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원 목사] 욥기는 의인이 받는 고난의 문제인가?(12)
[황대원 목사] 욥기는 의인이 받는 고난의 문제인가?(12)
  • 황대원 목사
  • 승인 2019.03.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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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이 28장에서 말한 지혜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팟캐스트 <타브>의 '바이블코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황대원 목사
▲팟캐스트 <타브>의 '바이블코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황대원 목사

(4) 욥이 말하는 지혜 : 욥기 28장

욥기 27~31장은 욥의 최후변론이다. 그런데 욥은 최후변론을 하던 중 28장에서 조금 다른 어조로 지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욥기 28장은 ‘지혜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유명하다. 이 내용은 전후문맥과 비교하여 이질적인 내용이기에 특이하게 여겨진다.

욥은 세 친구들과 변론이 점점 격해져 최후변론에서 자신이 무죄임을 강하게 어필한다. 그러던 중 욥기 28장에서 지혜와 명철을 어떻게 얻을 수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제시한다.

욥이 고난 받기 이전부터 의인이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의인인 욥이 언급한 지혜이기에 가치 있게 평가한다. 욥의 지혜에 대한 정의는 잠언의 지혜의 정의와 유사하다. 따라서 욥은 지혜에 대해 알고 있는 참된 지혜자이다. 더 나아가 참된 지혜를 간직한 욥은 의인이라는 결론까지 얻을 수 있다. 과연 그러한지 욥기 28장을 확인해보자.

욥기 28장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11절은 지하에서 광물을 채집하는 어려움에 대해 말한다. 욥이 살던 고대에 지하자원을 채굴하는 것은 아무나 알 수 없는 지식과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욥은 어떤 사람이 먼 오지 깜깜한 지하갱도에서 위태롭게 지하광석을 찾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다.

“사람은 어둠을 뚫고 모든 것을 끝까지 탐지하여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있는 광석도 탐지하되 그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떠나 갱도를 깊이 뚫고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사람이 없는 곳에 매달려 흔들리느니라”(욥 28:3~4).

욥은 왜 자신을 변론하던 중 뜬금없이 지하광물을 찾는 어려움을 말한 것일까? 욥은 광물채집의 어려움을 말한 후 갑자기 지혜와 명철이 어디에 있는지 말한다. 이는 지혜와 명철이 그만큼 얻기 어려움을 비유한 것이다. 지하광물을 찾기 어렵듯이 지혜와 명철도 찾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혜는 어디서 얻으며 명철이 있는 곳은 어디인고 그 길을 사람이 알지 못하나니 사람 사는 땅에서는 찾을 수 없구나”(욥 28:12~13).

욥은 지혜를 땅에서도 깊은 바다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지는 15~19절은 지혜와 명철의 값어치가 그 어떤 보물과도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내용이다. 왜 이런 말들을 하고 있을까? 욥은 지혜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대가를 치른다고 하여도 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란 말인가? 욥은 지혜와 명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님께 있다고 알려준다.

“하나님이 그 길을 아시며 있는 곳을 아시나니”(욥 28:23).

28장 마지막에 욥은 자신이 하나님을 통해 알게 된 지혜와 명철이 무엇인지 답을 제시한다. 욥이 말한 지혜와 명철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또 사람에게 말씀하셨도다 보라 주를 경외함이 지혜악을 떠남이 명철이니라”(욥 28:28).

“또 사람에게 말씀하셨도다”는 자신이 제시하는 답의 출처가 하나님이시라는 말이다. 이는 자기주장의 근거를 밝혀 확실성을 부여한다. 욥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이고 악에서 떠나는 것이 명철이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을 경외함’과 ‘악에서 떠남’은 욥기서론에서 언급된 욥에 대한 평가내용이다. 지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는 말을 부정하기 힘들다. 또한 악에 머무르지 않은 것이 명철이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욥이 결론내린 지혜와 명철에 대한 정의는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않았지만 욥은 참된 지혜자이고 그 지혜는 의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나는 욥이 욥기 후반부에서 하나님을 만나기 이전에는 의인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28장에서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않은 욥이 말한 지혜와 명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욥이 지혜에 대해 내린 결론과 유사한 내용이 잠언에 있다. 잠언은 제목 그대로 지혜서이다. 잠언에 기록된 지혜와 욥의 견해가 같다면 욥은 지혜에 대해 바로 알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잠언은 지혜와 명철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 다음은 지혜에 대한 잠언의 내용이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잠 9:10).

