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하타트 제물규례 제물의 피와 고기 역할
레위기, 하타트 제물규례 제물의 피와 고기 역할
  • 윤지숙 기자
  • 승인 2018.11.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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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 바르게 읽기_성기문 교수

‘올해는 기필코 성경 1독을 해보리라’라는 마음으로 창세기 50장까지 잘 넘어오다, 출애굽기에서 홍해를 건너 광야로 나오면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이 헤매다, 레위기 제사법에서는 또 한 번의 좌절을 경험하고는 성경책을 덮고는 배게삼게 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만큼 평신도는 물론 목회자에게도 제사법을 다룬 레위기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화목제물(레7:11-27)이 되셔서 단번에 드려진 완전하고 영원한 희생제사로 새언약을 완성하셨다(히 8:1-10:39)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구약 제사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를 기피해 온 것도 사실이다.

『키워드로 읽는 예언서』, 『키워드로 읽는 레위기』 의 저자 성기문 교수(백석대신대원 구약학) 가 최근 레위기 4-5장과 16장을 중심으로 <하타트 제물규례에 나타난 제물의 피와 고기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연구>로 백석대에서 금년 8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에 성경과삶이야기 <울림>은 11월 13일 오후 5시 새물결플러스아카데미에서 ‘신약은 레위기를 어떻게 읽었는가: 신약의 숲에서 레위기를 발견하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성기문 교수를 만나 논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백석대 구약학 성기문 교수
▲백석대 구약학 성기문 교수

▲레위기 제사제도 논문을 쓰게 된 계기는?

1996년 영국 글로스터셔 대학교에서 <예언서의 회개와 회복>이라는 주제로 공부하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국내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2010년 어간 우연찮게 레위기를 공부하게 됐다. 2014년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에 입학해서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내보자!’하는 마음으로 레위기를 공부했다. 한편으로는 교회, 여러 학교들에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레위기 주석을 쓰게 되고, 레위기 개괄서도 써보자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구약의 어려운 부분을 요약해서 정리한 『키워드로 읽는 예언서』(세움북스, 2015년 6월)과 『키워드로 읽는 레위기』(세움북스, 2016년 1월)을 출간하게 됐다. 그 무렵, 김경열 교수(총신대 구약학 강사)가 남아공에서 <하타트에 관한 제의>로 박사학위를 받고 2015년 귀국했다. 그분의 논문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과 상당히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받았다. 그때 내 마음 안에는 ‘기존의 입장을 따라갈 것인가?, 김경열 박사의 입장을 따라갈 것인가?’하는 갈등이 있었고, 지난 4년간의 연구에 대한 결과가 이번 박사학위 논문이다.

 

▲논문의 제목이 왜 ‘하타트’(חטאת)인가?

논문 심사를 받을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히브리어 하타트(חטאת)는 구약 제사 용어로 속죄제를 뜻한다. 구약의 5대 제사에는 번제, 소제, 속죄제, 속건제, 화목제가 있다. 하타트 제의는 5대 제사제물과 연관성이 있다. 번제와 다른 제사와의 차이는 제사제물을 전부를 태우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다는데 있다.

다른 제사는 제물의 일부만 태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제는 보리나 밀 등의 곡식제사(채소제사)이며 화목제는 평화제사, 교제제사, 샬롬제사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다. 이 제물들은 번제와는 달리 제물의 일부만 태우기 때문에 남은 고기를 처리해야하는 것이 까다로운 문제다. 정결한 제물을 드린 것이기 때문에 남은 것도 지성물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속죄제물(정결제물, 정화제물이라고 부를 수 있다)의 피는 죄를 용서하는데만 사용될 뿐아니라, 사람의 범죄나 부정결로 인해 오염된 성소기물을 씻는 역할도 한다.

