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1. 아버지는 엄마를 이길 수 없다
[검정고무신] 1. 아버지는 엄마를 이길 수 없다
  • 장진희 사모(인천 그이름교회)
  • 승인 2022.01.0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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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전라도 순천 시골교회에서 성남으로 쌀 한포대가 올라왔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넉넉하지 못한 시골 살림에 누군가와 나누려는 모습이 귀해 보여 인근 더 조그만한 교회로 흘려 보냈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예전 교회들에게서는 “성미”(誠米)라는 모습으로 남았다. [편집자주]
▲어느날 전라도 순천 어느 시골교회에서 성남으로 쌀 한포대가 올라왔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넉넉하지 못한 시골 살림에 누군가와 더  어려운 곳과 나누려는 모습이 귀해 보여 인근 더 조그만한 교회로 흘려 보냈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예전 교회들에게서는 “성미”(誠米)라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편집자주]

 

 

어릴 적 부엌에는 성미 단지가 있었다.

밥을 하기 전에 조금씩 덜어내어 일주일을 모아서 성미 주머니에 쌀을 담아 교회에 가지고 갔었다.

목사님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엄마는 늘 가족수만큼 넣고 한 움큼씩 더 넣으셨다.

엄마의 성미 주머니는 주일마다 넘쳤고 가득 채우고 남은 성미는 비닐에 담아 서 가지고 가야 했다.

"뭔 성미가 이렇게 많당가. 알맞게 넣으란 말이 시. 알맞게."

"내가 알아서 할탱께 잔소리 좀 그만 허시요. 아따매 귀 아파 죽겄네."

주일날 아침이면 비일비재하게 들려왔던 소리이다.

아버지는 적당한 것을 원하고 엄마는 넘치도록 하는 것을 원했다.

 

어느날 부턴가 주일 아침이 조용해졌다

헐렁해진 성미 주머니를 아버지가 잘 보이도록 들고 가시는 엄마의 모습에는 말간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아버지의 흐뭇한 눈과 만족한 미소. 엄마의 손에 비닐봉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아버지도 행복하게 교회에 갔다.

아버지 눈에만 보이지 않는 엄마의 볼록한 성경책 가방.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무었일까?

 

엄마가 감사헌금 봉투에 헌금을 넣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버지의 얼굴이 못마땅 하다.

"감사헌금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여. 두어 장 빼도 되것네."

"아따 손 저리 치우시요."

엄마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아낌없이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버지는 헌금의 액수가 늘 고민됐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아버지는 엄마 몰래 성경책가방에서 헌금봉투를 꺼내더니 지폐 두장을 빼내어 주머니에 넣었다.

얼떨결에 나에게 들켜버린 아버지는 엄마에게 비밀로 하라며 사탕 사 먹을 돈을 주었다.

뇌물을 먹은 나는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 눈치만 살폈다.

나를 쳐다보며 씰룩씰룩 웃고 있는 아버지 옆에는 묵직한 성경책가방을 들고가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성경 책 가방은 늘 아버지 반대편에서 제 할 일을 다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버지가 대표기도 하는 날.

주일마다 나란히 앉았던 두 분이 공식적으로 떨어져 앉는 날이다.

엄마는 늘 아버지가 대표기도 하는 날에 감사헌금을 많이 했다.

헌금 시간이 다가오자 아버지의 뒤통수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엄마가 주머니에서 지폐 두장을 꺼냈다.

감사헌금 봉투 속으로 재빠르게 넣었다.

 

엄마도 안다.

아버지가 교회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재정부 집사라는 것을.

다낙장불입. 엄마의 배짱이었다.

아버지는 엄마를 이길 수 없다.

 

덧) 엄마로 인해 신앙을 가지게 되셨던 아버지는 믿음의 사람으로

주께 드림이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시골교회를 끝까지 잘 섬기셨습니다.

 

#젊었던부모의삶이그리운날

#감사합니다즐거웠습니다

#2022년에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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