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와의 대화] 김남우  ‘키케로, 노(老)카토 노년론’
[역자와의 대화] 김남우  ‘키케로, 노(老)카토 노년론’
  • 윤지숙
  • 승인 2024.01.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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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 김남우 옮김, 노카토 노년론 (아카넷, 2023)
-노년의 활동, 쇠약, 쾌락, 죽음의 4가지 문제 다뤄
정암학당 2024년 1월 교양강좌 역자와의 만남, 키케로 노카토 노년론이 번역자 김진식 교수
▲키케로의 『노(老)카토 노년론』의 번역자 김진식 교수(정암학당 책임연구원)

 

암투병(2022년) 이후 백발의 마른 체형으로 변모(?)한 김진식 교수를 만난 건 1월 20일 오후 3시 정암학당 1월 역자와의 대화 ‘키케로, 노카토 노년론’이라는 주제 교양강좌에서 였다. 

<울림>으로선  『아이네이스』  2권 출간 기념 세미나(2022년 1월-2월 8주간) 이후 2년만이다. 정암학당 라틴어 어학강좌와 아이네이스와 갈리아전기 원서 강독 청강을 통해 온라인으로 볼 기회는 많았지만, 2019년 외대 수업 이후 4년 만에 실제로 본 모습은 확실히 이전과는 풍채가 많이 달라 있다.

그 기간 동안 김 교수는 김남우라는 필명으로 『가난한 은둔의 현자 호라티우스』를 집필했고, 정암고전총서 키케로 전집 중   『투스쿨룸 대화』,  『라일리우스 우정론』 등 번역서를 꾸준히 출간해 왔다. 『노(老)카토 노년론』 본문에 있는 “Cur tam diu vis esse in vita?”(그토록 오랜 세월 어찌 늘 현역이고자 하십니까?, p.35)라는 질문처럼, 어떤 정신, 어떤 마음이면, 1년에 거의 2권의 번역서를 내고, KAIST와 연세대 등의 젊은 문사(文士)들을 향해 강의에 열정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지 기자도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

이소크라테스의 스승인 고르기아스가 107세를 넘겼는데도 한 번도 그의 공부와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내겐 노년이 문제 될 게 없네.”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이 문장은 그간 직역한 단어들을 조합해 “107세가 넘었는데도 왜 이렇게 오래 사세요?”라고 번역돼 왔다. 그런데 김 교수는 “어떻게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느냐?”로 고르기아스의 지혜와 경륜을 경탄하는 내용으로 단어의 의미를 살려냈다. 

 『노(老)카토 노년론』 은 “티투스여, 제가 무언가 도움이 되어, 당신 가슴속에 박혀 당신을 들볶고 자글거리던 근심을 덜어낸다면, 제게 어떤 상을 내리시렵니까?”(p.19)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노년론의 저술 연대를 추정해 보면, 기원전 44년 3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됐던 해, 키케로는 그 직후인 5월에 정계에 복귀했고,  『예언에 관하여 』 Ⅱ 1, 3에 최근에  『노(老)카토 노년론』 을 아티쿠스에게 보냈다는 언급이 있어 그 이전에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키케로(당시 62세)는 막역지우(莫逆之友)였던 아티쿠스(당시 65세)에게  『라일리우스 우정론』 과 함께 이 철학적 수필집을 헌정했다. 스키피오와 라일리우스의 우정은  『라일리우스 우정론』 에 거론될 만큼 당대 으뜸이었고, 키케로는 아티쿠스와의 우정이 그다음 버금간다고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우정론의 헌사를 볼 때, 노년론이 먼저 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당시 아티쿠스의 정치적 근심도 있겠지만, 키케로와 아티쿠스 이 둘의 공동의 문제였던 노년에 대한 근심에 대해 아티쿠스를 위로/위안(consolatio)하기 위해 쓰였다. 그런 주제적 의미에서 ‘자글거리던 근심’으로 옮겨온 번역자의 단어 선택이 눈여겨 볼 만하다. 그외에도 '폄척하지 않을 수 없다'(p.64)라든지, 직제명으로 보이는 '조점관'이라는 명칭의 사용도 번역자가 단어를 사용하면서 심사숙고하며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키케로는 84세의 노년의 위엄을 갖고 있는 카토(기원전 233-149년)를 구술자로 설정하고, 노년에 대한 자기 생각들을 기술한다. 제2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18-202) 또는 한니발 전쟁 이후 로마의 문명을 그리스화 하는 시기,  그리스에 대한 식견이 높았지만, 로마가 그리스화 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카토와 그리스의 문물 배우고 있던 스키피오(당시 35세)와 라일리우스(40세)가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이색적이다.  『노(老)카토 노년론』은 카토의 생의 마지막(85세 사망) 바로 직전 해인 기원전 150년, 이들의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극적인 요소를 더하고 있다. 