본 논문은 레위기 4-5장과 레위기 16장을 중심으로 하타트 제물규례에 나타난 제물의 피와 고기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연구다. 이 논문은 최근 100여년 사이에 행해진 다양한 논의들을 중심으로 이 주제를 다뤘다. 특히 성소가 어떻게 오염되는가, 하타트 제물의 피와 고기가 죄인의 범죄와 성소오염과 관련하여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피와 고기가 사용된 후 처리하는 과정과 그 역할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레위기 4-5장에 존재하는 하타트 규례와는 별도로 레위기 16장에서 다른 하타트 제의가 필요했던 이유와 절차와 기능과 결과는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논문의 논지는 ‘하타트 제물의 피가 성소기물(번제단, 향단, 휘장, 카포레트 등)의 오염의 제거와 죄의 용서를 다루는 기능을 수행하고 나머지 피는 번제단 아래 폐기한다는 것이다. 다른 제물들과 마찬가지로 하타트 제물의 고기는 번제단에서 태워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향기를 내며, 그 나머지를 제사장이 먹거나 진영 밖 정결한 곳에서 태워서 없애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하타트 제물의 피와 고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모든 제물은 고기와 피로 되어 있다. 짐승을 죽여서 피와 고기로 나눠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레위기 1-5장 5대제사 제물과의 관련성을 언급한다. 5대 제사 제물도 소제를 제외하고는 고기와 피를 사용했다.

1-5장이 자발적인 개인들의 제사라면, 6-7장은 제사장들의 의무적인 제사와 그 제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9장에서 최초에 공예배가 드려지고나서, 10장에서는 제사장 나답과 아비후가 죽게 되는 국가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 결과로 16장에서 부정해진 하나님의 집(오염된 성전)을 정화하는 사건이 나온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하타트 제의다.

▲레위기 1~10장 그리고 16장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성기문 교수
▲레위기 1~10장 그리고 16장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성기문 교수

▲하타트 제물의 피와 고기의 사용방법은?

하타트 제물의 피의 사용과 성소기물에서의 피 사용방법, 그리고 마무리 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번제물과 화목 제물의 피의 용도와는 달리 하타트 제물의 피는 사용된 제물의 종류와 장소와 횟수는 달랐지만 모두 속죄적 용도에서 사용되었다. 그 피는 성소기물의 오염 제거를 통한 죄의 용서를 위해서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하타트 제물의 피와 고기는 성소기물의 오염원이 아니며 하타트 제물의 고기는 번제단에서 온전히 태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향기를 내게 했다. 하나님께 드려진 모든 제물의 피와 고기와의 부적절한 접촉을 회피해야 했다. 피의 유일한 합법적인 접촉은 제단의 뿔이며 고기의 유일한 합법적인 접촉은 번제단이었다.

나머지는 뿌리는데 그쳤다. 사용하고 남은 피가 최종적으로 번제단 아래 부어졌듯이, 제물고기의 나머지는 수고한 제사장이 먹거나 이스라엘 진영 밖 정결한 곳에서 전부 태우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처리됐다.

 

▲속죄제의 피사용이 다른 제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번제, 화목제는 제물의 피를 제단 앞에 뿌린다. 정확히 말하면 기물에 대한 죄의 오염을 정화하는 기능이 아니다. 그러나 속죄제의 경우는 피를 직접적으로 제단 뿔에 발라 죄의 오염을 정화한다. 4장의 속죄제는 4종류가 2가지로 나눈다. 즉, 기름부음 받은 제사장의 범죄로 온 백성이 책임을 저야 할 때, 온 백성이 죄를 지었을 때(피를 가지고 내성소로 들어가서 향단 뿔에 바르고, 휘장 앞에서 피를 7번 뿌린다), 지도자가 죄를 지었을 때, 개인이 죄를 지었을 때(피를 가지고 번제단 뿔이 바른다).

피가 사용되고, 피를 뿌린다고 무조건 죄가 용서되는 것이 아니다. 1-3장의 3가지 제사 후렴구 “하나님이 기뻐받으셨다”, 4-5장의 후렴구는 “죄가 용서 받았다”, 11-15장의 후렴구는 “그 부정이 깨끗해졌다”고 하고 있다.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제의의 내용은?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제의는 회막에서 발생한 (나답과 아비후) 두 제사장들의 반역(레 10장)에 대한 징벌로 인한 죽음의 결과인 회막의 오염 및 온 백성에게 임한 죄과를 해결할 목적이 있었다.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규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위기 10장과 16장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관련된 구절들에 대한 문맥적 연구와, 두 규례들에 대한 상관성을 찾기 위하여 레위기 4-5장과 16장(죄/부정결의 문제)의 하타트 규례들을 비교분석해야 한다. 11-15장은 부정결의 문제를 다룬다.

