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노회 직후 서울동남노회 사태에 대한 단상
수습노회 직후 서울동남노회 사태에 대한 단상
  • 이신성 목사(광주직동교회)
  • 승인 2019.07.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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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성 목사(광주 직동교회)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이신성 목사(광주 직동교회)

 

1. 대마불사(大馬不死)?

바둑 격언으로 알려진 사자성어 중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대마, 즉 몸집이 큰 행마는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바둑을 잘 두지도 못하며,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필자가 생각해도, 대마가 죽으면 그 바둑판은 지는 것이므로 대마를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보면 대마를 살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것 저것 내어주게 되어 그 바둑판 역시 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마불사라는 말이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신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IMF 때 무너졌고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재벌기업은 죽지 않는다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고 온 국민이 심각한 고통을 경험하는 가운데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는지 상기해야 한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지난 날의 실패를 교훈삼아서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특별히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려는 사람, 조직은 더욱 그런 면이 강하다.

 

2. 서울동남노회 문제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현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130여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였다. 총회 헌법으로 금지한 세습을 감행한 대형교회 때문이다. 1938년 신사참배 결의를 한 것과 비교될 정도로 교단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래서 지난 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합법이라고 판결한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15명의 재판국원을 모두 교체하며 재심을 결의하였다.

하지만 총회 임원회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힘들게 선출한 서울동남노회 임원들을 인정하지 않고 사고노회로 규정하여, 수습전권위원회가 소집한 수습노회에서 오늘(2019년 7월 25일) 새로운 임원들을 선출하였다.

이번 일을 보면서 필자는 총회 임원회와 노회원들이 대마불사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마를 살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교단 총회 헌법에 금지한 행위를 자행한 교회를 치리하기는커녕 법과 원칙을 강조한 사람들을 배제하고선, 노회 규칙과 총회 재판국의 판결로 인해서 노회장으로 승계해야 할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끝까지 세우지 않은 그 모든 일에 대해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대마를 죽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부터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대마가 죽지 않았다고 자만하거나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우리 교단 총회에 대한 이미지는 바닥에 떨어졌고,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비판의 대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살았다고 하지만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동남노회 세습과 그 이후의 일들, 그리고 특히 오늘의 사태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의 교회에서 신앙고백으로 사용하는 ‘사도신경’에서 “본디오 빌라도”를 예수님 십자가 사건의 원흉으로 언급하는 것처럼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교회 몰락의 주범과 공범으로 계속 언급되며 하나님과 역사 앞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

 

3. 그리스도교(기독교)의 태생적 한계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공생애 당시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막 8:34).

우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을 믿는다. 예수님은 그 당시 로마 황제나, 로마 총독이나, 유대교의 기득권과 싸워 이기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생당하셨다.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놓친다.

적지 않은 교회와 성도들이 이 땅의 현실 정치에서, 실제 목회 현장에서 “승리”를 외치지만, 사실 우리 그리스도교는,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말하는 승리가 아니라 먼저 “십자가”를 외쳐야 한다. 죽음을 경험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그 길을 열어놓으셨고 그 길로 나아오라고, 예수님을 그렇게 따라야만 예수님의 제자라고 못박으셨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교(기독교)의 태생적 한계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세상과, 맘몬과 싸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거나 승전보를 듣기 쉽지 않다. 일단 우리는 십자가에 달려 죽어야 할 존재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 땅에서 하나님을 믿는다, 예수님을 믿는다 하지만 사실 현실 고통을 이겨내고, 불의와 불법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아니 예수님처럼 희생당하기 일쑤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의 희망으로

그렇다고 우리가 낙심하고 절망해야 할까? 아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예수님을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게 하셨다.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땅에서 우리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며 따를 수 있다.

오늘은 서울동남노회에서 정의를 외치며 법과 원칙을 요구한 사람들이 십자가에 달려 죽은 날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언젠가 다시 살아나게 하시고 이 땅에 세워주실 것이다. 이러한 부활의 희망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마음을 다잡고 주님 가신 그 길로 다시 나아가길 소망한다.

 

5. 불의와 악한 계획을 꾸민 사람들에 대한 정의로운 하나님의 심판을 기대하며

사실 우리가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하나님에게 맡겨야 한다. 서울동남노회와 총회 임원회, 총회 재판국, 수습전권위원회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면 이제는 다 접어야 한다.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맡겨야 한다.

에스겔서 11장에서 하나님은 예루살렘 동향한 문에 있던 25명의 사람들이 “불의를 품고” “악한 꾀를 꾸미는 자”들이라고 지목하신다(겔 11:2).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말, “이 성읍은 가마가 되고 우리는 고기가 된다”(겔 11:3)는 말을 인용하신다.

결국 하나님은 그들의 계획과 완전히 반대로 행하시겠다고 선포하신다. “이 성읍은 너희 가마가 되지 아니하고 너희는 그 가운데에 고기가 되지 아니할지라”(겔 11:11).

세습을 감행하고 불법을 합법화하며 그 모든 일을 무마하려고 노력하며, 노회와 총회를 가마로 삼고 자신들이 고기가 되려고 했던 불의하고 악한 사람들에 대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성경은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오늘 이 말씀을 불의하고 악한 꾀를 꾸미는 자들은 엄중히 경청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2년 동안 세습을 기획하고 감행하고 적극 협조하고 지지하고 옹호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방문을 기대한다. 그래서 그들의 불의로 실추되고 훼손된 하나님의 정의가 명예롭게 회복되기를 꿈꾼다.

이제 우리가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 할 때다.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이 임하기를, 그래서 그들이 무엇을 잘못하였고, 그 불의와 악행의 결과가 어떠한 지를 똑똑히 경험하고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깨닫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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