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부족해도 감사하고 흔들려도 믿어요

2018-10-20     김재식 작가

부족해도 감사하고 흔들려도 믿습니다

 

첫째날.

 

"믿고 구하면 뭐든지 다 주십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요? 혹시 주무시는 건가요?"

제 믿음도 제 기도도 그 둘, 혹은 사이 어디쯤 있습니다.

때론 이쪽과 저쪽 끝을 오가며 헤맵니다.

주님과 저 사이에 정말 이 둘 밖에 없는 걸까요?

다른 무엇... 부디 그걸 품고 기도하게 해주세요.

 

눈에

 

 

둘째날.

 

아름다움의 기준에는 정답이 없다는데

그럼에도 남들이 나와 다른 점을 불편하다며

미워하는 이유로 삼고는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내가 가진 다른 점을 슬퍼하면서도

사랑하는 이유로 삼곤 합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죽이는 나와 살리는 주님의 다름에 민망합니다.

서로를 아프게 하는 이 심성을 속히 고쳐주소서.

 

 

셋째날.

 

부족한 것이 없어서

아픈 곳이 없어서

외롭지 않아서

그래서 드리는 감사가 아닙니다.

잠시도 두렵지 않아서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어서

날마다 보고 듣고 만져져서

그래서 믿는 것 아닙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감사하고 믿습니다.

 

 

넷째날.

 

곁에 아무도 없어서 7시간이나 울다가

한 학생이 혼자 외롭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에 단 한사람만 사는 것 아닌데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나만 전부인 것처럼 살지 않게 하시고

나만 혼자인 것처럼도 살지 않게 하소서

 

 

다섯째날.

 

비록 누추해도 내 오두막을 감사합니다.

보기만 하는 남의 궁전이 아니고

눕고 자고 쉬는 내 보금자리 되게 하시니

좀 뛰어나지 못해도 내 이웃을 기뻐합니다.

아무 상관없는 남남이 아니고

울 때 웃을 때 곁에서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제게 늘 그랬던 것처럼

누추하고 평범한 이 몸도 누구에겐가

그렇게 살게 해주세요.

 

 

여섯째날.

 

더러 많은 일들은 거룩하지 않다고

손대지 않고 패스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죄에 물들어 보여

상대를 않고 외면했습니다.

거룩 거룩하면서 까탈을 부리는 동안

정작 우습게 본 천한 사마리아인이

그 일과 그 사람들을 주님 대하듯 했습니다.

저도 제가 만족하는 이웃이 아니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일곱째날.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내 힘으로 붙드는 신앙심은 초라했네요.

욕심 하나 포기 못해 변명을 둘 셋 내세우고

시기 질투 때문에 친구 몇씩을 잃어버립니다.

꼭꼭 매달리고 싶어요.

숨어서 당신의 옷자락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살면

그러면 내 몸의 병도 마음의 병도 다 나을까요?

제가 잡은 손 힘 빠질 때,

저를 잡은 손 부디 놓지 말아주세요.

죄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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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