▲한 참석자가  『노(老)카토 노년론』을 읽고 있다.

 

 『노(老)카토 노년론』에서 카토는 일반적으로 들어왔던 노년에 대한 4가지 불평을 언급한다. 첫째, 노년은 활동을 빼앗는가? 둘째, 노년은 육신을 쇠약하게 하는가? 셋째, 노년은 거의 모든 쾌락을 빼앗는가? 넷째, 죽음은 고통인가?로 이는 편견이고 오류라고 짚어낸다. 

 

첫 번째의 불평은, 노년은 활동을 빼앗는가?(p.37)

카토는 지혜와 위엄으로써 국가를 지켜낸 인물들(퀸투스 막시무스, 루키우스 파울루스, 파브리키우스, 쿠리우스, 코룽카니우스)과 실명까지 한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원로원이 퓌로스와 평화협정 및 동맹조약을 맺을 때 사적 의무와 공적 의무를 다했다는 예를 들어, 노년이 되면 모든 사회적 활동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편견을 바로 잡는다.

신체적인 여건이 버텨주지 못하니 직접적인 정치적 군사적 참여와 활동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런 결손을 메워주는 것은 육체의 힘이나 순발력이나 민첩성이 아니라 노년이 평생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와 위엄과 판단력(p.39)이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현자(賢者)로서 사회적 정치적 조언을 통해 더욱 열심히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년은 문학과 철학 및 농업에도 종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노년은 육신을 쇠약하게 하는가?(p.49)

카토는 퀴로스(바빌론의 정복자, 유대인들의 해방자로 유명)가 임종 직전에 한 말이나 카토 자신이 테르모퓔라이 전투에서 지략을 발휘했던 것을 근거로 노년에 걸맞은 활동할 만큼의 힘은 남아 있다(p.53-54)고 어필한다.  

그래서 “소년들에게는 미숙함이, 청년들에게는 성급함이 속하네. 미혹함이 없는 나이에는 진중함이, 노년에는 원숙함이 보이는데, 이것들은 알맞을 때가 되어야만 수확할 수 있는 어떤 자연적인 것”(p.55)라며, 청년들의 육체적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년에 알맞은 활동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노년에 더욱 열심히 돌보아야 할 것은 육체가 아니라, 오히려 정신과 영혼(p.57)이다.

 

세 번째, 노년은 거의 모든 쾌락을 빼앗는가?(p.61)

카토는 더 없이 용맹했던 루키우스 플라미니누스를 원로원 명부에서 삭제했던  이유가 욕망과 쾌락에 의해 유발된 과오라 생각했기 때문에 폄척(貶斥)하지 않을 수 없었다(p.64)고 표현한다. 노년 덕분에 그런 과오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년은 욕정, 출세, 경쟁, 대결 등 온갖 욕망이라는 과오에서 멀어지게 하는 대신 학문과 탐구라는 양식의 영혼의 쾌락에 집중하기 좋은 시기인 것이다(p.72). 그래서 이것을 대단한 노년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네 번째, 죽음은 고통인가?(p.89) 

카토에게서 죽음은 악이 아니다. 하지만 노인들이 죽어 사라지는 것보다 더 자연에 순응하는 일, 출생이 있었다면 죽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플라톤이 알려준 것과 같이 인간의 영혼은 천상의 존재로 불멸하는 것이다. 육신은 소멸하지만 영혼은 그대로 남아, 육체의 감옥에서 벗어나 천상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삶을 살 게 된다(투스쿨룸 대화, Ⅰ 31, 75; 국가론 6권 <스키피오의 꿈>). 

그렇기 때문에 지상에 살고 있을 때도 천상의 삶을 흉내 내는 삶을 살라는 키케로의 영혼 불멸 사상을 엿볼 수 있다(p.97). 

