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기독교
[북리뷰]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기독교
  • 채영삼 교수(백석대신대원)
  • 승인 2019.07.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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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기독교, 장동민, 새물결플러스, 2019.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기독교』, 장동민, (새물결플러스, 2019)/ 채영삼 교수(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신약학)

 ‘기존세계와 새 세계의 문턱에 서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가슴이 울컥했다. 왜 그랬을까? 저자는 이 아픈 교회, 이 땅에 갈 길을 잃은, 목자 없이 흩어진 양 무리 같은 이 교회를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신학자의 글이라도 이런 글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신학이란 메마른 이론의 전개나 반복이 아니라, ‘신학함’(doing-theology), 실로 교회를 끌어안고 성경을 따라 전통을 새롭게 하여 새 길을 열어 보이는 ‘성령의 역사’(저자의 강조대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교회의 현실을 언급한다. 그가 언급하는 교회의 현실은 외면하고 싶지만 거절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하다. 수많은 테이터들과 오랜 기간 쌓여 온 분석과 자료들이 뒷받침한다. 우리는 어디에 있고, 왜 여기까지 왔고,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저자가 분석해서 펼쳐 놓는 한국교회의 실제 모습은 마치 우리 자신의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적실하다. 우리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걸어와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모습인지 적확하게 그려낸다.

그렇다고 분석과 비판에 그치는 학자적 안락함에 머물지도 않는다. 저자 자신이 비판받을 수도 있는, 과감한 판단과 선명한 해법을 제시한다. 옛 것들이 무너져가고, 새 것들은 여기저기서 일어나지만, 어떤 것들이 어떻게 무너져야 하고 어떤 것들이 어떻게 세워져야 하는지, 그 큰 그림을 그려낸다. 저자가 보여주는 큰 지도 속에서, 이 땅의 교회를 붙들고 진지하게 씨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지금 어떤 도전을 만나고 있으며, 어디서 어떤 싸움을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그 큰 지도 속에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결국, 저자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짚어낸다. ‘포스트크리스텐뎀’이라는 세계적인 흐름과, ‘유사-포스트크리스텐뎀’을 경험하는 한국교회의 오늘이다. 그의 분석이 맞는다면, 우리가 시도해야 하는 변화는 진정한 용기와 확고한 신념을 요구하는 매우 근본적인 변화들이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가 자신이 서 있는 토대에 대한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에 해당하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것은 학자적 양심과 용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교회에 대한 시대적 책임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절실하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동안 신약을 연구하며 걸어 온 길, 나름대로 80년대 이후로 고민하며 걸어 온 이 길을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의미가 깊었다. 영역은 다른 길이지만, 크게 방향이 다르지 않아서 위로가 되기도 했다. 만일, 지금 세계를 휩쓰는 시대정신과 그 광풍 앞에서 길을 잃은 한국교회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결국 누구든 같은 방향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은, 저자의 확신대로, 이 땅에서 순례하며 전투하는 주의 교회를 이끄시는 분은 성령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성령이 성경의 해석자’라는 주장도, 도무지 인간의 이성이나 해석의 주체를 신뢰할 수 없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공격을 허물기위해서라는 의도를 읽게 된다. 개혁주의에 있어서 성령의 역할은 참으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그것이 개혁주의가 그 시대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시대에 더욱 온전해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교수의 제안은 의미 있게 검토되고 진지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책의 후반부를 차지하는 교회 걱정은 참으로 따뜻하다. 따뜻한 이유는, 그의 글이 그저 현실교회 비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자의 역할 중 하나는 교회에게 ‘여기 운동장이 있으니, 여기서 뛰어 보시오’라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불루오션’이라고 부른다. 50%가 넘는 저소득층의 이웃들, ‘복음을 구조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그룹들’에 눈을 돌리라 한다. 그러기에는 우리 몸이 너무 무겁다. 저자도 죄책감을 갖고 있지만, 그가 전혀 해보지 않은 사역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신이 몸부림쳤고, 함께 몸부림치자고 제안한다.

길은 없는가? 한국 교회의 주류,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주류’ 행세를 해왔던 교회들은, 내리막을 걷는 지금의 한국교회의 미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흔들리고 있고, 무너지고 있고, 지나가고 있다. 작은 지류들이 생명력을 갖고 일어나지만, 아직까지는 한 데 모아진 거대하고 강력하고 빠른 강줄기가 되고 있지는 않다.

이런 때에, 이런 큰 그림을 보여주는, 마치 우리가 이리 저리 흩어져 방황하는 모습과, 그런 우리가 서 있는 이 광야 저편에 펼쳐진 약속의 땅까지, 하늘 높이 떠 있는 드론으로 찍어 낸 영상처럼 보여주는 이 책은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저자 자신도 이 광야와 저 약속의 땅 경계에 서 있다고, 그 ‘문지방’에 서 있다고 고백한다. 거기서 ‘길을 잃은 리더들’이 만나야 할 듯도 하다. 그 경계선에서 함께 무릎을 꿇고, 진정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새 길, 함께 가는 새 길을 갈 수만 있다면.

무엇보다, 역사신학자가 역사 속의 신학을 그저 반복하지 않고, 참으로 이 시대의 교회를 위해 온 몸으로 ‘역사신학을 하면(doing)’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게 된 것 같아 기쁘다. 교회는 그런 신학에 유익을 얻을 것이다. 교회를 위한 신학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분석과 제안에 찬성하든 찬성하지 않든, 이 땅의 교회를 생각하는 모두에게 이 책은 읽고 넘어가야 할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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