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작가] #32. 너는 밤낮으로 눈물을 강처럼 흘리라
[김재식 작가] #32. 너는 밤낮으로 눈물을 강처럼 흘리라
  • 김재식 작가
  • 승인 2019.04.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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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는 불행속 그때 그 말씀들 7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사연을 촬영하고 모금방송을 해주고 싶다고, 하루는 충주까지 내려가서 아이들과 인터뷰를 하고, 하루는 병원으로 와서 병실 재활 운동하는 모습, 교수님 인터뷰까지 찍었습니다. 그리곤 2009912일 저녁 6시에 방송이 나갔습니다.

 

막내 딸아이가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고 누추하게 사는 모습을 안 보이고 싶어 하는 아이라. 촬영 전날 밤까지도 완강히 반대하던 딸아이는 우리 사정을 자세히 아시는 담임선생님의 설득에 결국 힘들게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리포터로 동행하신 탤런트 견미리님을 병실에서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시켜도 잘 대답을 안 해서 애를 먹었어요."

 

참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밝은 얼굴이 되어서 그나마 좀 가벼워졌습니다. 나중에 방송 나갈 때 스튜디오에 나온 견미리님은 개인적으로 컨테이너에서 보일러도 없이 지내는 딸아이를 위한 큰 금액을 따로 기부해주셨습니다. 꼭 보일러 설치하고 수도도 수리해주라고,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병원 생활비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정말 요긴했고 고마웠습니다.

 

‘사랑의리퀘스트’ 제571회에 아내의 사연이 나갔습니다. 리포터로 탤런트 견미리님이 출연해주셨습니다.
▲‘사랑의리퀘스트’ 제571회에 아내의 사연이 나갔습니다. 리포터로 탤런트 견미리님이 출연해주셨습니다.

 

<사랑의 리퀘스트> 방송이 나가고 사흘 후, 수원의 한 재활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을 못 채우고 간수치가 너무 높아져 다시 삼성병원 응급실을 실려 갔다가 이번에는 용인의 한 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낮선 처녀를 껴안고 힘쓴(?) 응급상황

 

병실 바로 옆 침대에 37살 먹은 처녀가 3년째 누워 있었습니다. 뇌수술을 세 번이나 했는데 목에 호스를 꽂고 지내다가 최근 호스를 빼고 목을 봉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계속 먹을 때마다 숨이 막히고 가래가 쌓여 수시로 비상이 걸리는 걸 곁에서 보았습니다.

 

추석날 아침, 갑자기 간호사가 숨 넘어 가는 듯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바로 옆 침대의 그 처녀 환자가 숨이 막혀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 처자의 아버지와 간호사가 3명이 빙 둘러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엉겁결에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그 처자의 등 뒤에서 팔로 가슴 아래를 손깍지를 끼고 정말 온 힘을 다해 위쪽으로 몇 번을 세게 쓸어 올렸습니다.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처녀의 젖가슴 아래를 깍지를 끼고 위로 힘주며 쓸어 올린다는 게 참 민망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태가 워낙 심각했기에 아무 생각할 겨를 없이 반복해서 등 뒤에서 당겨 올리는데 억억거리다 다행히 입으로 음식물을 토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추석 음식을 먹이는데 채 내려가기도 전에 계속 넣어주는 바람에 식도에 쌓여 막혀버린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그리 간단한 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실감을 섬뜩하게 했습니다.

 

그 처자를 간호하는 아버지는 칠순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환자인 딸은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먹기만 하다 보니 몸무게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병원이라 목욕봉사 오는 팀도 없어서 그 아버지는 침대에서 딸의 옷을 벗긴 채 기저귀를 갈거나 몸을 씻겨주곤 했습니다. 제대로 커튼을 닫지 못해 커튼 사이로 민망한 장면을 보게 되는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대소변을 치우고 목욕시키고 밥 먹이다가도 수시로 이런 소리를 탄식조로 했습니다.

 

"야야, 차라리 죽어라,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다..."

 

칠순 넘은 자신이 떠나면 막내딸이 어떻게 될지가 큰 짐이었나 봅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내와 비슷한 시간을 살 수 있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것도 복으로 느껴야하는 상황이란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황에 예레미아애가 2장을 읽다가 기어이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슬프도다 주께서 어찌 그리 진노하사 딸 시온을 구름으로 덮으셨는가 (생략) 주께서 그의 초막을 동산처럼 헐어 버리시며... 이는 딸 내 백성이 패망하여 어린 자녀와 젖 먹는 아이들이 성읍 길거리에 기절함이로다"(예레미아애가 2)

하나님께 버림받고 적에게 능욕을 당하며 어미가 자식을 먹고 제사장들이 도륙을 당하는 참극 속에서 고통을 견디다 못한 그들이 딸 시온의 성벽에게 목 놓아 호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들어주기를 바라면서 무너진 성벽에게 외치는 절규의 기도는 질병을 향해 물러나 달라고 비는 내 심정과 많이 닮아서 더 서러웠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주를 향하여 부르짖기를 딸 시온의 성벽아 너는 밤낮으로 눈물을 강처럼 흘릴지어다 스스로 쉬지 말고 네 눈동자를 쉬게 하지 말지어다. 초저녁에 일어나 부르짖을지어다 네 마음을 주의 얼굴 앞에 물 쏟듯 할 지어다 각 길 어귀에서 주려 기진한 네 어린 자녀들의 생명을 위하여 주를 향하여 손을 들 지어다 하였도다"(예레미아애가 218~19)

 

정말 이루어질 것을 믿고 드리는 기도였을까요? 어쩌면 확신보다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신음의 기도였을지 모릅니다. 무너진 시온의 성벽처럼 무너진 가정과 불행한 운명이 몰고 오는 참담한 삶 앞에서 딸들의 고난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터지는 소리를 누가 막으며 어찌 조용히 살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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