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박영선의 다시보는 사사기
[북리뷰] 박영선의 다시보는 사사기
  • 박진기 기자
  • 승인 2019.05.02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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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참한 인생가운데 좌절하는 이들에게 부치는 이야기
▲ 박영선의 『다시보는 사사기』, 남포교회출판부, 2015

우리는 성경을 일컬어 기록된 말씀이라고 말한다.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한 권으로 구성된 성경은 구약과 신약을 따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따로 생각되어서도 안된다. 말 그대로 한 권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사사기는 구약과 신약의 관계에 있어서 이스라엘 역사의 비극적 시대를 증언한다. 또한 비극적 시대를 살아간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 배우도록 초청한다. 그것은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걸어가라는 것이다. 

이러한 걸음을 내딛는 인생들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의 방향성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보며 걷게되는 데,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며 하나님의 자녀 됨이라는 것이다. 저자 박영선은 목회현장에서 은퇴한 이후 지금까지 설교단에 서서 기록된 말씀인 성경을 열심히 강론하는 설교자이다. 동시에 목회자로서 그는 그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스스로가 인식하며 살아가야할 신앙의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있는 신앙의 선배이다.     

 

텍스트와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

성경에 있는 책이라면 충성이나 결단, 그로 인한 신앙적 업적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사사기에는 그런 내용이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사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이토록 당혹스러운 일이 실제 일어났다는 말인가 싶을 정도에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특징으로 박영선은 "사사기는 변명하거나 회개하지 않습니다. 사사기는 죄의 무서움을 사실로서 냉정하게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고 말하며 "인간이 무엇인지, 죄가 무엇인지, 현실이 무엇인지, 세상이 무엇인지", 성경보다 더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혹자는 성경을 통해 참 된 위로와 소망이 무엇인지 갈망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이는 성경을 통해 자서전적인 위인전과도 같은 예수의 위대한 업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어느 하나에 치우치도록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전자와 후자 모두 틀린 생각이 아닐 수 있으나 그것만 옳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 삶의 어찌 긍정만 있을 수 있겠나, 부정적인 요소도 있어야 살 맛나는 것 아니겠나 싶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전자와 후자를 포괄하여 '예수'라는 인물을 목적으로 하여 저술되고 있는 책이다. 

삶의 긍정과 부정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맞추어주고 있는 책인 것이 분명하다. 동시에 성경은 그리스도를 목적으로 하여 기록 된 이유가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끊임없이 말한다. 우리 자신을 죄로부터 건지기 위함인 것이다. 성경의 각 권이 그러한 요소가 저마다 있을 것이나 단연코 '하나님을 등지고', '하나님 없이 살려고 하는 오만한 모습' 등은 사사기에 가장 뚜렷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성경은 예수라는 텍스트를 담아내기 위해 '인생'이라는 컨텍스트 안에 여러 요소들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영선은 우리가 기대하며 담고자 하는 것들을 '컨텍스트'라 말한다. 또한 문학과 인문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해서 일궈야 하는 것들은 결국 성경 안에서 해결되는 문제들이라는 것을 증언한다. 인문학의 한계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규명하기 위한 탐구이나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영선이 소개하는 인문학의 특징이다. "인문학은 문제의 해법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문제의 발견과 인식에 대단히 유용하다." 반면에 문학은 어떠한가? 문학은 인간 정신의 진지함을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래 문학이란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의 현실을 이상과 환상을 동원하여 낭만적으로 그려낸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문학 역시 그 자체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해결해야 할 문제, 담아야 할 텍스트

인류시초 우리가 떠 안고 있는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본질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담과 하와의 때로부터 시작 된 하나님과의 단절된 관계의 문제는 우리의 노력과 힘이 아닌 하나님의 신실하심으로 말미암는 언약으로 인해 회복 됨으로 나아가게 된다. 역사라는 가치 속에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정체성이 '제사장 나라'되는 것이었다는 것은 이스라엘을 편애하시는 하나님이 아닌 이스라엘 밖을 구성하는 '이방인'된 우리에게까지 구원의 통로가 열려 있었음을 암시하는 일이다. 

박영선이 본 책을 통해 끊임없이 지적하는 것이 있다면 사사기에 기록 된 이스라엘의 실패는 단순히 조롱받아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걸어가야 할 주제들이 사사기에 적나라하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사사기를 구성하는 내용의 상당 수가 던지는 화두는 비참한 인생들이 담으려고 했던 '컨텍스트'들이다.

