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욥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 (후편)
#19. 욥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 (후편)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8.11.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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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 (후편)

 

 

3. 어긋난 사람의 기대와 하나님의 기대, 욥과 다시 나기

우리는 우리의 계획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으면 그걸 고난이라고 한다. 또 우리의 기대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으면 실패라, 불행이라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과 하나님의 계획은 너무 다르고, 우리가 받고 싶은 것과 하나님이 주고 싶은 것은 너무 달랐다. 사람은 사람대로 예상을 벗어난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실망하고 하나님은 하나님대로 많이 못 미치는 창조의 기대에 심히 서운해 하실 것 같다.

야 이놈들아! 내가 꼴랑 니들 건강이나 잘 유지하고 남에게 비난받거나 손 내밀지 않을 정도로 필요를 채워주며 자식들 잘되게 해주려고 그 큰 창조 작업을 한 줄 아냐? 내 쓸모가 겨우 그 정도 일 해주는 신이 되어 잠자코 살라는 거냐?”

그리고 서운함에 슬픔과 분노를 더 얹어 일갈 하신다. 뻑하면 자기들이 만든 주고받기! 기브 앤드 테이크의 기준에 성이 안차면 죽는다, 못 산다, 등 돌리고 도망가겠다 온갖 협박을 한다. 그런 사람에게 하나님은 복장 터져 죽기 직전처럼 한숨 쉬며 이렇게 말씀 하실 것만 같다.

내가 내 하나뿐인 아들을 험한 이 땅에 보내서 고생 고생 생고생 시키고, 사막의 먼지 먹고 욕먹고 창에 찔리고 맞아죽게 했다. 그거 니들 좋아하는 정의의 하나님, 인과응보대로 하면 니들 다 죽는 거, 그거 몰살을 면하게 해주려고 한 거잖아! 그런데... 그렇게 니들을 살려놓으니 하는 짓을 봐라.

꼴랑 재산 푼돈에 목매고, 쥐꼬리만한 성공을 하니 못하니, 생명은 내게 달렸다고 수없이 말해줬는데도. 어디 아프기만 하면 죽는다, 죽겠다 원망을 해대니 내가 헛수고를 한 거란 말이냐? 하나뿐인 아들을 피눈물 흘리며 죽여 살린 니들이 고작 그 정도 값어치냐? 제발 몸값 좀 제대로 하고 살자! 그리고 적당히 편하게 형편 누리게 해주면 또 보나마나 하나님이 뭐가 필요해? 하며 살 거 아니냐? 그 꼴 보자고 애당초 창조한 거도 아니고 죽을 길에서 구하지도 않았다!”

욥도 그걸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고난을 버티는 중에 알게 된 걸까? 인간이 무엇인가 적당히 먹고살다가 편히 죽는 반복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 끔찍한 고통의 순간들, 하루가 일주일보다 길고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든 날들에도 욥은 누군가 수시로 확인을 하고 보고 있다는 시선을 느꼈다. 그래서 몰래 죽어버릴 수도 없었다. 해결 받지도 못하면서 버림받지도 못하는 괴로움의 상태에서 머물면서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하고 살았던 어떤 진실을 어렴풋 느꼈다.

[사람이 무엇이라고, 주님께서 그를 대단하게 여기십니까? 어찌하여 사람에게 마음을 두십니까? 어찌하여 아침마다 그를 찾아오셔서 순간순간 그를 시험하십니까? 언제까지 내게서 눈을 떼지 않으시렵니까? - 욥기 717]

하나님은 욥에게 온 정성으로 창조한 귀한 세상을 보여주었다. 그 모든 만물보다 더 값지게 만들고 귀하게 살기를 바란 사람, 그래서 수동식 로봇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며 자유의지를 주었다. 선한 일도 악한 일도 선택하고,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선택할 수 있게, 그래서 순종은 복종이 아닌 진짜 순종이 되는 감동적인 관계가 되기를 원했다.

사람은 일방적으로 가시하나 안 찔리게 돌보며 키우는 애완용이 아니었다. 속 썩이고 눈물과 분노를 일으켜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부모 자식의 사이로 지내는 것, 그러면서 기쁨을 함께 누리고 감사를 받을 때,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 되었다.

