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학 목사] 스몰스몰, 보꾸보꾸
[김상학 목사] 스몰스몰, 보꾸보꾸
  • 김상학 목사
  • 승인 2019.04.0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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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일기 1. 나는 시에라리온의 희망을 보았다


3월 11일 서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룽기공항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두워서일까, 아프리카 사람들의 얼굴이 한눈에 잡히지 않는다. 웃지도 않는 데다가 무겁지도 않은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가로채 갈 때에는 무섭고 황당했다. 그렇게 23일까지 13일간의 시에라리온으로의 선교 일정이 시작됐다.


룽기공항의 현지인들은 작은 소리로 “스몰스몰”이라는 말을 읊조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금만, 조금만”이라는 뜻으로 영어의 “스몰”(small)을 그렇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돈을 조금만 달라고 하는 말로 통한다. 다행히 우리 선교사를 잘 아는 외교부 직원이 이를 보고 우리 앞에 가면서 다가오는 인부들을 제지해 줌으로써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후에 공항식당에서 식사하고 거스름돈을 받는데 여직원이 1불을 빼고 가져왔다. 이유를 묻자 미소로 얼버무리려고 해서, ‘팁’이라고 했더니 얼굴이 활짝 펴진다. 외국인에게 서비스하고 조금이라도 팁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환경을 본 뒤에야 “스몰스몰”이란 그들의 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 동틀 무렵 프리타운 해변으로 나가 보았다. 우리나라 동해안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해변이지만 보이는 것은 배 한 척과 어부들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 해변에서 우리나라 해운대와 같은 해수욕장을 볼 수 있었다. 이는 굉장한 관광 자원이다. 몇 년 후에는 파라솔과 야자수 나무 아래 선탠과 해수욕을 즐기는 무수한 외국인들이 달러를 뿌리게 될 것이다. 이미 해변에는 호텔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아침 식사 후에 프리타운 산꼭대기에 세워진 시에라리온 대학교를 방문했다. 1827년에 세워진 서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학교로써 시에라리온과 주변 국가의 수재들이 다투어 입학하는 학교이다. 도서관 입장을 허락받아 들어갔다가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하는 도서관장을 만나 적지에서 동지를 만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후에 시에라리온 대학교가 크리스천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김 선교사에게서 들었을 때에 시에라리온의 미래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제 프리타운에서 코노로 이동해야 한다. 코노는 시에라리온 다섯 번째 도시로 알려 있는데 지역적으로는 프리타운에서 가장 먼 곳이다. 10년 전 김경중 선교사가 갔을 때만 해도 비포장도로였고 언제 차가 빠질지 모르는 웅덩이들이 많아서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연결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중간중간 검문소가 있는데 차가 설 때마다 장사꾼들이 벌떼같이 몰렸다. 주로 땅콩, 바나나, 물, 군 옥수수, 식빵 같은 것을 파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사달라고 아우성이다. 검문도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환일 것이라고 김 선교사는 말한다. 


프리타운과 코노 사이에 마케니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전 위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길옆에 선교사님의 집이 있는데 이 길을 오갈 때마다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쉼터이다. 대구의 한 목사님이 이곳 시에라리온에 단기 선교를 오셨다가 은퇴 후에 이곳에 여생을 보내기로 하고 사모님과 집사님이 먼저 오셔서 거처하는 집이란다. 보육원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와 함께 마케니의 선교를 감당하고 계신다.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미리 와서 자리 잡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의 미래도 함께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한국 식단으로 저녁을 해결한 뒤 마케니를 떠나 코노에 있는 선교관에 도착했다. 장장 50여 시간 만에 도착한 선교 현장이다. 긴긴 여정이었지만 나는 흥분되어 있었고 전혀 피로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아팠던 것을 생각하면 은혜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까지 시에라리온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스몰스몰”이라면, 이 땅의 사람들에게 내가 전할 말은 “보꾸보꾸”가 될 것 같다. “보꾸보꾸”는 이곳 사람들의 말로 “많이많이”란 뜻이다. 나는 이곳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그 땅의 무한한 개발 가능성을 보았다. 또한 국토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포장도로가 나라의 미래와 희망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또한 무슬림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선구자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크리스천이란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사역이 그 나라에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내 눈에 비쳐진 시에라리온의 희망을 “보꾸보꾸”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보꾸보꾸” 전할 것이란 흥분된 마음으로 선교관에 여장을 풀었다. 코노에서의 선교 여정이 기대되는 첫날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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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학 목사는 백석신학교와 백석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안산 성경제일교회를 개척하여 23년째 섬기고 있다. 목회 10년차에 안산전도학교를 설립하였고 미자립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안산시 복음화에 힘썼다. 목회 15년차, 교회 분열의 시련기를 거치면서 "암 발병과 함께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기도하던 중, 한국교회의 교회성장운동의 폐단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성경강해설교학(MA) 과정을 거쳐 현재 일반대학원 신약신학(Th.M)을 전공하며 후반기 목회의 사역에 기쁨으로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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