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를 들어가면서
출애굽기를 들어가면서
  • 김준수 목사
  • 승인 2018.12.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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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BIBLESTORY Institute/Academy 원장
▲김준수 카리스바이블 원장

 

❙출애굽기에 들어가면서

출애굽기는 오경의 두 번째 책으로 창세기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이 책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시고, 피조 세계를 그의 뜻에 따라 다스리시는 분이시며, 인간에게 복을 주시고 구원을 베푸시는 분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이것을 보여주려고 하셨으며 그 중심에 하나님께 선택을 받아 반응하는 이스라엘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이스라엘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족장들에게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약속은 가나안이 아니라 엉뚱하게 이집트에서 성취된다. 그러나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억압과 혼돈의 세상인 이집트가 아니라 하나님이 그들의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가나안이다.

축복의 땅으로 가기 위해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극적으로 빠져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시내 산에 당도한 그들은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삶의 기준과 규범인 율법을 받고 하나님을 섬기는 예법을 배운다. 출애굽기에는 구원, 율법, 예배에 대한 주제들이 진하게 녹아 있다.

언약 백성을 구원하시고 그들과 함께 하시려는 하나님의 임재는 이스라엘의 반응과 결부되어 곳곳에서 신앙의 긴장과 갈등이 나타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민족으로서의 이스라엘은 역사 속에서 차츰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출애굽기 서문

-지구상에서 가장 독특한 민족인 이스라엘의 출현...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에서 많은 세월의 흐름을 직감하다.

출애굽기는 역사 속에서 이제 갓 태어난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고대 세계의 최강국인 이집트의 손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워낙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기에, 얼핏 보면 출애굽의 내용이 이 책의 전부인 양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탈출한 사건은 12장까지만 기록되어 있다. 13장부터 40장까지는 출애굽 이후의 사건과 내용들을 다루므로 오히려 독자들은 이 책의 나머지 부분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인내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독자들은 이 책이 ‘이스라엘’이라는 지구상의 한 독특한 민족이 여호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해 나가는지에 신학적인 역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창세기를 읽고 난 후 곧바로 출애굽기의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두 책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 애굽을 다스리더니”(출 1:8)란 표현에서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 많은 세월 소소한 일들이 일어났겠지만 성경은 그러한 것들을 애써 기록하지 않고 있다. 성경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구원사에서 굵직한 일들만을 다루고 있다. 성경은 세월을 훌쩍 뛰어 야곱의 아들들이 이집트에 이주한 지 수백 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창세기에서 출애굽기로 넘어오는 그 사이 70명에 불과한 야곱의 아들들은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것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나님의 약속대로였다. 이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세울 것이다.

독자들은 세계 역사의 무대 전면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스라엘을 보면서 어느 샌가 이스라엘이 낯선 존재가 아닌 친숙함과 연대 의식을 가지며, 이스라엘의 가는 길에 진심어린 축복과 격려의 마음을 보내게 된다.

 

❙출애굽기의 명칭

-출애굽기는 창세기 이야기를 잇는 “그리고 이름들은 이러하다”라는 뜻...
-‘엑소더스’는 ‘탈출’이나 ‘떠남’을 의미

우리말 ‘출애굽기’는 이 책의 정확한 명칭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독교가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명칭인 ‘출애굽기’는 이 책의 19:1에 표현된 ‘떠남’이란 헬라어 엑소도스(영어로 Exodus)에 매료된 알렉산드리아 70인역과 라틴역인 불가타(Vulgata) 성경의 제목에서 유래하였다.

70인역이 출애굽기 19:1의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을 떠난 지 3개월이 되던 날”의 ‘떠난’이란 단어에 착안, 모세의 두 번째 책을 우리 말 ‘출애굽기’를 의미하는 ‘Exodus Aigyptou’(Exodus from Egypt)라고 명명한 것은 기발하다. 거룩한 성경의 번역가들이 현대판 광고 카피라이터 같은 감수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격앙된 설교자들이 ‘엑소도스’를 ‘길에서 떠나다’라는 말로 오인, 설교를 할 때 죄악된 삶으로부터의 전환, 혹은 억압과 공포로부터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설교를 듣는 이들에게 회개할 것을 촉구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런 설교는 좀 억지이지만 청중이 은혜롭다고 하니 어쩌랴.