2024년 정암학당 1월 교양강좌 역자와의 대화 키케로의 『노(老)카토 노년론』에 참석한 사람들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
▲정암학당 2024년 1월 교양강좌 [역자와의 대화]에서 키케로의 『노(老)카토 노년론』에 참석한 사람들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

 

“노년은 무기력하거나 활기 없는 때가 아니며, 오히려 바쁘고 언제나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때라네. 솔론이 시를 통해 자랑스럽게, ‘무언가를 매일 새롭게 배워가면서 노인이 되어간다.’고 말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네.”(p.48)라는 카토의 말을 빌려, 노인들이라고 다 완고하고 걱정 많고 버럭 화를 잘 내고 까탈스럽고, 인색한 것만은 아니(p.87)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대단한 업적을 쌓아 존경받는 노년보다 즐거운 것은 없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는. 투병 중에도 검소하고 바지런하게 집필과 번역 일,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김진식 교수에게 기자가 지금보다 훨씬 뒤인 10년, 20년, 30년 후에도 “Cur tam diu vis esse in vita?” (그토록 오랜 세월 어찌 늘 현역이고자 하십니까?)라고 되물을 수 있도록 건강히 지내시라라는 말과 정암학당을 통해 번역된 책들이 꾸준히 독자들의 손에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낯선 100여 명의 그리스, 로마의 문학이나 역사, 철학자들의 활동과 그와 관련된 서적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주들을 꼼꼼히 읽어 나가면   『투스쿨룸 대화』,  『라일리우스 우정론』  등 반가운 책들의 내용들이 여기저기에서 언급이 되고 있어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당시 관직명과 재직 기간 등에 대한 언급들과 전쟁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미루어, 개인적 수필집을 넘어 시대적 배경을 읽을 수 있는 종합서라고 볼 수 있지 않을지하는 의견 하나. 

그리고 천지 사방으로 과도하게 뻗는 것을 막는 농부들의 기술(키케로의 『최고선악론』 V 14, 39), 헤시오도스의 『일들과 날들』에서 볼 수 있는 농업론 등에 대한 언급들. 특히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방법들이 구체적인 용어(p.126-128)로 기술하고 있어 노년에 접어들면서 농업이 주는 즐거움(p.77-78)과 자연 친화적 소재들은 로마의 고대 시인 호라티우스가 꿈꾸던 이상 세계의 면모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여운을 남겨 본다.

김진식 교수가 김남우라는 필명으로 출간된 번역서와 집필한 서양 고전들 20여권의 일부 이다. 특히 2019년에 집필한 라틴어 교재 파블라도테트는 온라인 언어 강좌와 함께 3천부 이상 팔렸다
▲ 김진식 교수가 김남우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번역서들과 집필한 서양 고전들 20여권의 일부다.  특히 2019년에 집필한 라틴어 교재  『파블라도케트』는 언어 강좌와 함께 3천부 이상 팔렸다.

 

한편 김진식 교수(정암학당 책임연구원)는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 협동 과정에서 희랍 서정시를, 독일 마인츠에서는 박사과정으로 로마 서정시를 공부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호라티우스 서정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정암학당에서 연구 책임자로 키케로 연구 번역을 맡아왔으며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세와 외대에서 희랍문학과 로마문학, 희랍어와 라티움어를 가르쳐 왔다. 저서로는   『가난과 은둔의 현자 호라티우스』, 번역서로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1, 2』,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 『시학』, 『소박함의 지혜』, 프리드리히 니체의 『비극의 탄생』, 베르너 예거의 『파이데이아 1』, 키케로의 『투스쿨룸 대화』와   『라일리우스 우정론』, , 에라스무스의 『투격언집』 ,   『우신예찬』,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 공동번역서로는 헤르만 프랭켈의 『초기 희랍의 문학과 철학 1, 2』, 브루노 스넬의 스넬의 『정신의 발견』, 『몸젠의 로마사 1-6』, 『설득의 정치』 등이 있다.  

▲정암학당 연구원들에 의해 번역 출간된 키케로 전집과 플라톤 전집

 

정암학당 연구원들과 김 교수가 소속된 한국서양고전학회는 1986년 4월 설립돼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 전반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이해의 증진에 목적이 있으며, 정기 및 비정기 학술발표회 개최, 학술잡지와 서적의 간행을 주요 사업내용으로 한다. 매년 2회에 걸쳐 학술 발표가 있고, 학술지 <서양고전학연구> 매년 4회, 국제학술지는 2회 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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