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흉내 내는 무모한 도전 (1)
하나님 나라를 흉내 내는 무모한 도전 (1)
  • 전택보 목사
  • 승인 2018.07.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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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전을 시작해도 좋을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하나님 나라'는 신학교의 강의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의 강단에서도, 그리스도인의 대화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하는 책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의 종류가 너무 많아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하나님 나라'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누군가에게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해 달라!”고 요청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난감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그 개념이 방대하여 어떤 책을 선택한다할지라도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할 것이고, 다른 사람은 "하나님 나라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선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소개하기 어렵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하나님 나라는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개념입니다.

그래서인지는 "하나님 나라를 실제적인 삶이나 사역의 현장에서 이렇게 실현하고 있다."고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해 신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은 목사님들은 교회를 섬기는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부분적으로나마 성취된 것을 설명하기를 대부분 포기합니다.

어떤 분들은 “그렇게 하면 목회가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종종 듣습니다. "이론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신학교에서의 가르침은 신학교에서나 유효한 것이고 목회는 또 다른 비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강단에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설교나 강의가 제법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강단의 가르침이 성도들의 가정과 직업 현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성취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조차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이 땅에 임한 하나님 나라는 어디로 간 걸까요?

저도 이런 현실을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성도로, 또는 사역자로 살아왔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한 노회로부터 강도사 인허를 받고 섣불리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이유는 이런 현실 속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목회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 사는 것이 가능이나 한 것인지 궁금했고, 당시 저의 잠정적인 대답은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다.”였습니다. 제가 이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TV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몇몇 개그맨들이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다가 물웅덩이에 빠지고, 전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겠다며 되지도 않는 달리기를 하는데 참 한심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무모한 도전에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 살겠다.'고 생각하는 제 모습이 투영되었습니다. 과연 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해야 할까요?

고민을 하던 중 제가 얻은 결론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일이 무모한 도전 같아 보여서 목회를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을 이원론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단지 목회를 하거나 신앙으로 살아가는 일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태초에 남자와 여자를 만드신 이유 중 하나는 온 땅을 다스리게 하시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참조. 창 1:26.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는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생육, 번성, 충만, 정복, 다스림을 명령하셨습니다(창 1:28). 따라서 우리에게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다스리고 형성하고 보살필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단지 목회를 하거나 신앙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쩌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우리가 그분을 닮아가는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창조 세계 속에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며 정복하고 다스리는 일은 단지 자연계와 관계된 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를 위하여 기저귀를 갈고, 직장에 나가 자동차를 수리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영화를 보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든 일이 이 땅을 하나님의 뜻대로 다스리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회에 가서 예배하고 교제 나누는 것도 그것이 삶의 일부라는 측면에서는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이 악하다는 핑계로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시키는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타락 이후, 심지어 물로 세상을 심판하신 이후에도 여전히 동일한 명령을 하십니다(창 9:7). 그리고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를 구속하신 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모든 족속에게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28:18-20).

따라서 우리는 이 세상 어디에서나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성취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한계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없다면 나의 삶의 영역에서 그 일을 이루어내는 그 무모한 도전을 계속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겁 없이 한 교회의 지체로서 목회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어보겠노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앞으로 교회 속에서 제한적인 모습으로 이루어가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저의 이야기를 천천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 해당 글의 저작권자는 성경·삶·사역연구소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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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택보 목사는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세움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가평에서 대안교육, 농촌유학, 마을학교를 운여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복음 안에서 삶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이진섭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성경삶사역연구소)와 함께 성경사역연합의 사역위원으로 동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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