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원어] #1. 그 허와 실
[성서원어] #1. 그 허와 실
  • 김현수 교수
  • 승인 2018.12.11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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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혜가 풍성하겠어요!
▲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강이 시작되는 곳, 양수리 두물머리.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일출, 황포돛배 그리고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 구탁서 목사(행복한교회)

가끔 사람들이 말한다. 

"교수님은 성경 읽으면서 더 많은 은혜를 받으실거야... 부러워요!"

"왜요? 왜 제가 더 많은 은혜를 받아요?"

"교수님은 헬라어로 신약성경을 읽으니 더 많은 은혜를 받잖아요."

그러면 난 뒤돌아서서 그냥 웃는다.

사람들은 성서원어로 성경을 읽으면 하나님께서 더 많은 은혜를 주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헬라어로 신약성경을 읽는다.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줄줄 읽지는 못하지만, 사전과 함께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떠듬떠듬은 읽는다. 그 외에 영어로도 읽고 라틴어로도 익숙하지는 않지만 읽어 나간다. 그래서 내가 성경을 이렇게 원어로, 헬라어로 히브리어로 읽으면 은혜가 더 풍성할까?

"결코 아니다." 이게 나의 대답이다. 그렇다. 헬라어로 신약성경을 읽을 때보다는 그냥 한글 개역성경을 읽을 때 난 더욱 좋고 은혜가 풍성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헬라어로 성경을 읽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그리스에서 10년을 살아서 그리스인처럼 헬라어를 말한다 해도 아무렴 내 모국어만 할까. 그러다보니 나는 아직도 내가 처음 성경을 접했던 한자가 섞인 과거의 개역 관주성경을 읽는다. 그 어투며 그 구절들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풍성한 은혜를 누리는 것은 한글로 또는 원어인 히브리어나 헬라어로 읽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어떤 언어로 성경을 읽는 것이 은혜를 받는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은혜를 받으면서 생명의 양식을 얻길 원한다면 먼저 무릎을 꿇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믿고 있다. 육신의 무릎을 꿇을 뿐만 아니라 생각의 무릎도 꿇고, 의지의 무릎도 꿇고, 영혼의 무릎도 꿇어야 한다.

교만하고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서는 아무리 성경을 읽어도, 히브리어로 구약성경을 줄줄 읽고 헬라어로 신약성경을 줄줄 읽어나간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주시는 아무런 은혜를 받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런 상태에서 성경을 읽으면 성경을 판단하고 이용하고 결국은 인간의 이성을 앞세우는 교만한 자의 자리에 이르게 된다. 

두 번째로,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통독하기를 권한다. 성경을 관통하는 큰 줄기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독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통독도 한 번 했다고 "다 이루었다" 말하면 안된다. 가능한대로 여러번 꾸준하게 통독해야 한다. 그래서 믿음의 선진들은 성경을 수십 번씩 또는 수백 번 통독을 했다.

많은 잘못된 교리를 전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성경의 특정 구절 하나를 가지고 마치 성경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창조에서부터 마지막 심판까지 관통하는 성경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통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세 번째로, 성경의 한 책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통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성경 66권의 책 가운데 한권을 선택해서 좋은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다. 서점에 가보면 참으로 좋은 많은 부교재가 있다. 고르기 어렵다면 섬기는 교회의 목사님께나 또는 다른 교사들의 추천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여력이 된다면 성서원어 즉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공부해서 원어로 성경을 읽는 것이다. 이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헬라어로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는다고 해서 하나님의 뜻을 더 분명하게 알고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가 더 풍성한 것이 아니다.

성서원어를 잘 한다고 해서 사역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앞에서 무릎꿇고 은혜를 간구하며 성경을 많이 읽고 공부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분별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풍성하게 누릴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데 언어는 부수적 사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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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교수는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신약학과 헬라어를 가르쳤으며, 현재 경기도 가평 근처 그리스식 카페 <깔로께리>에서 커피 내리고 피자 만들고 스파게띠 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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