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 이야기] 2. 여성 목사 안수 허용의 문제
[한국교회사 이야기] 2. 여성 목사 안수 허용의 문제
  • 홍인표 목사
  • 승인 2019.09.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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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신학으로서의 교회사
홍인표 목사(백석대 역사신학 Ph.D)는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정리해 최근 『여성과 한국교회』(CLC, 2019. 5)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홍인표 목사(백석대 역사신학 Ph.D)는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정리해 최근 『여성과 한국교회』(CLC, 2019. 5)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지난 시간에 말씀 드린 일반 역사로서의 교회사는 일반 대학교에서의 연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신학으로서의 교회사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역사신학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역사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렇게 정의해 봅니다. 역사신학이란 역사의 발자취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는 학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학문적 정의가 아닙니다. 역사신학을 학문적으로 정의하려면 조직신학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조직신학은 성경을 연구하여 신앙의 이론적인 체계를 세우는 학문입니다. 역사신학 또한 그런 성격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역사신학은 신앙의 체계가 생성된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상황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쉬운 설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한국교회에서 한창 논의 중인 사건을 예로 들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의 뜨거운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용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여성 목사안수 유무는 마치 한국교회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시금석(試金石)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보수교단이라고 볼 수 있는 대한예수교 합동측과 고신측 그리고 합신측에서는 여성 목사안수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 장로회와 기독교 대한 감리회 등에서는 일찍부터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해왔습니다. 합동측과 고신측 그리고 합신측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경에서 여성 목사안수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기독교 장로회와 기독교 대한 감리회 등에서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경에 여성 목사안수를 허락한다고 말씀하기 때문일까요? 제 생각에는 그 보다는 성경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금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여성 목사안수를 허용하는 교단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참 학위논문을 쓸 때 여성목사안수를 허용하는 모교단의 헌법위원장 목사님을 찾아뵙고 대화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이 그 교단의 여성 목사 안수 허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사님으로부터 재미있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난 개인적으로 여성 목사 안수 반대야. 하지만 아무리 성경을 읽어봐도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어. 그래서 여성 목사안수를 찬성하게 되었어.”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자 목사님은 결국 여성 목사안수 허용으로 교단 법을 바꾸는데 앞장을 서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도 여성 목사안수를 반대할 근거를 성경에서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교단의 신학자 분들은 성경에서 여성 목사안수 반대 근거를 찾아 열심히 언급함으로써 여성 목사안수는 비성경적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성경의 일부를 취사(取捨)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에 자세히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성 목사안수 허용 유무가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시금석이 된 사건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34년 함경북도 성진 중앙교회 담임목사인 김춘배 목사님이 기독신보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여자는 조용하여라. 여자는 가르치지 말라고 한 것은 2천 년 전 한 지방교회의 교훈과 풍습이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닙니다.”

이 글은 김춘배 목사님이 1934년 조선예수교장로회 함남노회 산하 22개 교회 여성 교역자들이 여성 장로직허용을 요구했을 때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쓴 글이었습니다. 사실 당시 한국교회 구성원 대다수가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직과 장로직은 오직 남성들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감리교단은 1930년 여성 목사 안수가 허용되었으나 한국인 여성 목사안수가 이루어진 것은 1955년입니다. 그렇지만 장로교단 여성교역자들이 이에 도전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사도바울의 여자는 잠잠하라.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 한국교회에서 여성 목사안수 및 장로장립을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김춘배 목사님의 주장에 대해 당시 장로교단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한 마디로 김춘배를 목사직에서 파면하라였습니다.

당시 박형룡 목사님을 비롯한 장로교 총회 연구위원회는 김춘배 목사님을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성경 파괴자라고 단죄함으로써 그를 목사 직무로부터 해임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로인해 김춘배 목사님은 급히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고 사과를 표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박형룡 목사님의 견해는 과연 성경에 근거한 것일까요? 그는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습니다.

솔선범죄에 대한 형벌로써 여필종부(女必從夫)의 명령이 내려졌으니 교회 일에서도 그러해 야 한다(3:16). · · · 창조의 질서에서 여자는 종()이 되기 위해 남자보다 연약한 성질을 갖고 났다가 후에 솔선(率先) 범죄한 것이요. 또한 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의 벌 받음은 그의 성질상 지도능력의 결핍을 암시한다. · · · 하나님께서 논죄하실 때에 그 죄의 차이에 따라서 먼저 악마에게, 다음에 여인에게, 마지막에 남자에게 형벌을 선고하셨다. 그런즉 여성은 신청(信聽)함에 빨라서 쉽게 속는 약점이 있으므로 공중(公衆) 의 사표(師表)가 되기에 적당하지 않다.

박형룡 목사님의 주장은 물론 성경에 근거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장로교회가 그의 성경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대하여는 고민해 보아야합니다. 박형룡 목사님이 당시 한국 장로교 신학의 중심인물이었습니다. 그로인해 그의 주장은 한국교회의 여성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는 박형룡 목사님의 이와 같은 성경해석이 객관성이 담보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창조의 질서에서 여자는 종()이 되기 위해 남자보다 연약한 성질을 갖고 났다가 후에 솔선(率先) 범죄한 것이요라는 주장과 여성은 신청(信聽)함에 빨라서 쉽게 속는 약점이 있으므로 공중(公衆)의 사표가 되기에 적당하지 않다라는 주장은 성경이 아닌 조선왕조의 사회 이념이었던 유교에서의 여성인식에 가깝습니다.

예컨대 18세기 진보적 실학자였던 정약용조차 여성에 대하여 가부장적인 이해를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여성의 성품과 취미가 편벽되고 좁으며 질투심이 강하고 사나우므로 남편이 어리석음을 달래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박형룡 목사님을 비롯한 당시 장로교 총회연구위원회가 표면적으로는 성경을 해석을 통한 여성 이해를 표명한 것 같지만, 그 해석 방법은 유교적 세계관에 의한 선()인식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형룡 목사님은 1930년대 한국교회 최고의 조직신학자였습니다. 조직신학자인 박형룡 목사님이 성경을 근거로 여성에 대한 신학을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조직신학의 역할은 이처럼 성경을 근거로 신앙의 체계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신학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제가 박형룡 목사님의 여성에 대한 성경해석을 둘러싼 배경을 언급한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역사신학자는 이와 같이 조직신학자가 체계화한 신학을 역사, 사회, 문화적으로 비추어봄으로써 타당성을 가립니다.

저는 박형룡 목사님의 여성에 대한 신학을 비판하였습니다. 그것은 그의 성경해석이 사실 유교적 인식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신학은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학문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앞으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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