욥의 말과 다르지 않다. 역시 욥은 진리를 간직한 지혜자인가?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잠언 지혜자의 말과 욥의 말은 조금 다르다. 욥은 주를 경외함이 지혜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주는 분명 하나님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라는 말이다.

그런데 잠언의 지혜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원문을 직역하면 ‘지혜의 출발’ 혹은 ‘지혜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어떤 이들은 단어 하나 차이를 너무 민감하게 의미부여하는 것 아니냐고 시큰둥하게 반응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욥의 말과 잠언 지혜자의 말은 엄연히 다르다. 욥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 자체가 지혜라고 생각한 반면 잠언의 지혜자는 하나님을 경외함은 지혜로 나아가는 출발점 혹은 지혜를 얻기 위한 시작점 혹은 지혜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명철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욥은 ‘악에서 떠난 것’이 명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언의 지혜자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라고 말했다. 이 둘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악에서 떠남’이라는 욥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죄를 짓지 않는 상태, 악한 의도와 목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악한 생각이나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아울러 말했을 것이다. 욥은 그런 상태를 명철이라고 했다.

한편 잠언의 지혜자가 말한 ‘거룩하신 자를 안다’는 무슨 의미일까? 거룩하신 자는 분명 하나님을 가리킨다. 죄와 구별되어 성스럽고 존귀한 속성인 거룩으로 하나님을 표현하였다. 또한 ‘아는 것’으로 번역된 ‘דעת(다아트)’는 창세기 2:17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사용된 단어로 그 뜻은 ‘지식’이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직역하면 ‘선악 지식나무’정도일 것이다. 이 용례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듯이 ‘דעת(다아트)’는 본질적인 의미를 지닌 지식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잠언의 지혜자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아는 지식을 명철이라고 한 것이다.

이상으로 지혜와 명철에 대한 욥의 말과 잠언의 기록이 유사해 보이지만 다른 내용임을 확인했다. 욥은 지혜와 명철에 대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 즉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악하지 않은 상태로 이야기했다. 이는 신앙의 외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이해이다. 그는 인간이 추구해야할 신앙의 핵심인 궁극적인 지혜를 율법적 행위결과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반면 잠언에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은 목표가 아닌 지혜로 가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하나님을 거룩하신 분으로 이해하는 지식에까지 이르는 내용으로 설명한다. 이는 욥의 견해보다 본질적인 변화와 궁극적 상태에 대한 묘사이다.

이처럼 잠언 지혜자와 욥의 지혜에 대한 견해는 다르다. 따라서 욥기 28장이 지혜에 대한 진리를 담고 있다는 입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욥기 28장을 근거로 하나님을 뵙기 전의 욥을 참된 지혜를 간직한 자, 즉 의인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4. 서론의 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위에서 욥이 고난 받기 이전부터 의인이라는 주장의 근거와 그렇게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욥기 1~2장은 욥이 인간으로서는 최고의 신앙을 지녔고 비할 데 없이 훌륭한 존재라고 독자에게 전해준다. 그러나 본문은 그러한 욥에게 ‘의’라는 용어를 엄격하게 절제하고 있다. 따라서 욥을 의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본문은 단지 욥을 훌륭한 신앙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혹자는 훌륭한 신앙인과 의인이 동일한 개념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나는 1~2장의 욥과 42장의 욥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1~2장의 욥에게 ‘훌륭한 신앙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1~2장이 제시하는 욥은 온전함을 추구한 훌륭한 신앙인이다. 반면 욥기 42장이 제시하는 욥은 의인이다.

이 둘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이번 욥기해석 시리즈의 핵심이다. 그러하기에 계속해서 욥기가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의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제 욥이 여호와신앙을 가진 비견할 수 없이 뛰어난 인물임을 확인했으니 욥기 3장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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