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작가] #36. '너무 늦기 전에... 하나님을 기억하라'
[김재식 작가] #36. '너무 늦기 전에... 하나님을 기억하라'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9.05.06 09: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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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는 불행속 그때 그 말씀들 11

 

"끝없이 달고 사는 링거가 지겨워."

"어쩌라고."

"나 차라리 죽게 해줘."

"무슨 소리

 

? 이제 치료비도 마련되었고 좋아질텐데!"

 

눈물이 뺨으로 흘러 환자복이 젖을 정도로 그치지 않는 아내는 그렇게 힘들어했습니다. 긴급처방 스테로이드 주사를 달고 5, 끝이 날만 하니 방광염으로 고열에 오한, 항생제 링거를 또 7, 그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먹지 못해 영양제 수액 또 2, 바늘 뺀 자리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그 자리에 애초 계획된 면역글로브린 주사제 5, 이것 끝나면 기다리는 표적항암주사제 링거. '한 달 중에 20일을 주사제 링거를 달고 사니 간병하는 나도 그 불편함이 말로 못하겠는데, 하물며 아픈 당사자인 아내가 참고 있는 통증과 증상들은 얼마나 힘들까?...'

 

지겹도록 달고 살던 링거과 항생제 주사 이 사진에는 하나지만 보통 2개, 3개씩 달기도 했다. 팔의 혈관들이 지겹다고 깊이 꼭꼭 숨어버려 바늘을 찌를 때마다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지겹도록 달고 살던 링거과 항생제 주사 이 사진에는 하나지만 보통 2개, 3개씩 달기도 했다. 팔의 혈관들이 지겹다고 깊이 꼭꼭 숨어버려 바늘을 찌를 때마다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잠깐만."

"왜 그래?"

"에휴, 또 꼬리뼈 부분에 살이 갈라져 피가 나네."

 

기저귀를 갈다가 보니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실금이 되어 흘러내린 소변이 꼬리뼈 부분을 불어터지게 해 살이 갈라졌습니다. 더구나 침대에서 누워서 볼 수밖에 없는 배변이 자꾸 상처 부위를 오염시킵니다. 혼자 거동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겪는 욕창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심정이 어땠어요?"

"왜 하필 나일까? 속상했지요. 나는 나쁜 짓도 안 했고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TV에서 암 환자를 인터뷰하는 부분이 나왔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고 한쪽 폐를 덜어 낸 수술을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며 울먹였습니다. 하긴 나도 돌아보니 그런 생각, 그런 비슷한 원망을 숱하게 했었습니다. 어려운 난관에 닥친 많은 사람들이 그럽니다. "왜 하필 나인가? 왜 하필 지금인가? 왜 하필 그 자리에 내가 있었을까? 조금만 빠르거나 조금만 늦었어도 피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내가 세상을 살펴보니 빨리 달리는 사람이라고 해서 경주에서 언제나 일등을 하는 것은 아니며 강하다고 해서 언제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생활비를 많이 버는 것이 아니며 총명한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부를 얻는 것도 아니고 유능하다고 해서 언제나 높은 지위를 얻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 불행한 일을 당할지 그 때를 알지 못한다.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고 새가 덫에 걸리듯이 사람도 갑자기 재앙이 밀어닥치면 거기에 걸리고 만다. - 전도서 9장 현대인의성경]

 

"여보, 여보."

", 나 여기 있어, 왜 그래?"

"나 배가 많이 아파."

 

시계를 보니 새벽 255, 아내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습니다. 병원 용어로 방광 과반사현상으로 손발이 차갑고 식은땀이 배었습니다. 이건 제때 소변을 빼주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더 지체하면 호흡곤란이 와서 숨을 못 쉬고 졸도까지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얼른 간호사에게 넬라톤용 라텍스 호스와 소독장갑을 받아서 가림막을 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나온 소변량은 900밀리, 배가 아플 만도 했습니다.

 

다시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보지만 잠이 오지 않습니다. 한참 자야할 시간에 깨어 설쳐버렸더니 잠이 안 옵니다. ‘난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그다음의 다음 날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겠지?' 그런 생각이 몰려오니 숨이 헉! 막힙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내일이 오지 않아도 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일부러 내가 끝내지 않고 하늘이 허락한 자연스러운 마지막 오늘이...

 

"이게 다 먹은 거야? 왜 벌써 안 먹어?"

"그만 먹을래."

"안돼!, 이렇게 조금 먹고 독한 약 어떻게 견디려고? 속 아파, 조금만 더 먹자, 제발."

 

아내는 들어서 옮기고 씻기고 할 때마다 내가 무거워 고생한다고, 체중을 늘리지 않겠다고 밥 먹는 양을 줄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또 다른 작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밤에 소변 때문에 나를 자주 깨우는 게 미안하다고 물도 줄여 먹기로, 혼자서는 물도 못 마시는 사람이 어떻게 나 모르게 그게 가능하다고... 오죽하면 그런 작정을 할까만.

 

잊혀지지 않는 야경. 새벽에 깨어버린 잠을 다시 자지 못하고 밖을 내다보면 이랬다. 병원 벽 어딘가에 그 야경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걸려 있었다. 낮에도 보면서 다시 떠올리는 밤의 기억.
▲잊혀지지 않는 야경. 새벽에 깨어버린 잠을 다시 자지 못하고 밖을 내다보면 이랬다. 병원 벽 어딘가에 그 야경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걸려 있었다. 낮에도 보면서 다시 떠올리는 밤의 기억.

 

하루를 마칠 무렵이면 종일 꾹꾹 눌러 담은 무거운 마음들이 터지려고 합니다. 저녁 밥상을 치우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걷다보니 저녁 후 산책 나온 가족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야기하며 가는 모습이 부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나도 한때는 아내와 저렇게 걸었습니다. 저들도 나중 어느 날엔 이 날들을 그리워하겠지요? 때론 삐걱거리며 때론 팔짱을 끼고 낄낄거리며 힘들다, 배고프다, 춥다 칭얼거리기며 걷던 날들을.

 

'나도 아내와 같이 산책을 하고 싶다. 저 사람들은 지금 자기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 얼마나 귀하고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아까운 것인 줄 알까?' 맘이 아파서 그만 가던 길 돌아서서 병원으로 향하는데 전도서의 말씀들이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이 너에게 주신 덧없는 삶을 사는 동안 너는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인생을 즐겨라. 이것은 이 세상에서 네가 수고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너는 무슨 일을 하든지 최선을 다하라. 네가 앞으로 들어갈 무덤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으며 지식이나 지혜도 없다. 전도서 99~10]

 

지금 그럴 수 있는 건강이 있는데도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슬리퍼 질질 끌면 어떻고 무르팍 툭 나온 옷이면 어떻습니까? 사랑할 형편 되는 동반자나 가족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홀로 걸으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기는 나도 더 불행한 누구나 더 힘들지 모를 그 어느 날에 비하면 지금을 감사하며 하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너는 아직 젊을 때, 곧 고난의 날이 오기 전에, 아무 낙이 없다고 말할 때가 되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네가 너무 늙어 해와 달과 별이 보이지 않고 슬픔이 떠날 날이 없을 때 그를 기억하려고 하면 늦을 것이다. (생략) 육은 본래의 흙으로 돌아가고 영은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 전도서 121,2,9절 현대인의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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