사사가 한 두명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사사기를 생각할 때, 모두가 입을모아 말하는 주제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자기 소견대로 행하였더라'는 것이다. 사사가 왕의 역할을 해 줄을 기대했던 이스라엘이었음에도 철저하게 실패했으며 역사는 계속 반복되더라는 것이 사사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신학적 주제이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이스라엘의 실책은 여전히 자기소견대로 행하더라는 것이다. 

장황하게 기록 된 책의 내용을 통해 저자 박영선이 정리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스라엘에 왕이 없던 것이 아니라는 점'과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자유와 선택'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도구일 뿐, 남용되어질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사기에 기록 된 몇몇 사사들이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은 말 그대로 그 모습이 내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영웅처럼 떠받들 수 있고 혹은 떠받드는 삼손과 기드온의 모습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적인 모습은 권력과 이성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권력과 이성에서 자유할 수는 없다. 인간 본연적으로 갖고 태어난 본능이 이성에 대한 욕망이며 권력을 쟁취하여 남을 짓밟고자 하는 것이지 않은가. 만약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며 나는 자유하노라고 답할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적나라한 모습이 아닌 은밀한 모습으로서 내면안에 자라나는 욕망이 다른 모습으로서 퍼치고 있는 것임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갈무리하며: 하나님이 못 담을 자리는 없다.

사사기가 보여주는 예시는 어느 면에 서서 보더라도 우리 인간 본연의 문제가 된다. 결코 자유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방의 풍습을 좇는 실수는 결코 우연히 발생된 것이 아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부단이도 힘쓰는 우리의 노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제 아무리 노력할지라도 '언약'이라는 것 위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자유할 수 없다. 오히려 하나님은 언약을 통해 인간의 인생이 끊임없이 실패할지라도 꿋꿋이 그 길을 걸어가라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함께해주시기 때문에 걸어가게 되는 것이며 이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통찰해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본래 인생은 '밥 벌이의 지겨움'이다는 김훈의 말은 많은 이로 하여금 '밥 벌이'가 지겨운 것임을 널리 알렸다. 문학이란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의 현실을 이상과 환상을 동원하여 낭만적으로 그려낸 것에 불과하다고 앞 전에 말한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인생은 문학의 한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텍스트가 무엇인지 담아낼 때 결코 '밥 벌이의 지겨움'으로 인해 좌절하도록 가만 냅두지 않는 하나님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스라엘의 실패가 있었기에 우리는 실패하지 말 것을 깨달아 알도록 자꾸만 우리의 추욱 쳐진 어깨를 부추기는 보이지 않는 그 손을 의지하도록 한다. 

박영선의 『다시보는 사사기』는 필자로 하여금 사사기 안에 담긴 인생은 우리가 걸어가며 담아 내는 '컨텍스트'가 결코 헛 된 것이 아님을 알도록 해주었다. 다만 컨텍스트들은 여럿이 모여 텍스트를 담아내야 하는 것임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개인의 인격을 일컬어 '인생'이라 비유할 때, 우리의 인생은 '예수'라는 텍스트를 담아내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박영선의 지론이다.

이제 이러한 그의 지론은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지론이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는 말따위를 하려 함이 아니다. 내 옆에 넘어지는 사람의 아픔으로 인해 우리가 함께 성숙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던 '밥 벌이의 지겨움'은 '밥 벌이'를 하기 위한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인생들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그들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됨으로서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박영선의 말처럼 하나님이 못 담을 자리가 없다는 것은 우리의 자리가 아무런 가치와 목적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하나님이 부어주실 텍스트를 담아내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기적인 세상에서 흘러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것들은 흩어져버릴 '컨텍스트'들의 불과하다. 그렇기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컨텍스트'들은 '예수'라는 텍스트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담아내기 위한 것들이다.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마주하며 부딪힘으로써 오늘도 우리는 깎이고 깎이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나님의 자녀 된 정체성을 인식하며 살게 된다. 사사시대 이스라엘이 잃어버렸던 '제사장 나라'라는 정체성은 본래 존재하고 있던 왕이 하나님이심을 알게함과 동시에 비극적 시대를 통해 얻는 귀한 가르침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이 주는 인생의 고결함이다. 비참한 인생 가운데 좌절하는 이에게 본 책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는 신앙의 선배가 후배에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본 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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