헬라어 발음인 ‘엑소도스’는 라틴어 번역을 거쳐 영어로 번역되면서 ‘Exodus’가 되었다. 신약 성경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죽으시어 이 땅을 떠나신다는 ‘별세’를 표현할 때와 베드로가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말할 때, 그리고 믿음을 강조하는 히브리서 11장에서 요셉이 임종 시에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를 떠날 것을 말할 때 이 단어를 사용했다(눅 9:31; 벧후 1:15; 히 11:22).

따라서 ‘엑소더스’라 함은 그 자체로 ‘탈출’이나 ‘떠남’을 의미한다. 우리말 성경이 이를 ‘애굽으로부터의 탈출’이란 뜻을 지닌 출애굽기라고 한 것은 난센스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붙인 제목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의 제대로 된 제목은 좀 싱겁기는 하지만 히브리 성경 1:1의 첫 단어들인 ‘베엘레 쉬모트’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름들은 이러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그리고’가 암시하듯 토라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의 내러티브를 계속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 율법, 예배에 관한 책...
-‘엑소더스’를 아무 데나 무분별하게 갖다 붙여 쓰는 세상 풍조

창세기 46:8의 문구를 그대로 반복하는 ‘이름들은’이란 말이 암시하듯 이 책은 야곱에게서 태어난 12지파의 유장한 이야기를 기술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이렇듯 출애굽기는 야곱과 그 아들들의 이주로부터 시작해(1:1-7) 이스라엘 민족이 박해를 받고 애굽으로부터의 극적인 탈출과(1:8-18:27),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성민으로 선택하시는 시내 산의 언약 체결과 율법 수여(19-24장), 하나님을 어떻게 예배하는지를 계시하는 성막 건립(25-40장)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이렇게 귀중한 영적 정보와 가치들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출애굽기의 중심에 있는 말이 바로 ‘엑소더스’이다.

‘엑소더스’는 워낙 널리 알려진 말이라 기독교가 아닌 일반 세상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변형되어 쓰이고 있다. 영화 · 소설 · 음반 · 록 밴드는 물론 심지어는 가상 애니메이션, 주식시장에서 패닉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의 무차별적인 투매현상, 그리고 현실 도피 공동체의 가치체계인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독교인들이 볼 때는 유감스럽지만 대량 소비문화와 감성적 허무주의가 판을 치는 세태가 그러하니 어쩌랴.

어쨌거나 이 단어의 이미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어떤 부자유한 질곡의 장소에서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대탈출’을 연상하게 한다.

독재 국가나 전쟁 중인 국가, 기아와 폭력으로 살기 어려운 국가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대단위의 사람들이 걸어서 국경을 넘거나 배를 타고 먼 바다를 향해 떠나는 현상을 흔히 ‘엑소더스’라고 부르는 것은 저 옛날 구약성경의 출애굽 사건을 시사화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남북한이 하나로 합쳐지는 통일이 국민적 염원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이 일시에 남한 쪽으로 내려올 것을 우려해 미리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출애굽기―그 구원의 놀라운 이야기
-하나님은 허구의 세계가 아닌 인간 삶의 실제현장에 뛰어드셨다.

오늘날 마구잡이로 갖다 붙여 쓰는 ‘엑소더스’는 무질서, 공포, 허무 등 부정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분명히 알아둘 것은 ‘엑소더스’란 원래 의미는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행하신 놀라운 구원의 이야기(story)이다. 
그것은 역사를 주도해 나가시는 하나님과 그의 구원의 대상인 이스라엘이라는 존재를 빼놓고서는 도저히 생각해볼 수 없는 개념이다.

하나님은 허구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삶의 현장에 뛰어드셨다. 사실 기독교인들에게 역사의 현장에 가장 격렬한 방법으로 뛰어드신 하나님의 행동을 출애굽의 현장에서만큼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나님은 신음하고 고통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들과 몸을 비비며, 그들의 땀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들으며,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쳐 주시는 분이시다. 그들은 자유를 누리고 구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며 축복의 삶을 살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렇게 인류를 대표하는 사람이 곧 야곱의 열두 아들들로 상징되는 이스라엘 민족이다.

 

김준수, 『모세오경: 구약신학의 저수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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