라어를 가르쳤으며, 현재 경기도 가평 근처 그리스식 카페 <깔로께리>에서 커피 내리고 피자 만들고 스파게띠 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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