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앞에서 “천당이 어디 있어, 여기가 천당이지!”하는 세상
목사 앞에서 “천당이 어디 있어, 여기가 천당이지!”하는 세상
  • 김준수 목사
  • 승인 2018.08.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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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BIBLESTORY Institute/Academy 원장
김준수 BIBLESTORY Institute/Academy 원장

 

✔한국 교회는 바다에 가라앉는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될 판

요즘 가장 인기 없는 직업은 목사인 것 같습니다.
목사가 교회 안에서 존경을 받지 못한 지는 15년 전부터가 아닌가 생각니다.
목사가 존경은커녕 따가운 눈총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불신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입니다.

며칠 전 저는 불신자들―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을 믿는 사람 입장으로는 하나님을 안 믿는 사람을 ‘불신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이 모인 곳에 초청을 받아 갔습니다. 그곳은 우리 동네 배드민턴 클럽 저녁 회식 자리였습니다.
불신자들의 저녁 회식 자리란 으레 술을 먹기에 가급적 그런 자리는 피하는 게 현명하지만, 그 날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14명이 송어 매운탕 집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성격이 활달한 내게 비교적 호감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멤버들은 다양한 직업들을 갖고 있습니다. 중소상공인, 영세 상인, 퇴직 교감 선생님, 빌딩 소유주, 택시 기사 등등. 저는 이런 분들과 몇 년간 곧잘 어울려 아직까지 탈이 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결과적으로 회식에 참석 안하느니만 못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봉변 아닌 봉변을 당했으니까요.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무척 상한 회식이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언짢은 사태란 대개는 술잔이 몇 잔 돌아 취기가 올랐을 때 발생합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술은 못 하는 사람입니다.
회식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취기가 오른 누군가 갑자기 앙칼지게 말했습니다.

“천당이 어디 있어, 천당이? 그런 말에 속지 마. 여기가 천당이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나이가 60이 넘은 택시 기사였습니다.
그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서로 뒤질세라 너댓 사람이 옹골지게 한 마디씩 내뱉었습니다.

“맞아, 맞고말고! 천국, 그거 말이지, 말짱 거짓말이야. 
교회 다니는 놈들이 지어낸 말이지” 
“천국은 내 가슴 속에 있어. 안 그래? 지랄, 천국 좋아하네”
“교회놈들, 지들이나 잘하라고 해. 지옥 가지 않으려면”

그들의 얼굴은 확신에 가득 찼고, 전쟁에서 전리품을 얻은 병사들처럼 서로를 보며 낄낄거렸습니다. 그것은 전철이 한 정거장을 달리는 시간밖에 안 되었지만, 내게는 소리가 요란한 화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리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은 충동이 순간 일었지만, 그래봤자 나만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웠을 것입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는 말이 그처럼 마음에 와 닿은 적도 드물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 말이 그들에게 먹혀들 리 만무할 노릇이고, 분위기를 바꿀 만한 무슨 뾰족한 기지도 생각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본들 그들이 내 말을 곱상하게 들을 사람들도 아닙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는 당황하거나 동요하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간적인 성령님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나는 “주께서 참으로 그들을 미끄러운 곳에 두시며 파멸에 던지시니 그들이 어찌하여 그리 갑자기 황폐되었는가 놀랄 정도로 그들은 전멸하였나이다”는 시편 73편 말씀이 뇌리를 스치는 동시에, 그 자리에 그런 무지막지한 상황을 종지시켜 줄 집사나 장로가 있나 살짝 좌우를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옹색한 처지에 있는 목사를 도울 만한 크리스천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천만 뜻밖에 무례한 청중을 향해 꾸짖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자, 자! 그만해요. 이게 무슨 말버릇들이요? 여기 김 목사님이 계시는데, 이런 식으로 말해도 되는 거요? 뚝 그쳐요!”

그 목소리는 내게 천군만마와 같은 우군이었고, 그것으로 분위기는 확 반전되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퇴직 교감 선생님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분은 천주교인입니다.

멤버들과 어성어성 인사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씁쓸함을 금할 길 없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목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그들은 내게 무안을 주려고 그랬을까?
아니면 괜스레 하나님과 교회가 싫어 그랬을까?”

그들의 천국은 내가 알고 있는 천국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난감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같은 세상을 살면서 천국에 대한 생각이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송어 회에 소주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왁자지껄하는 게 정말로 천국이었을까? 아무리 종교성에 무지막지하기로서니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그러한 그들에게 내가 할 말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순간 그들은 확신에 찬 신학자였고, 
예의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앞으로도 교회에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만큼 무신론자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 앞에서 나는 내가 교회나 강연에서만 큰소리칠 뿐, 그러한 사람들에게 단 한 마디도 못하는 무기력한 목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습니다.

15년 전 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교회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조금은 존경을 받았고, 목사라고 하면 ‘융숭한 대접’은 받지 못했을지언정 ‘사람 대접’은 받았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오늘날 교회의 위상은 크게 추락했고, 목사들은 신망을 잃었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목사와 교인들의 잘못 때문입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타락한 한국교회는 저 500년 전 뼈를 깎는 종교개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바다에 가라앉는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될 판입니다. 
우선 저부터 성경 말씀대로 사는 참된 기독교인이 되려고 합니다.

✔더위 조심, 음식물 조심!! 오늘도 믿음으로 사는 분들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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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기독교 저술가, 신학자인 김준수 목사는 BIBLESTORY Institute/Academy 원장이자 도서출판 BIBLESTORY 대표이다. 대표적 저서로는 IMF 외환 위기 때 실의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자전적 수필집인 『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와 구약신학의 저수기 『모세오경』, 『바른말의 품격- 상권, 한자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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