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휼을 구입하다
출근 후 사무실
전화 통화하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 사이로 알아듣기 힘든 낯선 목소리
아무도 바라보지도 대답하지도 않는다
걸음걸이와 말이 어눌한 배낭 멘 청년
"여자용으로 주세요."
일 만원
점심시간
공원 앞 노상주차장
횡단보도 한 켠에
늘상 서 있는 트럭 한 대
운전석에 앉아서 졸고 있는 할아버지
"한 봉지 주세요."
오 천원
퇴근길
지하철역이 가까와지자
냄새가 실려온다.
35도 무더위에 뜨거운 압착기 앞에서
땀 흘리며 로울러를 돌리고 있는 아저씨
"세 마리 주세요."
일 만원
편의점 김밥 한 줄
이 천원
점심값보다
열두 배 이상 많은 돈으로
오늘
윤집사가 구입한 것은
양말 네 켤레, 볶은 귀리, 맥반석 오징어가 아니라
긍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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