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재판국 '결의무효소송' 재판 결과를 지켜보며
총회재판국 '결의무효소송' 재판 결과를 지켜보며
  • 김수원 목사
  • 승인 2018.08.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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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희망을 본다.
△8월 7일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최종변론 직전,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김수원 위원장과 위원들, 정재훈 변호사
△8월 7일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최종변론 직전 원고대기실에서
 서울동남노회 비대위 김수원 위원장과 위원들, 정재훈 변호사

 

“재판국은 무기명 투표결과 8대 7로 서울동남노회의 김하나 목사님의 청빙 결의는 유효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담...! 그 자체였다.

재판국의 "기각" 결정 소식을 원고 대기실에서 전해 듣는 순간 끔찍하고 절망스러웠다. 이게 장자 교단 운운하는 우리 교단의 현주소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서 그런가, 지금도 몹시 부끄럽고 슬프고 괴롭다(오해하지 말길, 우리 자신의 문제가 아닌 재판국의 행태에 대한 참담함이다).

판결 후 전해진 재판국장의 말을 들어보라.

“재판국원들이 소송 건의 중요성을 알기에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습니다.”

법/과/양/심/~!

‘세습청빙’ 결의의 적법성에 유효표를 던진 재판국원 8명의 "법과 양심"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유감스럽게도 재판국장은 국원시절부터 줄곧 "세습금지를 규정한 헌법 자체가 잘못이다."고 주장하는 분이다. 세습금지에 관한 헌법 조문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노회 결의의 절차적 하자가 심대함에도 ‘세습청빙’ 허락 결의가 적법했다고 전하는 재판국장의 천연스러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헌법 자체가 잘못된 법이라면 대체 무엇에 근거하여 판결한 것인가. 소신인가?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라는 말을 모르지는 않을 터. 이 형법의 기본원칙을 유추하여 행정쟁송에 적용해 볼 때, 소위 ‘세습금지법’을 교단의 최고법인 헌법(정치 제28조 제6항)에 담아놓음으로써 개정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결의나 판결로도 효력을 정지하거나 훼손할 수 없도록,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그런데도 이러한 헌법의 근거를 무시하고 세습의 결의를 정당하다고 한, 이번 판결의 근거가 무엇일는지 벌써 판결문 내용이 궁금하다. 원고의 입장으로서는 도무지 판결문이 써지지 않는다.

[헌법시행규정 제4장 부칙 제7조]

헌법이나 이 규정의 시행유보, 효력정지 등은 헌법과 이 규정에 명시된 절차에 의한 조문의 신설 없이는 총회의 결의나 법원의 판결, 명령으로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세습결의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이상, 재판국과 총회는 원고(서울동남노회 비대위)의 다음 물음에 답을 주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이번 판결이 “현행법의 조항은 ‘은퇴하는’ 목사에 대한 제한 규정이기에 ‘은퇴한’ 목사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법의 불비를 가져왔다”는 식의 ‘확정되지 않은 해석’에 근거하여 판결했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이 판결이 일으킬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세습청원’ 결의가 적법했다면서 찬성표를 던진 재판국원 8명에게 묻고 싶다. 앞으로는 누구든 ‘은퇴한’ 상태에서는 세습할 수 있다는 뜻인가? 가령, 2018년 연말에 ‘은퇴하는’ 목사가 2019년 1월 첫 주일에는 ‘은퇴한’ 목사로서 세습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교회에는 적용이 안 되고 ‘오직 주님’의 교회인 명성교회만 가능하다는 뜻인가?

진즉, 진주남노회에서 제기했던 ‘은퇴한’ 목사인 경우 ‘세습청빙의 가능여부’에 대한 질의 건에 대해서 당시 제101회기 헌법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 바 있다(2017.9.).

『‘은퇴한’ 목사 직계비속의 경우도 법제정의 취지와 정서(한국교회와 사회의 일반여론이나 법 상식 등), 성경의 가르침(고전10:23~24, 31~33) 등을 고려해볼 때 가능하지 않다』(진주남노회의 질의에 대한 해석의 건, 제102회 총회 회의안 및 보고서 p.593.)

그러나 최근 명성교회가 속해 있는 서울동남노회 임원회가 금년 2월에 질의한 같은 질의 건(은퇴하는 목사와 은퇴한 목사의 적용 범위)에 대하여 제102회기 헌법위원회에서는 제101회기 때와는 다르게 해석하여 총회 임원회에 통보한 바 있다(그러나 총회임원회는 제101회기 헌법해석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총회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으로는 ‘이미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와 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새로운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따라서 세습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감안하여 기 헌법위원회 해석과 같이 수정, 삭제, 추가 즉 보완하는 개정이 필요하다』(2018.5.)

