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요셉 목사] 부르족 사람들 (7) - 부르족 여성의 삶, 아그네스와 예두리
[권요셉 목사] 부르족 사람들 (7) - 부르족 여성의 삶, 아그네스와 예두리
  • 권요셉 목사
  • 승인 2019.04.11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망친 선교사의 치료적 글쓰기
부르족 보통의 여성 청년 예두리
부르족 보통의 여성 청년 예두리

예두리는 약 16세의 소녀이자 2살 난 아이의 엄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이미 13살 혹은 14살 때부터 여러 남자들로부터 강간을 당해온 터다.

사실 부르족 여자 아이들은 그것이 강간인지도 모른다. 나의 표현일 뿐이다. 젖몽우리가 피면 남자들이 접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빨리 경험하면 자랑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여자 아이들은 자신을 강간한 남자들에게 여러 물질적 친절을 받기도 한다. 그 또한 일종의 자랑이 되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같이 살게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결혼은 남자에게 경제적 책임에 대한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로서는 매우 중요한 결단이다.

여자아이가 임신을 하면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강간한 남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가서 소 열세 마리를 요구한다. 그러면 강간한 남자는 소 열세 마리를 주고 자기가 강간한 여자아이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 그 뒤로 이 여자아이는 소 열세 마리에 해당하는 노동을 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물 길어오는 것, 청소, 식사준비, 빨래, 농사 등의 일을 한다. 하루 네 시간 씩 걸어서 물을 떠 오고 하루 혹은 이틀의 시간을 투자해서 다른 부족이나 마을에 가서 물건을 팔고 와야 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예쁜 여자아이를 어릴 때 강간하고 힘이 센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아니, 소 열세 마리를 주고 사 온다.

예두리는 매우 작고 예쁘고 가녀리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부터 많은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아이를 낳고도 아무도 사가지 않았다. 일을 잘할 것 같은 외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홀로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다.

예두리는 비난슈의 소개로 교회 청년부 모임에 합류했다. 영어는 당연히 한마디도 못했고 아랍어도 쓸 줄 몰랐다. 아이 키우는 것과 빨래, 식사, 농사 등의 일은 잘했다. 그녀는 그것을 부끄러워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회에서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알고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자랑이었다.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자랑이었다. 예두리는 교회에 오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물어봐도 수줍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주변에서 대신 대답해주곤 했다. 그녀의 자존감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예두리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부르족 여인들의 삶이 이렇다. 13살에서 14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갓난아기를 업고 와서 "동생이냐?"고 물으면, "딸"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대답이 보통이다. 그럴 때면,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일었다.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곤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그냥 성인 남자들의 폭력이었다. 나는 '문화에는 차등이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지만 부르족을 겪으면서 '문화에도 차등이 있으며, 문화적 선악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부르족의 신여성 아그네스
부르족의 신여성 아그네스

아그네스는 부르족의 다른 여자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삶을 살았다. 아그네스는 부르족 여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영어 이름을 썼다. 아그네스는 젖몽우리가 필 무렵,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른 부족으로 보내졌다가 우리가 부르족에 들어가기 얼마 전에 청년이 되어서 돌아왔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부르족 여자들의 삶을 알고 있는 아그네스의 부모들이 아그네스를 위해 내린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그네스는 우리가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매우 적극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부르족 밖으로 나가기를 원했다. 그녀는 평소에는 부족의 다른 여자들처럼 아무 옷이나 입고 있다가도 우리와 만날 때는 옷을 단정히 하고 심지어 가발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주일학교 교사를 해주기로 했던 아그네스가 갑자기 사라졌다. 우리는 아그네스를 한참 기다렸는데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가발을 장착하고 나타났다. 힘센 것이 미덕인 일반적인 부르족의 여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제이콥이 우간다로 공부하러 떠났을 때, 아그네스도 아버지에게 "우간다로 공부하러 가겠다."고 졸랐다. 그러나 부르족에서 여자를 공부시키기 위해 소를 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여자아이들은 아그네스 나이면 이미 결혼해서 아버지에게 소 열세 마리를 안겨주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공부하겠다."고, "소를 팔아 외국에 보내달라."는 건 부르족에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요구였다. 아그네스는 우간다로 못 가게 되자 아내에게 안겨 엉엉 울었다. 아그네스의 키는 180cm 정도 되었다. 아내보다 한 뼘이나 큰 아그네스가 어린아이처럼 아내에게 안겨서 울자 아내는 마치 예하를 달래듯이 위로해주었다.

