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법, 잘 몰라서 겪은 아픔
#1. 사랑법, 잘 몰라서 겪은 아픔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8.07.01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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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통을 주고 얻은 많은 감사들

 

ⓒ김재식·안정숙 부부의 사랑 이야기
ⓒ김재식·안정숙 부부의 사랑 이야기

“내가 잘 해줄게! 나만 믿어!”

정말 진심이었습니다. 아내와 연애시절을 마치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잘해줄 각오를 단단히 했고, 어떻게 잘해줄지 방법도 여러 가지 구상을 다 해놓았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예상을 벗어난 반응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답답하고 밉기까지 했습니다.

“나만 따라오라니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나 못 믿어?”

“왜 말을 안 들어? 그런 식으로 할 거야? 답답해서 못살겠다!”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믿던 내가 아주 나빠질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습니다. 결혼 전 30년은 스스로 착한 기준을 세우고 무엇이 사랑의 방식인지 혼자 단정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 기준과 방식이 다른 사람은 상대하지 않으려 피하며 살았습니다. 돌아보니 그 시절은 문 닫는 연습을 하며 산 세월이었고 결혼한 뒤로 20년은 그 연습을 실습하며 산 세월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사랑하는 아내와 보석 같은 딸에게...

그러는 동안 아내도 망가져가고 있었고, 그 사이 태어난 아이들도 상처가 나고 멍이 들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눈을 뜨고 다시 보니 그건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육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먹이고 입히고 훈련시키는 단지 사육. 그러는 동안 대놓고 반발도 하기 힘든, 어디 틀린 곳은 없는데 목을 조르는 차가운 합리적 올가미에 아내는 주눅 들고 있었습니다. 점점 저절로 나오는 미소는 줄고 지적당하지 않아서 안도하는 한숨이 늘어만 갔습니다. 아이들도 말은 맞는데 뭔지 신나지 않는 창살에 갇힌 느낌을 가지며 커가고 있었습니다.

그걸 알기 시작한 것은 아내가 철퍼덕! 희귀난치병 중병이 들고 나서였습니다. “나 때문에? 속병이 쌓여서?...”  많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동물은 사육만으로도 병이 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하면 병이 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누군가 한 말, 수천 날 중에 단 하루만 살 기회를 준다면 선택하겠다던 ‘오늘’, 바로 그 귀한 ‘오늘’들이 그렇게 가슴 아프게 늘 지나갔던 것입니다. 일 년을 흐르는 강물에도 같은 장소에 같은 물은 두 번은 오지 않습니다. 하물며 사람들의 생명으로 흘러가는 하루란 얼마나 더 귀한데 그걸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죄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었습니다. 사랑, 미안하다는 말로 다시 시작할 수가 있다는 것을 그 나중까지 한참동안 까맣게 몰랐습니다. 좀 더 빨리 회복하고 제자리를 잡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걸, 그걸 아는 데 꼬박 50년이 걸렸습니다. 그것도 목숨이 위태롭게 절벽에 몰려서야 간신히. 어쩌면 알면서도 알량한 남편, 아버지라는 자존심 때문에 모른 척 강퍅하게 고집부리며 버틴 것은 아니었을까요?

“나는 그저 이해해주고 들어주기를 바랐을 뿐이야, 뭘 해결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고...”

아내와 딸의 그 말을 살면서 참 여러 번 들었지만 흘려보냈습니다. 도무지 그게 무슨 도움이 되고 한가한 말이냐고 무시했습니다. 아내가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어느 날 그랬습니다. 결혼한 20년 동안 살면서 마음 편히 행복한 날이 그리 많지 않았던 거 같다며 울먹거렸습니다. 늘 착하기만 하고 순종적이라고 자랑하며 철썩 같이 일방적 판단만 하던 내게 그 말은 청천벽력같은 반전이었습니다. 그것도 죽음 앞에서 하는 슬프고 심장이 미어지는 반전, 그 말은 쇠에 새긴 글자처럼 강하게 남았고 그 뒤로 오래도록 꿀꺽 삼키지도 못하고 입에 물고 살았습니다. 쓰디 쓴 한약처럼 조금씩 목으로 흘려 넘기면서 쓴 맛을 징하게 느껴야만 했습니다,

 

‘사랑’ - 놓아주고 들어주고 바라보아주는 것이 더 좋다는 걸 몰랐습니다.

억울하게도 나는 정말 내가 세운 사랑법이 완벽한 줄 알았습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한 문제는 내가 모두 짊어지고 내가 처리하는 대신 모른 채 편하게 지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늘 내가 판단해주는 대로 행동하고 대답하고 살라고. 그때는 정말 그게 지옥인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여자의 심성을 가진 아내와 딸에게는 더더욱. 폴 틸리히의 ‘사랑의 첫 번 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와 너무도 달랐습니다.

우리가 다 인정하는 성경의 사랑 편, 고린도전서 13장(현대인의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천사의 말을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놋쇠와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지식을 이해하고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준다고 해도 사랑이 없으면 그것이 나에게 아무 유익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하며... 잘난 체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버릇없이 행동하지 않고 이기적이거나 성내지 않으며...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딥니다.”

이 성경으로 재판받으면 아마 제게 이렇게 판결이 내려질 것입니다. “당신은 천사의 말을 하는 울리는 꽹과리에, 모든 지식을 이해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이. 많은 수고를 몸으로 떼우고도 아무 유익이 되지 못하고, 친절하지 못하고 잘난 체하며 이기적으로 성내며 믿지도 바라지도 않고 견디지 못한 사람입니다!” 라고...

우리는 종종 너무 완벽하거나 자기를 중심으로 사랑을 그려봅니다. 그래서 때론 그 완벽함이 많은 불행한 갈등을 부르기도 합니다. 사랑의 기준이 낮아지면 더 많은 이들이 사랑을 쉽게 나눌지 모릅니다. 울타리가 낮아지면 더 많은 아이들과 동물이 넘나들며 놀 듯 말입니다. 너무 까다롭고 높은 기준들은 종종 우리를 숨 막히게 합니다. 사랑이라며 욕심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성공, 부자, 인기, 재능, 만남, 심지어 외모에 까지 미칩니다. 조금만 낮아지면, 조금만 낮추어서 봐주면 많은 게 달라집니다. 상대가 훨씬 괜찮은 사람으로, 온갖 이유로 미워지지 않고 말입니다. 행복의 기준이 낮아지면 훨씬 더 자주 행복해지는 법처럼.

그러면 사랑하는 사이에서 영화 ‘이보다 좋을 순 없다’에서 말한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요!’ 하는 고백을 할지 모릅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생활 속의 기적이 일어나고 행복이 넘쳐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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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식 작가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위즈덤하우스, 2013)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로 살아 있는 지금 시간이 기적임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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