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학 목사] 내가 영어로 설교를 하다니...
[김상학 목사] 내가 영어로 설교를 하다니...
  • 김상학 목사
  • 승인 2019.04.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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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일기 2. 설교 준비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시에라리온 현지인 사역자가 영어설교를 현지어로 통역했다.
▲시에라리온 현지인 사역자가 영어설교를 현지어로 통역했다.

내가 처음 영어를 접했던 것은 다섯 살쯤이었던 같다. 중학교에 다니던 삼촌이 “I am a boy.”를 말하게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학창시절에 영어는 내게 흥미로운 과목이었고 다른 과목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 언제 써먹을지 모르는 영어를 나름 열심히 했다.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에 하지 않아도 괜찮을, 원서 번역 과제를 밤샘하면서 번역하여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벙어리, 귀머거리 영어였다. 정작 외국인과 부딪히면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했다.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영어를 공부해야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거주하는 안산에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가 참 많다. 대부분 동남아에서 시집 온 신부이거나 남자 근로자들이다. 그들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우리말 시험에 합격해야 한단다. 하지만 그들의 우리말은 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서툴다. 그러나 영어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영어로는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대부분 자국어가 있지만 자국어보다는 영어를 중시하여 영어를 국가 언어의 기반으로 삼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대부분 고학력자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런 기반에서 영어를 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특별히 영어에 대한 욕구가 없다면 공부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우리말만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를 하나 더 할 수 있다는 것은 뒤통수에 눈을 하나 더 다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세상을 넓게 두루 살필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된다는 뜻일 게다. 요즘에 와서야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관심을 갖지만 영어 정책에 관한한 후진국들의 정책에 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국어를 버리자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국가의 정책이 그렇다고 그 속에서 놀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나의 귀머거리, 벙어리 영어를 위해 뭔가 원칙을 세워야 했다. 첫째, 설교본문을 영어로 독서하고 주해할 것. 둘째, 신학서적을 가급적이면 원서와 함께 읽을 것. 셋째, 생활영어를 꾸준히 반복해서 듣고 말할 것. 넷째, 외국인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네고 복음을 전할 것. 다섯째, 틈나는 대로 영어설교원고를 작성해 볼 것. 여섯째, 서구의 설교자의 설교를 청취하고 쉐도우 스피킹(shadow speaking)에 도전할 것. 등등이다.

이렇게 영어와 씨름하다가 영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시에라리온에 가게 되었다. 내가 영어를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이때를 위함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두어 달을 영어에 집중했다. 생활영어, 여행영어, 그리고 다섯 편의 설교원고,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해서 말하고 듣기를 반복했다.

시에라리온을 가기 위해 많은 준비가 있어야 했다. 항공권 예매부터 시작하여 호텔예약, 건강검진, 공문발송, 현수막 제작, 총회로부터 약품수령, 설립예배 순서지, 임명장까지 그리고 나중에는 회계 업무까지 모두가 내가 해야 할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두어 달의 시간동안 틈틈이 준비하면 될 일들이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일 년 동안 해야 할 영어공부를 두 달 동안 다 했던 것 같다. 마치 벼락치기 시험공부 하는 것처럼 했던 것이다. 시에라리온에 가기 전 한 주간을 꼼짝하지 못하고 아파서 누워있어야 했는데 아마도 영어와 씨름하다가 과로했던 것이 황열 예방주사 합병증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

그렇게 준비하여 시에라리온을 향했다. 나의 영어는 주로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부터 사용되었는데, 길을 물을 때, 환전 할 때, 환승을 위해 호텔에서 하루를 머무를 때 주로 사용되었다. 생각하고 말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소 편안해 졌다. 그들의 말을 못 알아 들었을 때에는 감으로 어림잡아 답하면서 소통하곤 했는데 가끔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딴 소리도 꽤나 자주 한 것 같다.

틈나는 대로 작성해 놓은 영어 설교 원고를 읽고 또 읽었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20번 이상 읽었던 것 같다. 작성할 때부터 쓰고 고치고 반복하면서 읽었고, 18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그리고 시에라리온 코노의 선교관 침대에서도, 설교 당일까지 읽고 또 읽었다.

함께 한 노회장도 이 사역을 위해 준비한 원고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거의 암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열심히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한밤중에도 침대에 웅크려 핸드폰 조명을 켜서 원고 위에 머리를 박고 영어를 읊조리곤 했다. 그러던 중, “설교준비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첫 설교는 벵가지 교회 설립예배에서 노회장이 마태복음 16장 17-19절 본문으로 “Church with heavenly keys”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나는 이어서 축사로서 교회 설립을 축하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주일에 노회장은 CEM 교회에서 동일한 본문으로 설교했고, 나는 벵가지 교회에서 마태복음 16:13-20을 “The church that built on the rock” 라는 제목으로 1) Who is Jesus? 2) What is the Church? 3) The Church on the rock 4) Give thanks. 설교했다. 그리고 월요일 CEM 유치원, 초등학교 조회를 참관하고, 교실마다 방문하면서 아이들을 격려했고, 교사들과의 좌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날 수요일, CEM 초등학교의 전교생 수요오전 예배가 있다. 장년 설교만 준비했기에 어린이 설교를 급조해야 했다. 다행히 이전에 우리 교회 어린이를 지도했던 어린이 영어 드라마 대본을 김 선교사에게 보낸 것이 있었기에 그것을 가지고 스토리텔링 스타일의 설교원고를 만들어 가지고 올라갔다. 감사한 것은 통역하는 선생님이 나의 원고를 잘 숙지하고 아이들의 언어로 기막히게 전했던 것 같다. 탐바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점심식사 후에 족구 전수, 그리고 이어서 두 교회의 목회자들과 “누가복음 9장 23절”의 제자도를 함께 나누는 좌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 “예레미야 29장 10-14절”을 “Plans to give you hope and a future”라는 주제로 “Call! Come! Pray!”를 강조하여 설교했다. 이것은 나의 암 투병 간증을 곁들인 설교로 극심한 어려움에 있는 시에라리온 성도들에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희망을 바라보게 한 설교이다.

이렇게 모든 설교사역이 끝났다. 이제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라 믿으며 시에라리온에서의 모든 사역을 마쳤다. 참 열심히 했다. 시간은 13일, 두 주간이 채 못 되는 시간이었지만 설교를 준비하는 시간부터 마치는 시간까지는 두 달이 넘는 시간이었다.

온 성도들이 언어의 은사를 놓고 기도했었는데 그 기도의 능력이 내 혀에 강력히 작용한 것이라 믿는다. 언어가 선교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온몸으로 체험한 선교여정이었다. 이제 우리 남전도회가 시에라리온을 향한 기도를 시작했다. 이제 다시 그때를 위하여 영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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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학 목사는 백석신학교와 백석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안산 성경제일교회를 개척하여 23년째 섬기고 있다. 목회 10년차에 안산전도학교를 설립하였고 미자립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안산시 복음화에 힘썼다. 목회 15년차, 교회 분열의 시련기를 거치면서 "암 발병과 함께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기도하던 중, 한국교회의 교회성장운동의 폐단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성경강해설교학(MA) 과정을 거쳐 현재 일반대학원 신약신학(Th.M)을 전공하며 후반기 목회의 사역에 기쁨으로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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