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작가] #27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김재식 작가] #27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9.03.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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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시기, 그때 그 말씀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나 오늘 마음이 너무 두렵고 잠을 못 이루겠어..."
"그래요, 걱정 마세요 같이 있어주지요 뭐!"

아픈 아내와 지친 나를 위로하려고 문병을 왔던 그 친구는 그렇게 발목을 잡혀 병원 휴게실에서 밤을 꼬박 샜습니다. 그동안 병명도 모르고 긴 시간 헤매며 병원을 옮겨 다니다 거의 송장에 가까울 만큼 허약해진 아내를 강남삼성병원 응급실에 실어다 놓고 나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앞으로 닥쳐올 여러 번의 대수술 예정, 감당해야 할 병원비용, 버려진 논밭처럼 방치될 아이들은 누가 돌보지? 이런 암담한 고민들이 슬픔이 되어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혔습니다. 질식할것 같은 무게를 못견뎌 남몰래 차를 타고 나가 길가에 차를 대고 차 안에서 울었습니다. 이걸 다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하늘이 야속했습니다. 

 

사진은 전신마비 바로 직전 강남S병원에서 재활할 당시. 통증으로 죽다 살아난 아내가 잠시 평안한 순간
▲사진은 전신마비 바로 직전 강남S병원에서 재활할 당시. 통증으로 죽다 살아난 아내가 잠시 평안한 순간

삼성병원 응급실을 오기 전까지 건대 부속병원에서 소견서와 MRI 시디를 받고 퇴원하고도 우리는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종이컵과 곽티슈를 박스로 사와서 곁에 두고 한번 토할 때마다 컵 하나 휴지 한 장을 빼서 처리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 토해내는 건 끈적거리는 위액과 침, 쓴 물뿐이었습니다. 

'그래 이러다 그냥 죽을지도 모른다. 이게 운명이라면 피할 수가 없겠구나.' 

그렇게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형제들이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큰 형과 동생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내게 돈을 쥐어주면서 무조건 큰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라고 야단을 쳤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러게... 내가 왜 이렇게 맥을 놓고 있었을까?’ 마치 아주 나쁜 마법에 걸렸던 사람처럼 번쩍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2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가 죽어가는 걸 손 놓고 보려고 했다니...

그렇게 올라온 응급실에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계속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대기실에서 의자에 앉아 며칠씩 밤을 세우는 몸의 고단함을 못 느낄 정도로 마음이 괴롭고 걱정이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 문병을 온 오랜 신앙의 친구는 나에게 붙잡힌 지푸라기가 되었습니다.

"나 사실 두려워, 무섭고 자꾸 악몽을 꾸면서 가위에 눌리네, 바보같이.... 괜찮으면 나와 같이 좀 있어줄래?" 
"그럴게요. 같이 여기서 자고 아침에 바로 출근을 하지요 뭐!"

삼성병원 1층 수납창구앞 긴 의자에 담요를 깔고 같이 누워서 그제야 나는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소 압박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연약해지고 보잘 것 없어지는지를 뼈저리게 체험했고, 그래서 그런 순간에 곁에 있어주는 자비심과 배려가 얼마나 큰 사랑인지도 경험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다고 원망한 하나님이 사람들을 보내 암흑에 빠진 나를 다독이고 슬픈 내게 손길을 내밀게 한 것을. 이전에는 그저 종교인들이 가지는 당연한 상투적인 말 정도 느낌으로 받아들이던 말씀 구절이 새록 살아서 다가왔습니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투르스의 마틴(Martin of Tours)은 로마의 군인이자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매섭게 춥던 어느 날, 한 거지가 그에게 구걸했습니다. 마틴은 수중에 돈이 없었지만, 추위로 새파래진 그 남자를 보고 자신의 군복 외투를 반으로 찢어 절반을 그 거지에게 주었습니다. 그 날 밤 그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하늘 궁정에서 자신의 외투 절반을 입고 계시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는 한 천사가 질문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주님, 주님은 왜 그 찢어지고 오래된 외투를 입고 계시는지요? 누가 그것을 당신에게 드렸습니까?” 그러자 예수님이 대답하셨습니다. “나의 종 마틴이 주었느니라.”

"이에 의인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어느 때에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옷 입혔나이까 어느 때에 병드신 것이나 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가서 뵈었나이까 하리니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태복음 25장4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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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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