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욥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 (전편)
#18. 욥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 (전편)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8.11.19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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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커 쾨더의 작품 '욥'
▲지커 쾨더의 작품 '욥'

 

'욥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전편)'

 

1. 죄 없이도 상실하고 무너지고 고통당하는 욥과 함께

욥은 의로운 사람이었다(짐작이 아니고 성서에 분명하게 못 박았다, 욥 1:1, 8) 그런 욥이 졸지에 강도에게 털리고 폭탄 맞듯 싹쓸이로 망했다. 잘하면 상 받고 잘못하면 벌 받는 세상기준으로는 이해도 안 되고 그야말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불행이었다. 그러니 억울하고 그러니 슬프고 그러니 고통스러웠다.

처음에 재산을 상실할 때는 가볍게 수용하고, 다음 자식들을 잃을 때는 비통하지만 그래도 수용했다. 그러나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병으로 두드려 맞았을 때는 살아오던 큰 기준이 맥없이 무너지는 큰 혼란이 왔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죄를 지으면 벌이 온다더니... 아니었다. 그러니 기도를 해도 원망이요, 말을 해도 원망이 나왔다. 침묵을 해도 골난 얼굴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욥이 입을 열어 이르되 내가 난 날이 멸망하였더라면, 사내아이를 배었다 하던 그 밤도 그러하였더라면, - 욥기 32-3]

어느 날 느닷없는 중한 질병이 우리 가정에 들어와 아내를 덮쳤다. 그 뒤 연쇄반응처럼 재산은 날아가고 자녀들은 흩어지고 삶은 꽁꽁 묶였다. 필연적으로 중한 질병은 가난을 부르고 가정을 깨고 심신을 망친다. 혹은 순서를 바꾸어 가난이 질병을 부르고 가족을 흩어 가정을 망치기도 한다. 그 비슷한 일들을 겪는 모든 사람들이 깊어지는 단계에서 절망한다. 욥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 지경이면 터지는 비명...

[내게 무슨 기력이 있어서 더 견뎌 내겠으며, 얼마나 더 살겠다고, 더 버텨 내겠는가? 내 기력이 돌의 기력이라도 되느냐? 내 몸이 놋쇠라도 되느냐? 나를 도와줄 이도 없지 않으냐? 도움을 구하러 갈 곳도 없지 않으냐? - 욥기 68,9]

가진 걸 다 내주고 찢어진 가족살이를 하면서도 견뎠지만 이제 마지막 딱 하나 남은 것, 병든 아내를 돌볼 보호자인 내 건강마저 쑥밭이 되었다. 무엇으로 이 상황을 더 꾸려나가며 살라고? 차라리 죽여서 데려가시지... 내 입에서도 욥의 비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천 년의 시간도 건너고, 저 먼 중동에서 여기로 공간도 넘어 들려오는 욥의 절규. 어쩌면 나의 비명과 토씨하나 안 틀린다. 그냥 읽어도 될 신음과 기도가 겹치고 있었다.

[내가 바로 그렇게 여러 달을 허탈 속에 보냈다. 괴로운 밤은 꼬리를 물고 이어 갔다. 눕기만 하면, 언제 깰까, 언제 날이 샐까 마음 졸이며, 새벽까지 내내 뒤척거렸구나. - 욥기 73,4]

 

욥의 세친구 - 사람은 사라진 자기 의
▲욥의 세친구 - 사람은 사라진 자기 의

 

2. 망한 것도 서러운데 길 잃고 죽고 싶은 욥과 함께

욥의 친구들은 집요하게 욥을 몰아세웠다. 무엇이든지 기억해내고, 설사 기억 못할지라도 회개하라고. 하나님이 공연히 벌주고 상주는 분이 아니니 분명 죄의 결과라며 다그쳤다. 어찌 욥의 친구만 그럴까? 세상이 다 그런 기준을 가지고 돌아가고 심지어 욥조차도 이 일들이 생기기전에는 그 바탕위에 의롭게 살았으니. 잘못하지 않기 위하여 생활도 신앙도 반듯하게 살았고 결국 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의인에게 들이닥친 불행과 고난들은 삶의 기준을 흔들었다. 이유는? ? 그럼 앞으로는 무엇을 기준으로 살라고? 나도 그러고 살았는데 어쩌라고...

[누가 내 소망을 이루어 줄까? 하나님이 내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면, 하나님이 나를 부수시고, 손을 들어 나를 깨뜨려 주시면, 그것이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고, 이렇게 무자비한 고통 속에서도 그것이 오히려 내게 기쁨이 될 것이다. 나는 거룩하신 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았다 - 욥기 6]

잘못을 찾아내고 회개하면 하나님이 다시 집도 주고, 재산도, 자식도 주고, 이전처럼 회복하여 노년에 잘살 것이라고 압박하는 친구에게 욥이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거룩하신 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았다!’ 라고. 그리고 차라리 하나님이 나를 부수시고 깨트려주면 위로가 되고 기쁠 것이다!’. 나는 공감한다. 그 지독한 마음의 고통 육신의 고단함에 시달리면서도 차마 스스로 죽지 못하는 계약에 걸려 버티는데 알아서 죽여주시면 감사할 심정이.

이미 모든 것은 망하고 남은 것은 병든 몸과 좌절한 심정뿐 그럼에도 버틸 만큼의 기력이 붙어있어 엔딩 테이프를 끊기까지 가려했다. 아직도 가야할 거리가 제법 남았는데 위기가 왔다. 질병 후유증 증상들이 오르내리면서 추락하는 아내는 자꾸 분노와 좌절을 눈물로 나타내고 그 기울어지는 몸을 받치던 나마저 온몸의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눈앞이 뿌옇다가 팔다리가 저리고 갑자기 사방 벽이 좁아진다.

누우면 바닥으로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고 다시 일어나려면 무게가 천근같다. 큰 수도관이 터진 듯 슬픔이 훅! 속에서 올라오면 목구멍에서 눈물을 토할지 모른다는 기분이 든다. ‘죽고 싶다그런 내 앞에서 욥이 먼저 말을 던졌다. 아니다, 말이 아닌 비명이다.

[차라리 숨이라도 막혀 버리면 좋겠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살아 있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나는 이제 사는 것이 지겹습니다.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제발, 나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십시오. 내 나날이 허무할 따름입니다. - 욥기 7]

이 고통의 기도는 욥만 드린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이 잔을 내게서 물려주시옵소서피땀을 흘리며 괴로움으로 순종한 예수님도 그랬다. 피 흘리며 십자가 위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죽음의 과정을 통과할 때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나님이여 ,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라고 절규하셨다. 누구인들 죽음 직전의 고통에서 자유로울까?

 

-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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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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