최종 변론이 있던 날에 피고(명성 측)의 변호인은 이 후자의 해석을 근거로 현재의 법의 규정만으로는 ‘은퇴한’ 목사의 자녀에게는 제한을 둘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나갔다. 하지만 8명의 재판국원들이 총회 임원회가 공식으로 허락한 제101회기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있음에도 이에 근거하지 않고, 아직 총회 임원회에서조차 해석의 일관성 결여 등을 문제 삼아 공식적으로 받지 않고 있는 제102회기의 ‘불확정 해석’에 근거하여 기각 결정을 내렸다면 이를 공정하고 바른 재판이라 할 수 있겠나.

심지어 진주남노회가 질의한 같은 건에 대해서 은퇴하는 목사나 은퇴한 목사는 동일규정으로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석했던 총회 헌법위원회가,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임원회(피고)에서 재판 진행 중에 긴급히 질의한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허락하도록 하는(?) 해석을 했다면 이게 과연 정상적인 해석인가? 헌법위원회와 총회에 묻고 싶다. 동일 사안에 대해 헌법위원회의 해석이 왜 서로 다른가? 진주남노회와 서울동남노회의 차이가 무엇인가? 명성교회 때문인가. 그러니 공정치 못한 해석과 판결이라는 소릴 듣는 것 아닌가.

둘째, 원고가 제기한 이번 소송은 헌법 제28조 제6항(세습금지법)을 위배한 서울동남노회의 ‘세습청원' 허락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였다. 단순히 헌법을 위배한 것만이 아니었다. 헌법을 위배한 헌의 안은 받을 수 없다며 노회 헌의위원회가 반려를 하자 명성교회는 위력으로 헌의위원장(당시 부노회장)을 노회장 자동 승계에서 밀어내었다. 이어서 법에도 없는 자기편의 사람을 노회장으로 세웠고, 그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황임에도 헌법이 금하는 ’세습청원‘ 안을 아무 문제 없다며 결의한 것에 대해 결의 무효를 확인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던 것이다(이러한 사유로 인하여 노회장 선거가 이미 지난 3월 무효로 확정판결이 난 상태였다).

총회 재판국은 이처럼 사안이 중대함에도 노회의 불법한 결의를 적법행위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헌법을 위배한 안건이라 할지라도, 또한 결의의 절차적 하자가 심대할지라도 노회원의 결의만 있으면 청빙 허락이 되는가? 이번의 판결로만 보면, 관련 교회가 어떤 교회냐에 따라서는 불법한 결의조차도 얼마든지 적법한 일이 될 수 있게 만든 ‘위험한 판결’을 총회재판국이 내린 꼴이다. 이는 장로교 회의규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장로회 각 치리회 및 산하기관 등의 회의규칙 제26조]

의장은 상정된 의안에 착오, 규칙 위배 등 중대한 과실이 발견된 때에는 가부를 중지하고 수정, 보완 후 결의하여야 한다.

회의 진행 원칙상, 회원 100%가 동의하여 결의한다고 해도 헌법 등의 규칙을 위배한 것은 결의로써 그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그러한 행위조차도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판결을 어떻게 바른 판결이라 할 수 있겠는가.

셋째, 지난번 종결된 ‘노회 선거 무효 소송’(2018.3.13.)에서 재판국은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여 서울동남노회의 노회장 선거는 무효로 판결 한 바 있다. 이 판결로 인하여 최아무개 목사는 본래부터 노회장이 아닌 자가 되었다. 따라서 노회장이 아닌 자가 회의를 주재하여 헌법을 위배하는 위임목사 청빙 헌의 안을 결의한 것이 유효하다고 판결을 했다면 이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렇게 무법 한 일이 정당한 일로 둔갑 될 때 앞으로 어떻게 치리회가 그 권위를 세울 수 있겠는가. 치리회의 권위는 바른 결의와 바른 판결이 선행될 때나 가능한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번의 행정쟁송 소송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패배감은 없다. ‘하나님을 이길 자 누구랴. 끝내 승리의 날이 오리라.’ 승리를 잠시 유예하는 동안에도 불의한 자들은 두려울 것이고, 주님 안에 의로운 자들은 평안할 것이다.

우리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한국교회의 희망을 본다. 힘겹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정하고도 일관된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며 끝까지 바른 판결을 위해 애써온 일곱 분의 재판국원들의 숨겨진 노고를 보았다. 당장은 표 대결에서 진 것 같으나 어디서든 조용히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의 자리를 바르게 지켜낸 그분들이 자랑스럽다. 우리 원고는 그 일곱 분의 재판국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지금으로서는 오욕의 이름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으나 언젠가는 영광스러운 이름으로 찬란하게 비칠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서울동남노회 비대위에서는 얼굴 없는 일곱 재판국원 분들의 노고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이 글을 완성할 즈음에 숨겨진 이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수원 목사/태봉교회,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

 

ⓒ구탁서 목사(행복한교회)/ △골을 따라 흐르는 물이 생명수가 되어 온세상을 적신다.
ⓒ구탁서 목사(행복한교회)
△골을 따라 흐르는 물이 생명수가 되어 온세상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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