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메멘토 모리! 까르페 디엠!
#24. 메멘토 모리! 까르페 디엠!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9.01.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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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지금, 내 곁의 사람

- 사는 날 동안 함께 동행한 말씀

'소중한 지금, 내 곁의 사람'

 

바람에 잔뜩 물이 베였다. 비가 올라나?...’  서점과 우체국을 들러 일을 보고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30분의 짧은 시간밖에 없다. 종종 걸음으로 뛰었더니 등에 땀이 흐른다. '장마가 시작했나? 명색이 바람인데 하나도 안 시원하네...’  종일 비는 안 내리고 습기만 높아 끈적거린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마치 십년 세월을 병실에 갇혀 지낸 내 처지처럼 우중충하다.

 

"? 어저께 티브이에 나온 아저씨다! 호호~"  시간에 쫓겨 탄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타고 계시던 두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 좋아져요?"  "? , ... 조금씩 천천히요".  대답하고 두 아주머니를 바라보니 연신 웃고 계신다. 속으로 그랬다. ‘뭐가 그리 신날까? 환자와 씨름하며 지내는 간병인 생활이?’

 

그러다 웃는 두 분이 좋아보였다. ‘그래! 나도 이 두 분처럼 비가와도 웃으며 살아야겠다!’  마음먹었다. 시인 폴발레리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했는데... 나는 '비까지 덤으로 마트의 1+1  할인상품처럼 흐린 날에도 웃고 살자.' 다짐했다.

제주 화가 강요배의 대표작 '마파람' , 바람속의 수수대같은 삶이 느껴진다.
▲제주 화가 강요배의 대표작 '마파람' , 바람속의 수수대같은 삶이 느껴진다.

달력에는 365개의 숫자가 있다. 그 중 아무 숫자 하나를 집어도 그 숫자가 특별한 사람이 있다. 내게는 별 의미도 기억도 없는 그 날이 누군가에게는 웃음 나고 눈물 나게 하는 특별한 날을 떠올리게 하는 숫자가 되어. 2014416- 그 숫자가 그러하듯.

 

도시의 길거리에 차고 넘치는 사람들, 그 중 아무나 무작위로 한 사람을 선택해도 비슷할 거다. 내 눈에는 잘나 보이거나, 혹 반대로 못 배운 가난한 사람으로 보여도 결코 어느 누구도 절대 가벼운 사람이 없을 거다. 그 사람과 이별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이 핑 돌지도 모를 그의 가족에게는. 누군가에게는 천하를 주어도 바꿀 수 없는 엄마거나 자식, 또는 아내나 아버지일 테니.

 

그렇게 모든 날은 귀하고 모든 사람도 귀하다. 하나뿐인 오늘이고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런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날, 그런 사람과 함께 보내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은 황금보다 귀하고 우주보다 소중하다고 했다. ‘내가 산(고난)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성경에서 답은 그랬다. ‘천지(시간과 사람)를 지으신 여호와에게 서로다라고! 그건 지금곁의 누군가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사는 날 동안 함께 동행한 말씀

 

로마시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로마 시가지를 행진하는 관례가 있었다. 이때 한 노예가 개선장군 뒤에서 외쳐대던 말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잊지 마라)’였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장군, 나중에 올 당신의 장례식을 떠 올려 보시요!”쯤이 될 것이다. 겸손하고 건방을 떨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어느 가정집 바닥의 모자이크 작품.흐르는 세월을 상징하는 바퀴와 부귀와 가난을 표현한 양쪽의 튜닉.핵심인 해골은 행운과 불행과 상관없이 죽음이 온다는 메멘토 모리를 말한다.날마다 밟고 지나가는 바닥에 이런 모자이크를 둔 이유는 잊지말라는 것
▲폼페이에서 발굴된 어느 가정집 바닥의 모자이크 작품. 흐르는 세월을 상징하는 바퀴와 부귀와 가난을 표현한 양쪽의 튜닉. 핵심인 해골은 행운과 불행과 상관없이 죽음이 온다는 메멘토 모리를 말한다. 날마다 밟고 지나가는 바닥에 이런 모자이크를 둔 이유는 잊지말라는 것.

 

톨스토이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중에서 메멘토 모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죽게 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삶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리라. 30분 후에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말에도 삶과 죽음을 아울러 이르는 죽살이라는 단어가 있다. 조상들은 죽음과 삶을 한 묶음으로 바라 본 것이다. 그리고 자 다음에 머리가 붙는 끄트머리란 말도 되짚어 보면 우리 조상들은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았다.

 

성경도 말한다. "좋은 이름이 귀한 향유보다 낫고 죽는 날이 사람의 태어난 날보다 나으니라. 애곡하는 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이는 그것이 모든 사람의 끝이기 때문이라. 살아 있는 자는 그것을 자기 마음에 두리라. 지혜로운 이들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고, 어리석은 자들의 마음은 잔칫집에 있다."(전도서 7장 1, 2, 4절)

 

그래서 중세 유럽에서 교회가 타락하고 대중이 고통을 받을 때 청빈과 순종의 아이콘인 클루니 수도원의 수도승들은 매일 아침 "메멘토 모리!"라고 인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특히 고통과 혼란이 삶을 억누를 때 메멘토 모리는 긍정의 힘을 발휘하여 고난을 헤쳐 나갈 동력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메멘토 모리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不可分)한 말이 바로 '까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 BC65~BC8)Carpe Diem이란 말을 자작시에서 처음 썼다. 끔찍한 전쟁을 겪으며 고통과 불안에 떨었던 로마시민들에게 이제는 마음 편히 오늘을 충실하게 살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호라티우스는 자신 스스로 황제의 비서 자리도 사양하고, 죽는 날까지 까르페 디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죽음을 기억하면서 지금을 사는 것은 어쩌면 고독한 길을 가는 여행과 같다. 하지만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이고, 고독은 스스로 자기 내면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다. 시인 함석헌은 이 고독의 공간을 동굴이라 말했다. 그가 쓴 시에서는 고독이 이렇게 표현되었다.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중에서]

 

구약시대 이스라엘백성은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했다. 그 광야에서 장정만 무려 60만 명이 죽었다. 남녀노소, 그리고 다른 민족들을 다 포함하면 2백만 명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광야에는 물이 없다. 먹을 음식이 없다.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 그런 환경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굶어죽거나 목말라죽거나 얼어 죽거나 그랬어야 옳다. 그런데 성경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런 사람은 없다. 단지 원망하다가 죽은 사람들뿐이다. 이스라엘백성은 굶어 죽은 것이 아니라 원망하다가 죽었다.

고단하고 팍팍한 광야를 살면서 원망없이 산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그래서 더더욱 잊지 말아야할 죽음과 그래서 더 소중할 지금과 내 곁의 사람들
▲고단하고 팍팍한 광야를 살면서 원망없이 산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잊지 말아야할 죽음과 그래서 더 소중할 지금과 내 곁의 사람들

 

이스라엘 백성은 메멘토 모리는 외면하고, 빗나간 까르페 디엠만 외치며 살았던 거 아닐까? 역사는 되풀이 된다. 민족이 집단으로 잘못 가거나 개인이 잘못 가거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올 끝을 기억하면서 지금, 내 곁의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굶어죽거나 얼어 죽기 전에 불평과 원망의 늪에 빠져 죽을 것이다. 그 가는 길이 고독할지라도 아침마다 자신에게 인사하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메멘토 모리! 까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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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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