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인(勸書人, colporteur)으로 살아가기
권서인(勸書人, colporteur)으로 살아가기
  • 라종렬 목사
  • 승인 2018.07.06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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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책의 사람이고 또 권서인입니다
ⓒhttps://brunch.co.kr/@smileman/185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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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인'(colporteur)이라는 말은 불어의 'col'(목)이라는 말과 'porteur'(운반한다)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즉 목이나 어깨에 봇짐을 걸어 물건을 운반한다는 뜻으로 서적 행상인을 가리킵니다. 지금은 단순하게 책만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읽기를 권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고백이기도 하지만 서적의 판매 수치와 여타의 조사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통계적인 사실입니다. '타국에 비해서 우리의 책읽기 수준은 심각하다 못해 위험한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읽게 할까?'를 많은 이들이 고민하게 됩니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포이에마)의 박총 작가는 권서에 대한 단상 머릿글을 열면서 "오만가지 방법으로 책읽기를 독려하는 방법들이 있지만, 읽어야 할 이유보다 읽을 수 없는 이유가 더 많다. 이 상황에서 또 한 권의 책을 내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책을 통해 불을 지르고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겨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읽은 책을 통해 삶의 갈피에 켜켜이 스며든 구절들을 나누는 것이 그나마 읽을 수 없고, 읽지 않는 이들을 배려하고 섬기는 차원이 아닐까 해서 그렇게 자신에게 새겨진 구절들을 모아 책을 내었노라." 말했습니다. "비록 짧은 문장이지만 가볍지 않고, 묵직한 단상을 전하고 있기에 충분히 삶을 담글 수 있는 욕조로 쓰이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피력합니다. 그래서 책읽기의 달콤함을 맛보길 기대하며 권서합니다.

 

새물결플러스의 김요한 목사도 최근 페북 포스팅에서 날로 어려워지는 출판사의 입장에서 그리고 권서인의 입장에서 '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나누며 책읽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시합니다.

빈약한 독서문화, 스마트폰의 영향, 끊임없이 쏟아지는 뉴스거리로 마음의 여유가 없고, 책을 살만한 빈약한 재정적인 이유등을 다양하게 제시합니다.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이유와 바람은 마지막에 담은 표현입니다.

“좋은 책을 읽고 그 책이 주는 감동과 도전과 자극을 따라 살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살아내는 좋은 모델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에게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실존 인물이 워낙 부족하다.”라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이유에서 괜스레 큰 책임을 통감하게 됩니다. 사실 목회자는 권서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으라 하고 또 그 가르침대로 살라고 늘 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책읽는 사람이 부족하다면 좋은 모델이 되어주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닌가 해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면, 성경에는 많은 권서인들이 있습니다. 모세도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의 말씀 읽기를 권했고 또 자손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고 정기적으로 함께 읽을 것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다윗은 몸소 그 말씀 읽기의 모범이 되었고, 에스라는 그 말씀을 이스라엘에게 함께 읽으며 떠먹여 주었고, 예수님은 아예 책이 되셔서 당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우리가 책이 되신 몸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살 수 있다고 하시며 책(말씀)읽기를 권하셨습니다. 그리고 땅끝까지 이르러 그 책(복음)을 부지런히 가르쳐 지키게 하라 명하신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디모데에게 이 책읽기에 대한 권면에서 원저자(하나님의 감동)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책읽기의 유익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증거하고, 책읽기의 방법에 대해서도 때를 얻든지 못얻든지(소위 시도 때도 없이) 읽으라고 권하고, 책읽기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서도 경험적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권서하게 됩니다(딤후 3:15-17).

그러니 오늘 그 후예로 사는 목회자들도 목회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권서를 위해 설교도 가르칠 뿐 아니라 그런 권서의 수 많은 방법들 중에서 아예 책의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된 권서인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책으로 말하고 책으로 사람을 빚어 온전한 하나님이 사람으로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의 사람으로 갖추게 합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은 목회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책의 나라'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 권서의 역사는 오래되었다고 봅니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성경에 대한 권서가 시작된 것은 1882년 만주에서 누가복음, 요한복음이 한글로 번역될 즈음이었습니다. 만주에서 활동한 스코틀랜드 선교사 로스(J. Ross)에 의하면, 이 무렵 간행된 복음서들이 한국인들에 의해 한국에 반입되었는데 그들은 무보수로 수백 권의 단편성경을 팔거나 배포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교회가 세워지고 성장하기까지 최선봉에서 성경보급에 힘쓴 사람들이 바로 권서인들이었습니다. 로스는 1882년 10월 6일 한국 최초의 권서인 서상륜에게 500권의 단편성경과 그 밖의 기독교관련 소책자들을 주어 평안도 의주로 들어가게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초기한국교회에 몰려온 온갖 시련과 모진 풍상을 온몸으로 감당하며 황무지를 개척한 믿음의 용사들이었고 민족수난기라는 역사의 현장에서 ‘성경봇짐’을 메고 다니며 복음전파의 사명을 감당한 ‘권서인’들이야말로 한국교회의 선구자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먼저 척박한 그 길을 간 선조들의 헌신을 통해 난 길을 따라 오늘 우리도 책을 통해 유익을 얻고 권서인으로 또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먹으라』(IVP)의 저자 유진피터슨은 읽기를 먹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지만 일반적인 글은 읽는 것이지만 책은 삶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다고 봅니다.

