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맑은 날이 좋은 것은 흐린 날을 보낸 덕분이며
평안이 감사한 것은 고난을 참았기 때문임을 압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제게 혹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끝이 아니고 시작이며 열매가 아니고 뿌리이기를 바랍니다.
죽지 않으면 다시 살길 없다던 주님의 말씀대로
장차 맞이할 새 생명은 아름답고 흠이 없으며
제대로 기뻐하는 상급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
내 자신에게 유익하게 살기도 이리 힘드니
남에게 유익하게 살기는 얼마나 어려울까요.
더 이상은 누구더러 그렇게밖에 못 사냐고 않고
왜 내게 도움 안 되냐고도 말 안하겠어요.
남에게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랬지요?
부디 받고 싶은 내 욕심 줄여서 그게 가능하게 해주세요.
그래서 먼 뒷날 하나님께 이런 칭찬 받고 싶어요.
‘잘살았구나! 대견하다’라는 칭찬의 말.
셋째 날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고
쉴 새도 없이 당하시느라
혹 몸살 나지 않으시는지요.
앞뒤도 안 맞고 염치도 없고
빤히 안 지킬 약속도 남발하는데
하나님은 자주 잊어주시나요?
저도 좋은 말 좋은 모습만
드릴 자신이 없어 단 하루, 오늘 만이라도
그저 말 줄입니다.
넷째 날
여름이면 서늘한 가을을 꿈꾸고
겨울에는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견디지요
가을만 봄만 좋다하고 자유만 누리고 싶습니다.
걱정 없이 배고픔 없이 슬픔 없이
그렇게만 살 수 없을까요? 하다가 철렁 멈춥니다.
그건 생명이 아니고 죽음의 전리품인 것을
그건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는 저승길이니
예수를 등지고 너무 멀리 가지 않게 해주소서.
다섯째 날
가난은 벗어나야만 하는 저주고
죽음은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 대상인줄 알았어요.
주어지면 안고 가고 한 번은 지나야할 과정일 뿐인데
나의 기도는 시작은 짧고 작게 조용히 한다면서
끝에만 가면 커지고 요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그래서 나의 40번째 작은 기도는
예수님의 40일 금식기도처럼 듣기를 원합니다.
"주님, 말씀하소서!“
여섯째 날
새벽 고요 속에 잠 깨어
살포시 꺼내어 놓고 바라봅니다.
기쁨도 감당 못하고
슬픔도 감당 못하고
믿음도 감당 못하고
온통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랑, 삶, 생명...
이대로는 도저히 주님나라까지 못갈 것 같아
당신이 어떻게든 해주십사 조아립니다.
일곱째 날
슬픈 마음은 또 슬픔을 부르고
외로움은 더한 외로움을 부르네요.
하루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잠 깬 첫 번째 마음 선택에 달렸다는데
행운처럼 감사하기가 많이 힘드네요.
그래도 부디 원망으로 시작은 않기를 빌면서
오늘도 또 알게 됩니다.
내 믿음은 날마다 흔들리는 갈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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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