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신학자] #4. 아프지만 고마운 시간, 비폭력대화 배우다
[일상 속 신학자] #4. 아프지만 고마운 시간, 비폭력대화 배우다
  • 김서연 기자
  • 승인 2019.01.09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천 도서]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한국NVC센터, 2017.11.)

-루시 루, 『비폭력대화 워크북 개인과 연습모임을 위한 가이드』 (한국NVC센터, 2012.6.)

연초 희망 목표가 살짝 흔들리다?

올 한해 100권의 책을 읽겠다는 희망 목표가 연초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2주 간의 감기 끝자락에 NVC(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대화)1 과정 참석을 위해 아침부터 찬바람을 맞으며 2시간을 오갔습니다. 편도가 붓고 기침이 심해 마침내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집에서 마스크를 낀 채 글을 쓰는 중입니다. 

지난 주 3일 동안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왔습니다. 독자들 중에는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이 다 대환데, 굳이 돈을 내고 대화를 배우냐며 의아해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은 비폭력대화라니? 대화를 얼마나 폭력적으로 하기에 그런 걸 배우나? 느끼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지난 연말에 겪은 고통스러운 통화는 대화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상대는 저를 공격하는 자칼언어를 쓰고, 저 또한 자칼언어를 쓰며 저를 괴롭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비폭력대화를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아프지만 정말 고마운 시간, 비폭력대화를 배우다!

점심 1시간을 제외하고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일 간 총 18시간의 강의를 듣고 훈련을 받았습니다. 공감을 받고 공감하는 정말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3일 동안 깨닫고 배운 것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삶에 큰 울림을 준 세 가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 인생에도 이 놀라운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먼저, 일상 생활에서 자신과 타인을 판단하고 강요하는 말, 자신과 타인에게 당연시하거나 책임을 부인하고 비교하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달았습니다.

매번 연습과제가 주어졌는데, 이 과제는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기록을 부탁해보라고 강사님이 내주신 과제였습니다. 다음 날, 남편의 기록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를 판단하는 말에는 제가 쓴 "나는 부족해" 아래에 "전도사가, 목사가"라는 말과 "책임감이 강해."라는 말이,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는 탁월하다와 권위적이다, 위선적이다는 기준이, 제 자신에게 강요하는 말에는 "정의롭고 착해야 한다.",  "장녀잖아!", "최고가 되어야 해!"가, 타인에게 강요할 때는 "목사의 배우자는 기도하는 사람이에요." "설거지를 부탁해요.", "쓰레기를 버려주세요."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슬프게도 내가 당연시하는 말은 나에게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남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강요하는 말을 나에게 적용하면서 괴롭혔고, 심지어 남편에게 부탁하는 말도 남편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강요로 들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신에게 당연시하는 말이 많을수록 웃음이나 행복과는 멀어지고, 사회에서는 일명 꼰대가 되기 쉽습니다. 저를 대면한 일은 엄청난 아픔이었지만, 또한 제가 변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정서적 발달에는 정서적 노예 단계와 얄미운 단계 

감정적 해방단계의 3단계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1단계인 정서적 노예 상태는 내 욕구는 무시하고 상대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단계입니다.

다른 사람의 느낌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욕구는 감추거나 포기하고 돌보지 않는 대신, 상대의 욕구만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피해의식을 갖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주로 '착한 사람 신드롬'을 가진 사람이나 '자식이 원수다' 면서도 자식에게 헌신적인 부모들이 해당합니다. 정서적 노예 상태의 사람들은 우울처럼 자신이 아픈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2단계는 얄미운 단계로, 1단계와 정반대입니다. 상대 욕구는 무시하고 내 욕구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자신이 얼마나 스스로의 욕구를 무시하며 살았나를 깨닫게 되어 분노를 느낍니다. 자신의 욕구만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건 네 문제야! 네가 어떻게 느끼든 난 아무 책임 없어!" 라고 말함으로써 사람들과 갈등이 생깁니다. 3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면 상대의 욕구가 보이기 때문에 비폭력대화에서는 안심하라고 말합니다.

