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를 흉내내는 무모한 도전 (2)
하나님나라를 흉내내는 무모한 도전 (2)
  • 전택보 목사
  • 승인 2018.07.3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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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작은 교회에서 하나님나라 흉내내기 : 공동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우리는 그동안 하나님 나라를 이론적으로 규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성격은 어떤 것이며, 무엇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였고 성취되었는지, 하나님 나라와 복음은 어떤 관계이고, 하나님 나라와 교회는 어떤 관계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연구들을 토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구체적인 정황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책임을 가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론을 실제화 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은 학문적 연구에 비해 포괄적으로 실행되기 힘들고 이상적 모습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노력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성격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각 공동체의 상황 속에서 먼저 실천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선택하여 순차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로 실천해야 할 것들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여러 가지 제한을 생각하면서 제가 속한 공동체에서 적용한 사례를 세 가지 정도만 공유하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하나님 나라의 구체적인 모습은 개인주의를 뛰어넘는 공동체성 입니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교회는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았던 모습이었습니다(행 4:32-27). 바울사도는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형제를 향한 배려와 사랑을 저버리는 행동에 대하여 단순한 지식의 원리를 앞서는 사랑의 원리를 제시합니다(고전 8:1-13). 또한 공동체를 세우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사용할 때에도 사랑의 원리가 가장 고상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고전 12-14장).

저는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서 7년 전 여러 지체들과 함께 공동체적 교회를 통한 하나님 나라 흉내 내기를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공동체적이 되기 위해서는 온 성도가 함께 교회의 비전을 세우고 대소사를 계획해야 합니다. 보통의 교회에서 당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 제직회, 남녀선교회, 교육부서 등에 전달이 됩니다. 상위 조직의 한 두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 교회비전, 재정의 배분, 여러 행사들이 하위 조직으로 전달되는 방법은 효율적이고 결정수준이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전의 공유가 어렵고 공동체의 실제 필요가 전달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하위 조직에서는 왜 그렇게 결정되었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하달된 내용에 맞춰 한 해 살이를 준비합니다.

이런 구조가 공동체의 비전과 결정에 순종하여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익숙하게 경험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은 사실입니다. 심지어 이런 일방성은 사람에 따라서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전혀 다른 패러다임 속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세대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 때문에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이 변했다고 탓하기 전에 그 변한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지금도 소통하기 보다는 자기주장만 늘어놓는 것을 ‘설교한다’고 말할 정도로 교회의 구조가 수직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더욱 소통에 힘쓰고 비전과 계획을 함께 공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들의 공동체입니다.

목회자나 당회가 교회의 질서 속에서 권위를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직분이나 역할을 권력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계획하고 통보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을 훼손하는 위험을 동반합니다. 우리는 직분과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죄인이며 연약한 지체이기에 겸손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뜻을 받드는 좋은 방법은 성경의 가르침과 성령님의 인도하심 안에서 공동체적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고, 공동체적으로 말씀을 듣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함께 비전을 세우고 계획을 수립하여 함께 실천하는 것입니다.

제가 속한 교회는 매년 12월이 되면 다음 해의 교회 비전과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때 온 성도가 다함께 회의에 참여하여 결정된 사항으로 교회를 운영 합니다. 교회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한 가지 예를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6-7명이 한 조가 될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하고, 각 조는 사회자의 회의진행 발언에 따라 포스트잍, 전지, 테이프, 매직, 색연필 등의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의견을 수렴합니다. 어떤 이야기도 무시되지 않는 환경에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중받고 모든 의견이 동일하게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사회자의 회의 진행에 따라서 지난 1년 동안 교회가 잘 했던 점을 찾고, 우리 교회만이 가진 자원들을 찾습니다. 이렇게 찾아진 장점과 자원을 연관도에 따라 분류하면 몇 가지 핵심 키워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한 장점과 자원은 다음 해 교회를 운영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자원이 되기 때문에 이것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다음 해의 비전과 계획을 수립합니다.

다음 해의 비전과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모든 성도가 자신이 기대하고 소망하는 교회의 모습과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안합니다. 각 조별로 이런 의견들을 수립하여 주제별로 묶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명시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목회자도 지체의 한 사람으로 모임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다른 지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런 대화는 교회에 출석하는 모든 지체들의 공동체성은 물론 자발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 크게 유익합니다. 교회에 필요한 것들이 발견되면 갤러리 워킹이나 다중투표를 통하여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을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모두가 결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혹시 자신의 의견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하더라도 겸손하게 순종하는데 도움이 되고, 더 중요한 우선순위에 함께 힘을 기울이게 됩니다.

당회는 이렇게 결정된 사항을 가지고 모여서 교회의 비전을 세우고 계획을 수립합니다. 당회는 모두가 함께 참여한 회의의 내용을 평가하여 구체화하는데 가장 헌신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회가 하나님께 의지하고 지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비전을 수립하고 계획을 세련되게 다듬으며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한 해의 비전과 대략적인 계획이 수립됩니다.

이렇게 수립된 비전과 대략적인 계획은 다시 모든 지체들에게 공유되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각 부서는 자신들이 맡아야 할 업무에 대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합니다. 재정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한 해의 전체 예산을 계획에 따라 분배하여 각 부서에 제시하고, 각 부서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모든 지체가 함께 수립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마련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교회의 공동체성이 향상되고 각 사람의 자발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교회가 동일한 방법론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각자의 역사적 맥락과 서로 다른 구성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가 공동체성을 높이며 하나님 나라를 흉내 내는 유일한 방법은 없으며, 모든 교회가 각자의 역량과 상황에 따라서 지혜롭게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교회는 한 개인이나 몇몇 그룹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온 성도가 함께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공동체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해당 글의 저작권자는 성경·삶·사역연구소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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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택보 목사는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세움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가평에서 대안교육, 농촌유학, 마을학교를 운여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복음 안에서 삶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이진섭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성경삶사역연구소)와 함께 성경사역연합의 사역위원으로 동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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