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작가] #31.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해진다
[김재식 작가] #31.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해진다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9.03.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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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는 불행속 그때 그 말씀들 6

"아무래도 큰 병원으로 옮기셔야 할 것 같은데요?"

"조금만요, 며칠만 더 지켜보고요."

 

아내의 퇴원을 놓고 의사 선생님과 흥정을? 아내는 삼 개월째 밥을 먹지 못해 죽으로 연명 중이었습니다. 종이컵 하나 정도의 용량을 그나마 반도 채 못 먹으니 의사선생님도 조마조마하고 불안했나봅니다. 또 응급실로 가면 병원비는, 어린 막내는 누가 돌보나?' 나도 속으로 별별 걱정이 몰려왔습니다. "아내야, 제발... 밥 좀 먹어주라. 제발 부탁이다."

 

그러면서도 출근하러 가면서 한 시간, 퇴근길에 세 시간 정도를 병원을 들러 아내의 굳어진 팔다리 관절을 마사지하고, 답답해하는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1층 로비나 주차장을 돌았습니다. 그렇게 걷는 동안 부르는 찬송가는 저절로 슬퍼졌습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어떻게 알았는지 KBS1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연락이 와서 촬영을 했습니다. 목 질환의 한 사례로 아내의 난치병 질환과 그로 인한 사지마비의 투병생활을 자료로 촬영해 간 것입니다.

 

2009년 8월13일 방송된 KBS1 생로병사의 비밀
2009년 8월13일 방송된 KBS1 생로병사의 비밀
2009년 8월13일 방송된 KBS1 생로병사의 비밀
▲아내는 너무 먹지 못해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그럭저럭 지내다가 다시 고비가 왔습니다. 아내는 숨 쉬는 것을 힘들어하더니 기어이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보통 때는 밤 9시가 좀 넘으면 병원을 나가야 하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아내의 상태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머물러야 했습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급기야 산소탱크를 끌고 오고, 수시로 혈압과 맥박을 체크했습니다. 점점 힘들어하는 아내의 얼굴과 불규칙한 숨 쉬는 소리가 괴로웠습니다. 자정을 넘기고 새벽 한 시, 두 시. 도저히 더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큰 비닐봉지를 두어 개 얻어서 짐을 다 담았습니다. 아내와 휠체어를 차에 태우고 나니 새벽 240, 울컥 서럽고 속상한 맘이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응급실을 가지 않기를 그렇게 빌고 빌었는데.

 

정숙씨, 이거 끼고 가...” 같이 따라 내려와 준 공동간병사. 나와 동갑이던 그분은 자기 손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빼서 아내의 손에다 끼웠습니다. 그녀는 마음 단단히 먹고 기운 내서 투병해야 한다며 "내 마음이 여기 있으니 보면서 기운을 내라, 기도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차가 출발하고도 한참 동안 서서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백미러로 봤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분은 루게릭병을 앓고 진행되어가는 남편을 간호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아내보다 더 무서운 불치병. 그런데도 궁지에 몰린 남을 돌아보았습니다. 때론 사람이란 참 설명이 안 되는 미스터리 덩어리입니다. 약할 때 더 강해지는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요?

 

"일어나세요! 여보세요.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 알았어요, 일어난다니까요!"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강남 삼성병원 1층 로비, 밤이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슬슬 담요 하나씩 들고 나타납니다. 대부분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가족을 누이고 잠들 곳을 찾아 나온 보호자들입니다. 그 속에 아내를 중환자실에 누이고 잘 곳 없는 나도 끼었습니다.

 

다음 날 중환자실의 30분 면회시간. 밤새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비몽사몽 보낸 아내는 나를 보더니 말도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그저 손을 꼭 쥐고 "괜찮아 질 거야. 잘 치료해 줄 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자"라며 누구나 하는 녹음기 같은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불과 1년전 딸아이 양궁장으로 응원갔을 때 건강했던 아내
▲불과 1년전, 딸아이 양궁장으로 응원갔을 때 건강했던 아내
불과 1년전 딸아이 양궁장으로 응원갔을 때 건강했던 아내
▲난치병 발병 후, 1년 만에 뼈만 남은 아내

옮긴 일반병실에 아이를 중환자실에 누이고 50일이나 바깥에서 기다렸던 엄마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겨우 19개월 된 어느 날 놀다가 넘어져서 가볍게 병원을 갔더니 뇌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 깨어나지 못하고 50일을 중환자실에서 무의식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얼마나 성격이 느긋하고 잘 웃는지 내가 그 아이에게 흠뻑 빠졌습니다. 흰옷 입은 의사만 보면 펑펑 울면서도 아픈 것은 잘 참고, 밥도 잘 먹어주고, 하루 종일을 누워 지내도 잘 보채지도 않았습니다. 그 아이와 엄마는 무슨 힘으로 그렇게 잘 견디고 오히려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에게 생기를 주는 강한 사람이 되었는지 신기했습니다.

 

기약 없는 질병에 걸린 환자, 그 가족들의 삶은 사람을 야금야금 뜯어먹는 괴물에게 포로로 잡혀 살아가는 먹잇감과 같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오히려 그 질곡의 깊은 수렁에서 빛이 나오기도 하고 남에게 격려를 주기도 합니다. 성경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걸까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 은혜가 너에게 충분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해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약한 것을 더욱 기쁜 마음으로 자랑하여 그리스도의 능력이 나에게 머물러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약해지고 모욕을 당하고 가난하며 핍박과 괴로움 받는 것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약할 그 때에 강해지기 때문입니다.(현대인의성경 고린도후서 129, 10절)

 

시성(詩聖)이라 불리우는 호머도, 밀턴도 맹인이었습니다. 악성(樂聖)이라 불리우는 베토벤은 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 루스벨트는 휄체어에 앉아 미국과 세계를 다스렸습니다. 발명왕 에디슨은 30세에 축음기를 만들었는데 그는 아이 때부터 거의 귀머거리였습니다.

 

신약성경을 절반이나 쓴 사도 바울이 여러 병에 시달렸는데 학자들은 그가 간질 환자였다고 합니다. 그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완전해진다'(고후12:9)라고 말하고 오히려 `나의 약함을 자랑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누구보다 믿음의 사람들에게 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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