16장의 하타트 제의는 하나님께 다른 불을 드린/혹은 너무 가깝게 다가갔던 나답과 아비후의 잘못(반역행위로 인한 죽음)과 그로 인한 회막의 부정, 그리고 이스라엘 전체가 담당하게 된 제의적 책임의 문제를 아론이 하타트 제물들을 통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정황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① 회막에 시체(두 명, 제사장)로 인해 회막에 부정이 발생했다. ② 대제사장의 부주의로 인해 온 백성이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 10장에서 우선적으로 행해진 것은 야웨의 명령을 따라 회막의 시체들을 제거하는 것이었으며 모세와 아론, 이스라엘 백성은 추후의 정화와 속죄에 관한 야웨의 명령을 기다려야 했다.

대제사장이 하타트 제물을 가지고 지성소, 내성소, 심지어 제단까지(이스라엘 진영을 나와서)를 모두 정화를 했다. 하나님의 집에서 데리고 나와서 시체를 짊어지고 나가고, 아사셀 염소는 죄를 짊어지고 살려서 광야로 보냈다. 4, 16장은 기본적으로 같지만 16장은 사건이 다르다. 계시의 말씀을 주셔서 이제 오염된 하나님의 집은 정화된 것이다.

16장의 속죄제물로 바쳐지는 숫염소 두 마리 하타트는 한 마리는 제물로 죽이고, 나머지 하나는 살려서 광야로 보내진다(아사셀 염소). 두 마리인 이유는 두 마리가 합쳐서 황소 한 마리(레위기 4장)와 같은 의미다. 새 2마리, 사고를 친 나답과 아비후 제사장 두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논문에서 성소의 정화와 회복의 규례에서 매년의 절기로서의 “욤 키푸르”(대족죄일, יֹום כִפוּר)로의 전환의 문제를 다루었다. 레위기 16장의 내용은 나답과 아비후 사건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16장의 하타트 제의가 처음부터 속죄일 규정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매년의 절기로 전환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예들은 구약 전반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들, 즉 유월절이나 다른 중요한 구속적 사건들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건은 남유다의 히스기야 때와 요시야 때, 그리고 제2성전기 마카비 형제의 성전정화 사건(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가 성전제단에 돼지를 제물로 바치고, 주피터 상을 세우고 안식일과 율법을 못지키게 하고 할례를 못하게 했던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6장은 시체로 인해 오염된 하나님의 성소를 정화한 사건의 시초로 볼 수 있다.

 

▲논문 연구의 현대적 의의는 무엇인가?

구약 제의연구 자체는 신약 전체와 그리스도의 구속사건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사도바울은 구약제의가 구원론과 교회론, 성화론을 이룬다. 다끝난 사건인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질문 한 면만 보는 것이다. 제의적 입장을 갖지 않으면 신약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복음서와 바울서신도 그렇고 심지어 히브리서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구약 제의와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면에서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성경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성기문 교수는 중앙대 영문학과(B.A.),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목회학 영어과정, M.Div.)과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구약신학석사(Th.M.)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영국 글로스터셔 대학교에서 고든 맥컨빌(Gordon McConville) 교수의 지도로 〈예언서의 회개와 회복〉에 관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14년 이후부터는 백석대전문대학원에서 류호준 교수의 지도로 레위기 4, 5, 16장을 중심으로 한 〈하타트제의의 고기와 피의 기능〉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1999년 이후로 성결대신대원, 백석대신대원, 웨스트민스터신대원,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현대기독교아카데미, 북방선교방송(TWR), 대신총회신학원 등에서 구약을 강의해 왔다. 저서로 는 『하나님의 정치와 인간의 정치』, 『모세의 고별설교』, 『키워드로 읽는 예언서』 등과 역서로는 주요 역서로는 『IVP 성경주석』(구약부분공역), 『해방의 이미지: 창세기1장의 이마고 데이』, 『만들어진 예수』, 『예배자인가, 우상숭배자인가』(공역) 등이 있다.

그 외 영국 Tyndale Fellowship, Society of Old Testament Study, 한국개혁신학회, 고신신학회, 한국장로교신학회, 성경신학회 등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십수 편의 신학논문을 발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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