3단계는 감정적 해방 단계로, 서로의 욕구를 충족하는 상호의존적 단계입니다.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상호의존을 의식하므로 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할 수는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는 단계입니다. 다른 사람의 욕구 역시 내 욕구와 똑같이 중요함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욕구 표현에 두려움이나 죄의식, 수치심으로 반응하지 않고, 연민으로 반응합니다. 

 

나와 타인을 진정으로 연결하는 놀라운 삶의 초대장

저는 주로 1단계인 정서적 노예상태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최근에는 제 욕구를 무시하며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며 안타깝고 화가 나는 걸 보면 얄미운 단계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가야 할 곳은 서로의 욕구를 충족하는 감정적 해방 단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단계에 주로 사십니까?

마지막으로, '초대'(오리아 마운틴 드리머)라는 시와 '마술쇼'(마셜 로젠버그)라는 시를 통해 나와 타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와 공감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습니다. 

초대- 당신이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관심 없어요.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무엇을 가슴 저리도록 동경하는지, 당신 마음속 깊은 바람을 감히 충족시키려는 꿈을 갖고 있는지. 당신이 몇 살인지는 관심 없어요. 내가 알고 싶은 건 사랑을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해, 삶이라는 모험을 위해서라면 바보처럼 보이는 것도 감내할 건지. ... 당신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어요.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자신에게 진실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킬 수 있는지. 배반했다는 비난을 감내하면서도 자신의 영혼은 배반하지 않을 수 있는지. 자신의 신념을 버리더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지. ... 당신이 어디서 누구와 무슨 공부를 했는지는 관심 없어요. 내가 알고 싶은 건 다른 모든 것들이 사라져갈 때 당신 내면에서 무엇이 당신을 지탱하게 해주는지. 내가 알고 싶은 건 이런 거예요. 당신이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텅 빈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걸 정말로 좋아하는지.

마술쇼- 서핑해본 적 있으세요? 지금 보드를 타고 나가서 큰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자, 그 에너지에 휩쓸려갈 준비를 하세요. 자, 여기 옵니다! 지금 그 에너지와 함께하고 있습니까? 그것이 공감입니다. 말이 필요없고, 그냥 그 에너지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 안에 생동하고 있는 것과 연결할 때 나는 서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과거의 것은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심리학을 많이 공부할수록 공감하기는 더 힘들 겁니다. 상대를 잘 알수록 공감하기가 더 힘들 겁니다. 진단이나 과거의 경험들은 당신을 서핑 보드에서 당장에 떨어뜨릴 겁니다. ...그 사람을 더 기분 좋게 해주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고 미리 생각하고 있다면 "첨벙", 보드에서 떨어집니다. 당신은 미래로 가버렸으니까요. 공감은 지금 여기에 있는 에너지와 같이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 무엇이든 "고치려" 하는 나의 습관에서 나를 해방시킵니다. 

얼마나 놀라운 통찰입니까? '초대'라는 시는 상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몇 살인지, 무슨 공부를 해왔는지, 사실을 말하는지가 너무나 중요한 제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상대의 진정한 모습을 알려면,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다른 사람 말고 자신에게 진실하고 충실한 사람인지, 삶이라는 모험을 바보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우리의 진정한 관심사여야 한다고. 

당신에게도 이런 것들을 물어주는 사람이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마술쇼'라는 시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대를 잘 아는 일이 도리어 공감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상대를 기분좋게 하거나 고치려는 생각을 버리고, 오직 상대와 함께 있는 지금 당신의 에너지에 집중하라, 그것이 바로 공감의 본질이라고 가르쳐줍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대화 잘하고 계십니까? 가장 중요하고 가까운 배우자와 가족들을 당연시하지 말고,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배우자라서, 부모니까, 자녀라면 우리에게 해야 할 당연한 일은 없습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자신을 먼저 살피고,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대화를 날마다 연습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18-1 401-51호(예관동, 비즈헬프)
  • 대표전화 : 010-7551-3091
  • 팩스 : 0540-284-309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지숙
  • 법인명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제호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03
  • 등록일 : 2018-06-15
  • 발행일 : 2018-07-01
  • 발행인 : 윤지숙
  • 편집인 : 윤지숙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oshuayoon72@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