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믿음으로 가는 길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입니다
#16. 믿음으로 가는 길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입니다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8.11.1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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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에 우리를 죽이시는 하나님

 

두려움과 슬픔을 넘어, 죽음을 지나 하나님께로 가는 길
▲두려움과 슬픔을 넘어, 죽음을 지나 하나님께로 가는 길

 

믿음의 길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입니다 

아내가 아파서 돌보다가 새벽 2시를 넘어 꼬박 뒤척이며 온갖 생각과 감정의 풍랑을 겪었습니다. 시달리고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서러움도 북받쳐 눈시울은 뜨겁고 가슴은 미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튀어나왔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죽이시려고 하나보다, 정말 하나님이 계신 거 맞나?’ 그런데... 농담이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평온하고 진지하게 내속에서 들려 온 답은 맞다!’ 였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태를 거쳐 거지로 만들기를 작정하신 거 같습니다. 그것도 성경에서 복을 받는다고 약속한 가난한 사람 정도가 아니고 아예 아무것도 없는 완전 무일푼 빈털터리 떨거지로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란 그래도 조금은 있는 정도의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거지란 말 그대로 텅 비어서 자존심이나 초라함, 심지어 패배감조차 바늘만큼도 없는 완벽한 없음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도 동시에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미워서 멀리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님을, 오히려 나를 불쌍히 여겨서 가까이하려고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믿음의 길은 더하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줄로 알고 삼십년 넘도록 교회생활, 믿음생활을 애쓰고 노력해왔습니다. 우리는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자기가 가진 많은 것을 내어놓고 거기에 재능이나 성과를 더해서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라는 발표를 해드리면 그것이 가장 모범적이고 훌륭한 신앙이라고 말입니다. 믿음의 등급도 풍부한 감정과 높은 지식에 점점 배움을 더하고 경험도 더해서 고상해지면 더 자랑스러운 신앙인이 되고 그것이 곧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새벽에 나를 뒤덮은 음성에 따르면 내가 알던 그 공식은 틀렸습니다. 믿음은 끝없이 빼기를 해나가는 길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건강해지고 승승장구 성공하는 것을 하나님이 주시는 믿음의 복이라고 말하지만 하나님은 정반대의 입장과 바람을 가지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기껏 피조물인 인간이 자기 것이라고 내놓으며 (은근히 생색내는) 재산, 시간, 재능 따위 바탕위에 하나님이 나머지를 완성 시키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어떻게 천지를 만들고 전능한 하나님의 이름이나 역사에 걸맞겠습니까? 어쩌면 많은 신앙사역들이 하나님은 부재하는 그냥 사람들끼리 자축하는 퍼포먼스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소중하다고, 그래야한다고 서로 기념비처럼 수용할지라도.

믿음으로 가는 길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라는 사실과 함께, 정말로 아끼고 사랑스러운 자녀를 가까이 불러서 같이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으시면 더 보태서 살찌우는 게 아니라 하나 둘, 마침내 몽땅 빼기를 한다고 보입니다. 죽음을 통과하는 정도로 고통스럽게 비우고 깎아내고 먼지보다 작게 만들고 나서야 기적을 만드는 파트너로, 복음을 전하는 배달부로, 또 메시지를 전하는 자로 사용합니다. 그렇게 안하는 사람들이 보인 반응에 질리셔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사람들 사이에 존경을 받는다는 신앙인들 중에서도 조금 가진 것을 내놓으면 자기 자랑이 되고, 뭔가를 이루면 은근히 자기 공로로 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라는 말을 사족처럼 붙인다 해도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싹튼 공치사가 불쑥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튀어 나옵니다.

하나님은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으셨는지도 모릅니다. 더 보기 싫은 건 그런 신자들은 뭔가 잘 안되고 어려움에 부딪히면 자기능력 부족이고, 자기가 실수해서라고 고민하고 좌절하는 겁니다. 졸지에 하나님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뒷방 늙은이나 장식품 취급이 되어 버립니다. 그게 얼마나 민망한 상황이 되는지 눈치도 없이. 그러니 힘 좀 있다고 설치는 신자는 구약, 신약 구분 없이 하나님은 싫어하셨고 멀리 해버렸습니다.

