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세상을 잇는 다리: 삶과 사역
성경과 세상을 잇는 다리: 삶과 사역
  • 이진섭 교수
  • 승인 2018.07.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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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삶과 사역으로 세상과 진정 만날 때, 말씀은 꽃으로 피어 열매를 맺는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2011년 7월 존 스토트 목사님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안타깝고 슬퍼하며 그분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을 떠올렸었다. 1992년 영국으로 유학 가서 All Souls Church에 출석할 때 목사님께서 설교하시던 모습, 설교 전에 강대상 뒤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시던 모습, 런던연구소(LICC, The London Institute for Contemporary Christianity)에 방문했을 때 ‘형제여’(brother!)라고 부르시며 다정하게 반겨주시던 모습, 필자가 London Bible College에 재학하던 시절 그곳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시던 모습 등이 영화의 장면들처럼 지나갔다. 그 후 여러 해가 또 지났다. 그분을 생각하면 그분께서 지니셨던 날카로운 지성과 온화한 품성이 함께 떠올라 마음에 부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두 가지 듣기(double listening)

그분의 책과 생각, 여러 가지가 귀하다. 그분이 말한 ‘두 가지 듣기’(double listening)란 표현은 그런 귀한 생각 중 하나이다. 이 표현은 현대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하나님의 말씀’(the Word of God)을 들어야 할 뿐 아니라 또한 ‘오늘날의 세상’(today’s world)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말씀’(Word)과 ‘세상’(world)을 연결하려면 양쪽 모두를 잘 알아야 하고 자연히 양쪽 모두에 대해 겸손하게 듣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은 세상이 추구하는 바를 따라가라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날 세상에 바르게 실현되려면 세상까지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의 Word와 world가 철자와 발음에 유사성을 가진 점에 착안하여(유일한 차이는 ‘l’이란 철자와 ‘l’ 발음 뿐이다.), 이중 듣기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강조한 말이다.

 

성경과 세상을 잇기

마땅한 말이다.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과 사역자에게 꼭 필요한 생각이다. 성경만을 강조해 세상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세상만 알아서 성경이 말하는 대답을 몰라서도 안 된다. 우리는 어느 한쪽 극단에 빠져서는 안 된다. 성경이 실현되어야 할 자리가 세상이고, 하나님께서 세상에 성경을 주셨기 때문이다. ‘두 가지 듣기’라는 말은 ‘두 가지 연구’(double researching), ‘두 가지 앎’(double knowing), ‘두 가지 만남’(double encountering)이란 말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제대로 들으려면 연구해야 하고, 제대로 연구하면 바르게 알게 되며(바울은 디모데후서 3장에서 이와 유사한 ‘두 가지 앎’을 디모데에게 말하고 있다.), 바르게 알게 되면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말씀의 하나님을 만날 뿐 아니라 세상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

우리가 두 세계 앞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바라시고 원하시는 세계이고, 또 하나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세계이다. 하나님이 바라시는 세계는 성경에 나타나고, 현실 세계는 우리 앞에 실제 놓여있다. 성경의 세계와 세상 현실의 세계이다. 물론 이 말은 성경 안의 역사에 세상 이야기가 없다는 뜻도 아니고, 성경과 세상을 이원론으로 본다는 뜻도 아니다.오히려 철저하게 일원론을 말하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바라신 바가 현실의 우리 세상에 철저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이게 실현되려면, 두 세계 곧 성경과 세상을 잘 알아야 한다. 말씀을 듣고, 세상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가지 듣기와 앎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길이다.

 

두 세계를 잇는 다리: 삶과 사역

이 두 세계는 어떻게 연결되고, 두 가지 듣기와 두 가지 앎은 어떻게 만나게 될까? 그 연결과 만남의 자리는 어디일까? 필자는 이 모든 답에 ‘삶과 사역’이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성경이 세상과 연결되는 자리가 ‘삶과 사역’이고, 성경과 세상에 대한 듣기와 앎이 ‘삶과 사역’에서 만난다.

성경은 연구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말씀을 듣는 일에서 멈추면 안 된다. 말씀이 실현되어야 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실현되어야 할 자리가 우리의 삶이다. 말씀이 실현되어야 할 자리는 21세기 한국의 현실이다. 학교 폭력과 학원의 비인격화가 난무한 자리이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의 현실, 경제민주화와 통일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 노령화 사회와 노년 빈곤이 코앞에 있는 바로 그 현실이다. IT와 SNS가 구석구석을 뒤덮는 그런 자리이다. 교회가 타락하고 무기력해진 바로 그런 현실이다. 성경은 이런 현실에 마땅한 말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 교훈을 듣고 말씀이 실현되는 구체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학생, 교사, 부모, 직장인, 자영업자, 사업가, 정치가, 행정가 할 것 없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두 그 답을 찾고 실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은 이 땅에서 삶으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이 삶이 실현되려면 사역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삶과 사역은 함께 간다. 진리의 말씀이 사역으로 나타나야 한다. 삶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모습을 말한다면, 사역은 그 부딪힘을 체계적이고 온전하게 실현하려는 모습이다. 사역은 성경의 교훈이 삶에 온전히 실현되도록 돕는 체계적인 노력이자 행동이다. 이는 목회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교회 공동체를 전문적으로 돕는 일이 목회라면, 사역은 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사역은 삶의 현장에서 진리의 말씀이 체계적으로 실현되도록 돕는 일이다. 우리 앞에는 다양한 사역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 노년 사회, 빈곤과 복지, 과학과 종교, 가나안 성도와 무신론의 도전, 교회의 타락과 세속화, 신학의 왜곡과 빈곤 등, 감당해야 할 사역 영역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

이런 현실의 어려움과 다양한 문제는 한 사람이 모두 풀 수 없다. 다 경험하고 다 말할 수도 없다. 다 알고 모든 대안을 다 쉽게 제시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현실에서 승리하는 길을 늘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내 앞의 문제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리에서, 나와 가까이 엮인 공동체와 사회의 현실에서, 주님의 뜻을 실현하는 길로 나아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주님께서 이끄시고, 마련하시고, 제공하시며, 실현하라 하시는 영역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한다. 나아갈 방향은 삶과 사역의 길이다. 성경만 연구하고 마는 것은 21세기의 가현설적 사고이다. 성경이 삶과 사역으로 세상과 진정 만날 때, 21세기의 가현설은 사라질 것이다. 두 가지 듣기는 ‘삶과 사역’의 자리에서 만나 꽃을 피워야 한다. 열매를 맺어야 한다. 주님은 이 길과 이 자리를 기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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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섭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성경삶사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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