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지혜란 무엇인가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 
[북리뷰] 지혜란 무엇인가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 
  • 김석현 강도사
  • 승인 2021.03.05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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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자 김석현 강도사/ 『지혜란 무엇인가』 송민원 지음 | 감은사 | 2021년 01월 15일 출간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도 성경 통독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때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이다. 그때로부터 4반세기가 지난 지금 1년에 1회 내지 1.5회 정도(많으면 2번 정도) 성경을 한 번 통독했으니 정확한 횟수는 모르지만, 적어도 30번은 성경을 읽었을 것이다. 개역한글, 개역개정, 현대인의 성경, 바른성경, 그리고 현재 읽는 ESV를 포함하면 5가지 버전으로 성경을 읽어왔다. 도처에 있는 성경 덕후와 전문가에 비하면 내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 여전히 어떤 곳에서는 인쇄된 글자의 뜻을 이해하는 것만 해도 어렵다. 신학을 12년째 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 이건 평생의 과제다.

구약성경의 지혜서는 여전히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지혜서를 읽을 때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히브리인의 지혜가 담긴 이 책이 왜 구약 정경이 되었을까?’, ‘그 내용이 나와 어떤 상관이 있을까?’ 하나님의 섭리로 지혜서가 성경에 포함된 것을 생각하면 불경하기 짝이 없는 질문일 수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잠언, 욥기, 전도서는 그냥 읽으면 읽히긴 하는데, 조금 배웠다고 그냥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꺼림칙함(?), 그 내용의 의미를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그냥 읽지 못한다. 과연 나만 그런 것일까?

이 책은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선물 받았다. 책을 받고 내심 반가웠다. 이는 출판사 특유의 디자인과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지혜’들이 책 제목에 들어갔기 때문이 아니다. 지혜서에 대한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1부의 절반 정도 읽어나갔을 때 확신이 되었다. 열쇠 꾸러미에서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를 찾아 잠금을 풀었을 때의 느낌, 바늘로 손을 딴 이후에 더부룩한 속이 풀린 느낌이랄까? 아무튼 신선하고 긍정적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던 것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정리한 것이어서 내 것으로 삼기 위해서는 내 말로, 내 글로 다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질문 중 앞의 것은 1부를 읽으며 자연스레 해소되었다. 이 책의 말대로 구약성의 잠언은 보편타당한 “규범적 지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현대인의 방식과 다르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리저리 헤맨 것 같다.

나머지 질문은 2부와 3부를 읽으며 해소되었다. 욥기와 전도서를 다루는 부분으로 “반성적 지혜”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규범적 지혜가 실제 시간과 공간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이 두 책은 우리에게 지금도 말하고 있다. 1부도 그렇지만, 2부와 3부도 철저하고 꼼꼼한 히브리어 단어와 구문 분석에 기초하고 있기에 얼마든지 신뢰할 수 있다.

다양한 역본을 비교하고, 더 분명한 성경으로 덜 명확한 성경을 풀어내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성경비평학에 익숙하지 않고,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와 다른 신학 전통에 있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애매한 지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독서를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시야를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나온 신학대학원은 흔히 ‘자유주의 신학교’로 불리는 곳인데, 한 사람의 신학과 그가 나온 학교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 새삼 알았다. 보수꼴통신학이 비판하려면 비판할 거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읽다가 턱 막히는 지점이 없었다. 오히려 감탄과 경이를 느꼈다. 내가 굳이 이를 언급하는 것은 나와 비슷한 전통에 있는 독자들이 저자의 약력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까해서다. 그러니 지혜서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일단 이 책을 사서 읽으면 좋겠다. 일단 읽어보라. 그러다가 안 맞으면 중고로 팔면 되니까. 하지만,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는 이와 비슷한 유형의 책을 더 낼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더바이블 인사이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렇게 첫 번째 책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융숭히 대접할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말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이 시리즈의 다름 책이 기대된다.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전권 구매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학부 시절에 잠깐 맛을 본 철학의 애매한 정의는 “지혜 사랑”이다. 진정한 “지혜 사랑”, 진정한 철학함은 구약성경의 지혜서를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하나님에 대해 믿어야 할 것과 하나님께 대한 우리 자신의 의무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천천히 서두르면서 그 맛을 음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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