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작가] #28.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김재식 작가] #28.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9.03.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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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는 불행속의 그때 그 말씀들 3

 

"이쪽 길로 쭉 가면 어떤 아저씨가 기다릴 거야. 그 아저씨 따라가서 주는 밥 먹고 보내주는 학교 다녀!"
"….......”
"우린 이제 못 볼지도 몰라, 말 잘 듣고 살아!"

아내는 딸아이를 학교에 내려주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껴주고 사랑해주던 엄마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딸아이는 충격을 받아 슬프고 혼란스러워 하면서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엄마가 몸이 너무 아파서 생각도 말도 좀 이상하게 나오는 것뿐이다. 절대 어디로 가거나 집에 안 들어오면 안 된다, 알았지?" 아이를 상처 받을 게 마음이 아파 안아서 달래주며 얼른 학교 정문으로 밀어 보냈습니다.

이런 아내의 정신착란과 환각증상이 시작된 것은 두 번째 입원해서부터입니다. 팔을 한 시간, 어떤 때는 두 시간씩 빙빙 돌리며 방언도 기도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강남 삼성병원에서도 의학적으로 연구대상이라고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의학적 보고서 등에 사용하는 걸 동의해 달라는 양식에 서명도 해주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시작된 이상한 동작. 손목이 90도로 꺾어지고 심하게는 두 시간씩 온몸을 흔들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시작된 이상한 동작. 손목이 90도로 꺾어지고 심하게는 두 시간씩 온몸을 흔들었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는 새벽기도회를 오고 가면서 캄캄한 길에 귀신들이 떼로 몰려 있다고 두려워하며 차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숨곤 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앞자리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고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증상이 심해지던 아내는 둘째아이가 도둑질, 강도질 등 온갖 못된 행동을 하고 다니다 맞아 죽었다고 시체를 찾아가라는 경찰의 연락이 올 거라고 날짜까지 정해서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기어코 등교하는 아이에게 충격을 준 것입니다. 도움을 요청한 나의 부탁에 예배실로 와주신 교회 목사님 내외와 집사님, 권사님들에게 아내는 교회가 곧 무너질 거라고 저주하고며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었습니다. 여럿이 붙잡고 진정시키려 했으나 불가능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는, 성경에 나오던 귀신 들린 상태, 딱 그 장면이었습니다.

사실은 퇴원 후 20여 일이 넘는 내내 나는 그런 증상을 남들에게 숨기고 지냈고, 행여나 아내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싶어 터무니없는 온갖 부탁을 다 들어주었습니다. 멀쩡한 옷과 책을 다 갖다 태우고, 보험도 해약하라고 해서 해약해 버렸습니다. 그 보험만 남겨두었더라면 이 후 십여 년이 넘도록 지내는 병원 입원기간동안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면 아내가 참 밉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일이 있고 다음 날 아내는 산에서 자기를 부른다고 맨발로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깜짝 놀란 장인어른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란 나는 곧 따라가서 아내를 붙잡았습니다. 아내는 부들부들 떨면서 산에 있는 묘지에서 누군가 자기를 기다린다고, 내가 자기를 속이고 있고, 곧 죽일 거라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습니다.

‘교대 간병으로 '난민' 같은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그 20일의 지옥 같은 시달림에 지친 내 몸은 완전 뼈만 남은 해골 같아졌습니다. '정신병원에라도 가둘 바에야 차라리 이참에 같이 죽어버릴까…?' 그날 이후로 병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도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아내를 강원도 깊은 산 속 기도원으로 옮겨놓고 우리 가족들은 때론 이산가족으로, 때로 교대 간병으로 난민 같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 곳 밖에 갈 곳이 없었습니다.

 

12월 혹한에 들어간 강원도 깊은 산속 기도원, 주차장의 내 차를 파묻어버리며 쌓인 70센티미터의 눈을 오전 내내 치우고 일터로 가야 했습니다. 그 고단했던 한겨울의 5개월 기도원생활은 평생 우리 가족에게 난민의 추억을 남겼습니다.
▲12월 혹한에 들어간 강원도 깊은 산속 기도원. 주차장의 내 차를 파묻어버리며 쌓인 70센티미터의 눈을 오전 내내 치우고 일터로 가야 했습니다. 그 고단했던 한겨울의 5개월 기도원생활은 평생 우리 가족에게 난민의 추억을 남겼습니다.

다큐 동영상 ‘팔복, 맨발의 천사 최춘선’과 ‘애통하는 자...’ 등을 제작한 김우현 감독은 간증에서 털어놓았습니다. “주위에서 처음 발견한 ‘지극히 작은 자’는 한 달씩 머리를 감지 않아 떡이 진 채로 누워있는 귀신들린 누이였습니다. 어머니 화병의 원인 제공자이며, 패가망신시켰고, 그의 인생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생각하며 늘 정죄했던 그 누나를 카메라에 담다가 보니 처음으로 사랑스럽고 긍휼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라고.

그 간증을 보면서 얼마나 공감이 되는지 슬픔과 애잔함이 몰려왔습니다. 정신이상으로 칼을 들고 가족들을 피 흘리게 하는 숱한 일들이 곳곳에서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 가족들이 겪는 참담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고단함과 두려움과 원망을...

'미국 최고의 신학자'라는 스텐리 하우어워스 교수. 그가 일군 학문적 금자탑 저편에는 심각한 정신병 환자인 아내로 인해 겪어야 했던 처절한 외로움과 절망의 시간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의 부인은 심한 조울증 환자였습니다.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하겠다고 고집하고, 하나님의 신호를 기다리며 잠들기를 거부하고, 환시와 환청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끝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이혼을 해주었고 그의 아내 앤은 여러 번 자살시도를 했고 마침내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미친 듯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바로 다음에 당신이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매달려 하루를 보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이것이다. 만약 당신이 함께 사는 누군가가 정신질환에 걸렸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첫 번째 임무는 당신이 살아남는 일이다. 당신이 살아남지 못하면, 모두 다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살아남으려는 노력은 절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아내에게 온 그 지독한 환각과 정신착란이 연달아 맞은 독한 스테로이드 처방의 부작용이며, 또 다른 원인과 결합하여 아내에게 일어난 이 불행은 아내의 몸을 완전히 죽은 나무토막처럼 사지마비를 만들어 놓고야 빠져나갔습니다. 

그 기간 내내 나는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예수님이 귀신들린 사람에게 명령했던 말,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를. 성경에도 예수님은 정말 많은 귀신들린 사람들을 고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픈 사람도 민망히 여기고 가슴 아파 울기도 했던 예수님이 귀신들린 가족들의 고통에야 얼마나 공감했겠습니까? 그래서 정신질환자를 치유하는 일은 큰 사역의 하나였습니다. 그 갇힌 영혼의 고통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때, 회당 안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 한 명이 울부짖었습니다. “나사렛 예수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우리를 망하게 하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신 줄 압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이십니다.” 예수께서 귀신을 꾸짖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나와라!” 그러자 더러운 귀신은 그 사람에게 발작을 일으키더니 비명을 지르며 떠나갔습니다."(우리말성경 마가복음 1장 23~ 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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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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