아그네스는 부르족의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여자 친구들보다 남자 친구들이 많았다. 다른 여자들은 아그네스에게 범접하기 힘든 기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그네스는 다른 여자들처럼 순종적이지 않았다. 남자들보다 똑똑했으며 말도 잘했다. 남자들도 아그네스에게 범접하기 힘들어했다. 남자들조차도 "아그네스가 똑똑하다."며 존중해주었다. 아그네스는 남자들 앞에서도 도도했고 감히 아그네스를 강간할 마음을 먹는 남자는 없었다. 남자들 중에서는 비난슈가, 여자들 중에서는 아그네스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는 아그네스를 보며 부르족에서의 여자들의 인권이 신장할 수 있는 방법은 '지식'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아그네스를 부르족의 여성 리더로 키우고 싶어했다. 한번은 한 선교단체에서 부족민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우리는 세미나에 참석할 부족민 지도자들에 굳이 아그네스를 끼워 넣었다. 아그네스는 매우 기쁘게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 강사들 중에는 여자도 있었다. 부르족에서 여자가 리더가 되어 세미나 강사가 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그네스가 기대보다 썩 훌륭하게 세미나에서 부족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낸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들이 강사가 되어 지도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매우 큰 성과'라고 생각했다. 아그네스는 그 뒤로 더 공부에 매진했고 주일학교 교사 일에도 열심을 내었다.

아내는 아그네스를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아내가 나에게 그 계획을 제안했을 때, 나는 많이 곤란해 했다. 성인 남자나 어린 여자아이면 괜찮겠지만 아그네스처럼 다 큰 청년 여자와 한 집에서 산다는 게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푸라기로 담을 연결해 놓은 아프리카 집에서라면 더욱 어려운 결정이었다. 나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하루 이틀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아그네스를 집으로 부르지 못하고 전쟁이 났다.

전쟁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 부르족에 대해 여러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여성 리더를 키우지 못한 것이 사역에 있어서 가장 큰 아쉬움이다. 여성 인권을 위해 여성 리더를 키우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을 텐데, 교회 지도자를 키우는 데 너무 남성 위주로 키웠던 사역에 후회가 남는다.

만약 윌리엄이나 비난슈같은 교회 남성 지도자를 키우는 데 들인 공만큼 아그네스같이 훌륭한 자질이 있는 여성 지도자를 키우는 데 공을 들였다면 부르족 여성들의 인권 신장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을 텐데.

16세의 아이 엄마인 예두리는 지금쯤 소 열세 마리에 팔려갔을까? 아이가 있어서 값이 떨어졌을까? 아니면 아이도 노동력이니까 값이 올랐을까? 그 때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보지 못한 질문이다.

아그네스에게 부르족 여성들의 아픔을 떠 맡기기에는 우리가 해준 것이 너무 적다. 그래도. 그래도 소망해본다. 부르족의 여성들에게 어떤 변화든 일어나기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18-1 401-51호(예관동, 비즈헬프)
  • 대표전화 : 010-7551-3091
  • 팩스 : 0540-284-309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지숙
  • 법인명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제호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03
  • 등록일 : 2018-06-15
  • 발행일 : 2018-07-01
  • 발행인 : 윤지숙
  • 편집인 : 윤지숙
  •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성경과삶이야기 <울림>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oshuayoon72@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