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시신경이 마비되고 혈관도 막혀 실명한 오른쪽 눈(안구)이 자꾸 수축되면서 함몰되어가고 있습니다. 몇 년 진행되니 얼굴 형태가 틀어지고 눈꺼풀도 위아래가 자꾸 붙어 짓무르는 위험이 높아집니다.
안과 선생님이 빨리 결심하고 안구 적출 수술을 받으라고 권했습니다. 그 자리에 의안을 넣어서 형태를 유지하는 길이 좋다고...
그런데 전에 안구적출한 분이 너무 통증이 심해 죽을 지경이었다고 말해서 두려움도 크고 비용도 걱정이 되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손에 박힌 가시도 오래 달고 살면 괴로운데 이 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국립암센터 진료를 다녀온 후 아무래도 곧 안과 병원을 다시 방문하고 진행을 해야겠습니다. 당사자인 아내가 결심을 해가는 중이고 제 책을 읽고 페이스북 친구 되어주신분이 비용을 좀 보태주셔서 용기를 내보려고 합니다.
무거운 마음을 못 이기면 또 어느 정도 시간을 끌지도 모르지만 아주 회피는 못할 거 같습니다. 마음의 응원을 좀 부탁합니다. 잘 될거라고, 많이 안아플거라고...
(정작 본인보다 남들이 눈을 마주치면 불편해하여서... 색이 짙게 들어간 안경을 맞추었지요. 꽃으로 시선을 돌려도 저는 자꾸 사진속 아내의 오른쪽 눈을 몰래 힐끗 보게 됩니다.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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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