또한 사람은 무엇을 먹느냐가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라면 삶은 무엇을 읽느냐가 내용과 방향 그리고 그의 인격을 좌우하는 것이기에 읽기를 먹기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많은 책들은 우리가 읽지만 성경은 우리 삶을 읽어 준다고 말합니다.

우린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오래도록 책과 불가분의 관계에 살아왔습니다. 젖을 떼면서부터 글 없는 그림책을 뜯어 먹는 것으로 시작하여, 부모님이 읽어주는 것을 듣으며 읽고, 글을 읽혀 갈 때쯤 부터는 점점 다양한 동화들을 읽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여 교과서를 읽고 공부를 위해서 참고서를 읽고 먹었으며, 더 깊은 책읽기와 삶을 살아내기 위해 책을 이해하고 묻는 문제지를 파먹어야 했습니다.

대학에서는 두터운 전공서적을 통해 한 분야의 전문적인 부분을 더 깊이 분해하며 읽었습니다. 평생의 직장을 얻기 위한 시험을 위해서도 읽고 어느새 그런 직장에서 생활하기 위해 시사정보를 위한 읽기, 마음의 양식을 위한 읽기, 가르침을 위한 읽기 등등 책읽는 목적에 따라 수 없이 많은 책읽기의 동기와 목적을 따라 살아온 것입니다.

권서인은 그 직의 능력이 자신이 먼저 책의 사람이 되는 데에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삶이 변화되는 책읽기, 자신이 성숙해 지는 책읽기가 선행되어야 하며, 결국 더 고상한 읽기는 책읽어 남주는 그래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위한 책읽기가 되어야 합니다. 기껏 자신만의 마음의 양식 삼고 자신의 유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보와 처세를 위해 발악하고 자기만 잘먹고 잘 사는 책읽기는 지독한 이기적 기형의 사람을 양산하여 공존공영에 방해되는 종양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글쓰는 그리스도인』(성서유니온)이라는 책을 쓰신 김기현 목사님은 "책을 읽다가 글을 쓰게 되었고, 글을 쓰다보니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또 권서인이 되셔서 글쓰기학교를 운영하고 계시면서 권서인으로 살고 계십니다. 그렇게 오늘 저도 권서인으로 살아갑니다.

골방에서 두꺼운 책과 씨름하고, 이동 중에 가벼운 책 한권으로 미소짓고, 그렇게 얻은 것을 공동체와 함께 읽으며 나누는 것을 통해 서로 유익을 주고 받으며 배우고 익힙니다. 멀리 있는 이들에게 온라인 접속을 통해 그 감동을 나누며 권서합니다. 책 한 구절을 나누고, 사상을 논하고, 표지사진 하나 나누고, 얻은 배움을 나누는 일 등등, 그런 작은 몸부림들이 모두 다 권서의 다양한 그림이라 믿습니다.

우린 모두 책의 사람이고 또 권서인입니다. 우리를 지으신 분이 책이셨고, 우리 삶이 늘 책을 읽은 대로 쓰여지고 있으며,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채워 가면서 각자의 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왕 선구자들의 지혜를 득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것을 얻는 유익을 마다하지 않고 도움을 얻는다면. 적어도 우리에게 허락한 삶의 한 장들마다 깊은 맛을 고스란히 누리고 배워서 고상한 책의 향기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삶의 지혜가 함축된 그 책들을 읽고 권하는 일들이 귀하기에 권서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또한 즐겁고 보람되고 기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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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사랑의교회 담임인 라종렬 목사는 성서유니온선교회 순천지부 위원이자 <매일성경> 큐티지의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혼자 책을 읽기보다는 ‘함께 읽기’를 권면하며 매월 여수, 순천, 광양지역 목회자들 15명과의 책사랑(冊舍廊), 매주 10여명의 목회자들과 금요수공회(金曜修共會), 매주 두 시간 일반인들과의 ‘슬로레’(Slore=Slow Reading) 등의 독서모임을 통해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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