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一場春夢)은 한바탕 봄에 꾼 꿈처럼 인생의 헛된 영화 혹은 덧없음을 일컫는 사자성어다. 이 말은 고사성어인 ‘남가일몽’(南柯一夢) 혹은 ‘한단지몽’(邯鄲之蒙)과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서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쓰이는 한자숙어이다. 가령 “여보게, 로또 복권에 당첨해 본들 별 게 있겠나? 꿈도 꾸지 말게. 일장춘몽이라네”처럼 이 말은 한자를 잘 모른 사람들도 곧잘 쓴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뜻을 이해하려면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 고사성어부터 아는 게 좋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은 중국 당나라의 소설 남가기(南柯記)에서 유래된 말인데, 이것은 한 때 누렸던 인생의 부귀와 영화가 꿈과 같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순우분(淳于棼)은 강소성 사람으로 말단 관리로 일하다 그마저도 사람들의 눈 밖에 나서 낙향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순우분은 느티나무 아래서 잠이 들어 꿈을 꾸게 되었다. 그는 왕의 부마가 되어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승승장구(乘勝長驅) 출세가도를 달리다 남가군의 태수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잘 나가던 그의 인생에 어두운 먹구름이 덮치기 시작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계속해서 불행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던 것이다.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인생의 온갖 부귀와 영화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꿈을 꾼 후로는 순우분은 술과 여자를 멀리하고 도를 쌓는 데 전념했지만, 꿈에서 약속한 기한이 차 꿈을 꾼 때로부터 꼭 3년이 되어서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났다.
설교자는 물론이고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도 ‘일장춘몽’이나 ‘남가일몽’이란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가령 고대 이스라엘 왕들 중에 최고의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을 이야기할 때 아무렇게나 마구 쓰는 고사성어의 함정에 걸려들 수 있다.
전도서는 솔로몬이 썼다. 자신을 전도자로 소개한 솔로몬은 이 책 첫머리에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고 하였다. 설교자가 다섯 번이나 연거푸 나오는 ‘헛되다’라는 표현에 주목하여, 경솔히 청중에게 “여러분, 인생은 헛된 것입니다. 참으로 헛되고 헛되며 헛된, 일장춘몽이 우리들 인생인 것입니다. 일장춘몽!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려보았던 솔로몬은 이 한마디로 우리들 인생이 얼마나 덧없고 허무한지를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라고 한다면 청중을 아연케 할 것이다.
김준수의《바른말의 품격-한자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