돌아보니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하나님을 알게 되고 교회를 다니면서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걸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그리곤 으쓱했었고 자부심으로 삼았습니다. 도움을 줄망정 도움을 받지는 않는 걸 무슨 자존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무식하고 건방지게 거절했던 손길들 중에는 하나님의 마음이 포함된 도움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꼴랑 내가 가진 푼돈이나 알량한 지식, 선행으로 하나님을 돕는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참 기가 막힌 미운 짓이었습니다. 그걸 보며 하나님도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요?

정작 하나님은 자신의 일을 할 때 그런 슈퍼파워 동역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사도바울을 보면 알고 사도요한을 뺀 나머지제자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 순교자를 만든 것을 보면 압니다. 바울은 매 맞고 헐벗고 산 넘고 물 건너며 고생고생 하다가 결국은 실패자로 비난받으며 들판의 짐승먹이로 죽었습니다. 성공이나 자랑은 고사하고 날마다 죽노라, 가장 낮은 자리를 기꺼이 감수하노라 고백으로 삶으로 걸어간 과정을 그가 남긴 편지들을 보면 압니다.

제자들도 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자들도 생생 나는 최신형 전투기로 하늘을 날지 않았고,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걸 타고 바다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기갑부대나 날쌘 말을 탄 기마병도 아니고 두 발로 타박타박 뛰면서 전쟁터로 나가는 말단 보병에 가까웠습니다. 창칼이나 자동소총은 고사하고 한 벌 옷에 돈 가방도 없는 빈 몸으로. 그러나 하나님은 그 제자들을 어떤 유능하고 건강하고 부유한 재력가보다 귀한 동역자로 삼았습니다. 하나님의 큰 자랑으로!

 

더하기 믿음 버리기

저도 아내가 아픈 후로 그 못된 더하기 믿음을 버려야 했습니다. 간신히 조막돌만한 재산도 아내 병원비로 바람에 털리는 겨처럼 날려버리고 거지가 되어 더 이상 폼 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외면하지 못해서 저를 죽이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꼴랑 자존심을 접고 남의 돈 몇 푼도 안 받으면 길에 나가앉고 치료 못 받아 죽도록 만드셨습니다.

굳은 목과 허리를 강제로 굽혀 두 손 모아 남의 돈을 받게 만드셨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완전히 죽여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감사합니다! 소리를 나오게 만드셨습니다. 그 덕분에 내 마음의 문을 열고 편하게 남들의 친절함을 경험하며 감사하는 복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남은 게 있었습니다. 보호자인 내 건강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이걸로 버텨보지 뭐, 그랬습니다. 하나님은 그것도 눈에 거슬렸나 봅니다. 아주 죽이시려고 작정하셨는지 510년을 버틴 제 건강에 온통 빨간불이 들어오게 하셨습니다. 여기저기 삐거덕거리게 하시며 오늘 내일 못 넘길지 모를 불안한 징조들이 난무합니다.

이것까지도 다 죽이고 밟으셔야 우리 인생 우리 목숨에 생기는 어떤 일들에 하나님의 이름이 확실히 빛이 날겁니다. 순전히 하나님이 하셨고 다 죽어가는 걸 살리신 걸로. 나나 아내는 찍소리도 못하고 자랑 한마디도 어디다 붙이지 못 할 겁니다. 성경에서 말한 아무도 자랑치 못하게 하려함이라를 이루시겠지요.

당연히 이 하나님의 죽이기는 좋은 보너스를 동반합니다. 아예 내 힘을 포기할 정도로 죽었다가 살아나면 온갖 고민도 부담도 동시에 사라질 겁니다. 이미 죽은 거, 기왕 죽은 거 우리 힘 밖의 일인데 포기하고 사는 거지요. 내 힘 범위 안에 있으면 여전히 끙끙 매면서 내가 가진 것으로 살아내려고 안간 힘을 쓸테니... 안 그러고 사는 게 얼마나 속 편한지는 이제 조금은 압니다. 예전 경험을 미루어보면. 죽어가면서 감사를 드려야 할까요? 아직은 잘 안 되지만...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린도후서 2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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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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