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과 함께 하는 천로역정
단짝과 함께 하는 천로역정
  • 김상학 목사
  • 승인 2018.08.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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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통하고 있었나 보다.
74년 여름성경학교 수료 기념 사진,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여름성경학교 사진을 내게 보냈는데, 나는 그 흐릿한 사진 속에서 나와 친구를 곧 바로 찾을 수 있었다.
74년 여름성경학교 수료 기념 사진,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여름성경학교 사진을 내게 보냈는데, 나는 그 흐릿한 사진 속에서 나와 친구를 곧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나 치환인데, 황치환! 나 몰라? 우리 단짝이었는데…”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에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40년이 훨씬 지난 일이라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단짝이었다."는 말에 보름 동안 그 이름을 떠올리며 나의 기억공간을 샅샅이 뒤졌다.

“황치환” 수십 번도 더 되뇌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그를 불렀을 법한 대로 그의 성(姓)을 빼고 이름만 불러보았다. “치환아! 치환아! 학교 가자! 치환아! 교회 가자!”라고… 신기하게 몇 번 부르지 않아 그 얼굴과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치환이는 나 보다 키가 컸고, 목덜미까지 제비추리 머리카락이 길게 나 있던 친구다. 같은 학교, 같은 반,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우정을 나눴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가 밴드부에 지원하는 바람에 만남이 쉽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밴드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었다. 나는 친구의 밴드부 지원에 관하여 번쩍거리는 악기와 멋진 유니폼에 끌려 유혹된 것으로 오해했었다. 몇 번이고 만류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그 이후 서로가 다른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다가 나는 서울로 전학을 해야만 했고, 그 이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친구는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나를 찾았다. 교회의 시련과 암 투병을 하고 있을 그 때에 나를 찾은 것이다. 우연일까? 간혹 "사랑하는 이들 간에는 직감적으로 서로를 느낀다."고 하던데.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성령께서 나를 위로하시고자 단짝 친구를 움직이신 건가? 우연은 없다고 믿는 나로서는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 믿는다. 그때 하나님의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내게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그 이후 서로의 소식을 SNS로 주고받다가 최근에 그가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구의 페이스북을 보다가 이상한 느낌이 있어서 물어보았는데, 그 친구는 그제야 수술받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혹시라도 이 사실을 알린다면 폐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함께 했던 소싯적에도 힘든 일이 있음에도 내색을 하지 않던 친구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친구나 나나 어지간히 속으로 앓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암에 잘 걸린다."고 하지 않던가! 나 역시도 끙끙 앓으며 몇 년을 견뎌야 했으니까…

"수술 전 암세포를 줄이기 위해 항암을 먼저 해야 했고, 수술 후에도 항암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루 복원수술을 했다."고 하니 병기가 상당히 깊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생명을 주께 맡기고 기도하는 가운데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주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새 생명 주신 것이 헛되지 않도록 살겠다."는 그의 마음이 또한 나와 같다. 내가 붙들고 기도했던 예레미야 29장 11절로써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나와 닮았으니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40여 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대화한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하니 친구는 대뜸, “우리가 같은 DNA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겨!” 라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도 화답한다. 그렇다! 한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의 DNA가 가능하게 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한 때 곁길에서 잘못된 선택인 것 같았으나 그의 트럼펫 연주도 나의 산악 도전정신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쓰임 받고 있다.

친구도 산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조만간 함께 만나 긴긴 산행으로 옛이야기와 함께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해야겠다. 요건 암을 겪은 이들의 특권이다. 나의 가는 길에 잃었던 단짝을 다시 찾음에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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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학 목사는 백석신학교와 백석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안산 성경제일교회를 개척하여 23년째 섬기고 있다. 목회 10년차에 안산전도학교를 설립하였고 미자립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안산시 복음화에 힘썼다. 목회 15년차, 교회 분열의 시련기를 거치면서 "암 발병과 함께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기도하던 중, 한국교회의 교회성장운동의 폐단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성경강해설교학(MA) 과정을 거쳐 현재 일반대학원 신약신학(Th.M)을 전공하며 후반기 목회의 사역에 기쁨으로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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