사람의 작은 안목, 밴댕이 수준의 작은 욕심이 만든 상벌기준은 궁색하다. 그것에 매여 살림도 그렇게 하고 신앙고백도 그렇게 하고, 심지어 죽고 사는 생사의 이해도 그렇게 하는 한 하나님은 실망하여 징계와 채찍을 들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사생아이고 자식도 아닌 내버린 남이나 같다고 하셨다.

내 귀한 자식이 천덕꾸러기에 미련한 삶을 뭉개고 살면서 엉망이 되면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그 옹졸하고 위태로운 인과응보의 틀을 깨라고 힘겨운 시도를 하신다. 눈을 더 멀리보고 소유와 생사의 의미를 알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 환란을 주어 인내를 쌓고, 인내에서 연단을, 연단 후 소망을 가지는 하나님의 속뜻을 알아가는 고난의 코스를 수련해야만 한다.

 

4. 몰라주는 것이 죄였음을... 알면 다시 보이고, 욥과 유턴

하나님께서 폭풍가운데 나타나셔서 욥에게 말씀하다. “이 세상 만물의 섭리를 네가 아느냐? 내가 이 세상을 창조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이 세상 만물의 이치도 모르면서 너의 인생에 일어난 일을 함부로 판단하는 자가 누구냐?” 하나님은 욥을 책망하셨다.

[내가 많은 말을 내뱉고 의롭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하나님을 눈으로 뵈옵고 나니 아무것도 모르고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이치도 깨닫지 못하고 하나님을 안다고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하나이다 - 욥기 421-6]

욥은 마침내 이전의 잣대와 안경을 버렸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기준을 알게 되었다. 행동 하나 하나의 도덕과 판정과 그에 따른 상벌이 아니고 모두가 피하지 못하는 시한부 수명에서 조금 짧고 긴 차이를 복과 저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하루를 살아도 어떤 마음으로 지낼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나는... 욥과 함께 여행을 하고 보고 들으면서 무슨 변화를 얻은 걸까? 밀려올 불편과 고통이 예상되면서 사로잡혔던 공포감, 어쩌면 못 감당해서 미치거나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며 심장이 딱딱하게 굳어져 괴로웠다. 욥의 긴 고난의 과정과 마지막 고백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면서 증상이 조금은 줄어드는 걸 느꼈다. 약물 치료의 도움도 더해졌겠지만. 그냥 마지막까지 손가락하나라도 움직이다가 더 움직일 기력이 없으면 거기서 멈추고 편하게 죽자. 그런 각오(어쩌면 애당초 그 길 하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가 들었다.

고난을 원망하며 울기도하고 빨리 죽고도 싶었으나 모두 밴댕이 시야였는지도 모른다. 더 넓은 눈으로 생을 살게 하려고 하나님이 주는 고난인데 우리를 죽이려 한다는 착각에 두려움에 빠진 거였다. 어차피 내 능력으로는 생명을 단 10분도 못 늘리고, 어차피 생사를 정하시는 하나님의 예정대로 진행될 인생인데 발버둥을 치지 말아야겠다. 하나님도 나도 피차 쪽팔리는 난감함일테니...

(아마도 살만해지고 편해지는 어느 날 나는 또 이 의미들을 까먹을 것이다. 아님 흐려지거나. 그래도 다시는 같은 두려움의 자리에는 서지 않기를 위해 기록을 남긴다)

 

보상이 없는 고난의 해답은 예수님에게서만
보상이 없는 고난의 해답은 예수님에게서만

 

추가 :

사람들의 눈에는 완전한 실패자, 모욕 받고 죽어간 예수 이야기가 욥의 고통에 대한 더 완벽한 모델이 될 것이다. 처음에 몽땅 망했다가 나중에 몇 배로 보상 받는 성공담 같은 결과가 아니라, 고통만 받고 생명까지 끝나며 삶이 철저히 부서질 때, (그럼에도 그 가르침과 정신이 남는다) 욥이 겪은 비슷한 고통을 보상 없이도 왜 감내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결론은 예수의 고난과 죽음, 부활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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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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