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근옥이다" 고답적 힘의 논리, 무분별한 이단 정죄 비판
"내가 임근옥이다" 고답적 힘의 논리, 무분별한 이단 정죄 비판
  • 윤지숙 기자
  • 승인 2019.10.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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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2017년 예장 합신 제102회 총회로부터 퀴어성서주석 번역 발간 및 동성애와 동성혼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이단”, 예장 고신에서는 ‘이단성 심각’, 예장합동은 ‘참여 금지’로 규정됐다. 다음해인 2018년 통합과 백석 총회로부터 각각 “이단성이 높다”, “이단” 결정이 추가됐다.

 

각 교단들의 ‘동성애 혐오’ 코드는 2019년까지 이어져 지난 9월 예장 백석총회는 “동성애와 이슬람을 옹호한다.”는 이유로는 김대옥 교수를 “이단”으로, 예장 합동총회는 김근주 교수에 대해서는 “동성애·동성혼을 조장하고 비성경적 신학 강의를 한다는 이유”로 특강 금지 조치를 당했다. 

결국 이들은 한국교회 주요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된 신천지, JMS, 통일교, 하나님의교회 등과 같은 선상에서 경계대상이 됐다. 그러나 평소 이들을 지지했던 학생들과 목회자들은 SNS 상에서 “동성애·이슬람이라는 혐오 코드를 덧씌워 종교적 사형이나 마찬가지인 이단으로 규정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한편 오히려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격려의 댓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 신문인 《뉴스앤조이》 주최로 10월 11일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열린 <내가 임보라·김근주·김대옥이다> 공개 좌담회

인터넷 신문인 《뉴스앤조이》 주최로 10월 11일 저녁 7시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5층 청어람홀에서는 <내가 임보라·김근주·김대옥이다>라는 주제로 공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는 구권효 편집국장(뉴스앤조이)의 사회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와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구약학), 그리고 김대옥 교수(전 한동대 교목)가 패널로 참석했다.

 

◇정당한 절차나 소명 없이 허접하게 작성된 보고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저는 이단 3년차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보라 목사는 “얼마 전 2017년 6월 15일자로 발송된 합동 총회에서 보낸 우편물을 다시 보았다. 수신 ‘임보라 씨’ 이단사상으로 문제제기가 되었던 내용 일체, 발간 서적이나 설교, 음성, 비디오녹화, 신문 일체 등을 6월 23일까지 등기로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거는 조사하려고 하는 곳에서 수집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합신 교단으로부터 이단규정을 받은 이후에는 타 교단들은 ‘불러도 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사실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일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 목사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장로회 4개 교회(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향린교회)로 구성된 향린공동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교계에 다양한 토론과 논의없이 ‘이단’으로 마녀사냥 당할 이유는 없다며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반박했으나 받아들어지지 않았다."고.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근주 교수(구약학)

김근주 교수는 “고상한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깔꺼면 제대로 까던지, 무성의한 절차 속에 이런 결정을 해서 열 받기는 하다.”라고 운을 띄우며, “성소수자, 페미니즘 등 두려움에 질려 내가 합동에서 강의하는 게 두렵구나, 무섭구나라고 밖에 생각된 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합동은 허접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여성은 목사 안수도 주지 않지 않는가? ”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전 한동대 교목 김대옥 교수
▲전 한동대 교목 김대옥 교수

김대옥 교수는 “나는 시골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목사에 불과하다. 그런 나를 보수 교단들이 이단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하고 있다.”면서, “작년에 합신에서 나에 대해 조사를 한다는 것을 교계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백석에서의 이단 판정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 조사보고서를 봤는데, 황당하게 꼬맹이도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겠다 싶지만 일일이 반박한다는 것 자체도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떠한 조사가 이루어지던 그 과정을 사전에 개인에게 알리고,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되지 않는가? 규모가 있는 교단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교류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무모한 방식으로 이단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고답적 사고와 힘의 논리로 무분별한 이단 정죄

▲2017년 합신 교단으로부터 이단 규정을 받은 임보라 목사와 2019년 백석 교단에서 이단 규정된 김대옥 교수 그리고 전국구 겁나 교수님으로 학생들과 목회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김근주 교수가 합동 교단으로부터 강사 초청 금지 규정을 받자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항의를 하고, 좌담회 현장을 방문에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왜 이단이나 강사초청 금지가 됐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임보라 목사는 “제가 퀴어 신학의 창시자쯤 되서 새로운 성경해석을 내놓았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 서적을 집필했다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조사했다고 한 사람들이 퀴어 신학에 대해 원서 한권이라도 제대로 읽어 보았는지 궁금하다.”라며, “2017년 이단 정죄이후 각 교단은 더 연구를 하거나 조사해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채 합신의 자료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퀴어 성경주석은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된 퀴어비평에 입각해 성경을 재조명한 신학 서적이다. 퀴어 비평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 교계에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이단’으로 마녀사냥 당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단 정죄를 성서에서 든다면, 구약성서에 기록된 율법을 지키지 않는 교회는 전부 이단일 것이다. 예를 들면, ‘땅은 하나님의 것이니 사고팔지 말라’, ‘7년에 한번 빛을 탕감해주어라’,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안식일을 범한 자를 무리에서 끌어내 죽이라’ 등 수십, 수백 가지가 넘는다.”면서, “예수도 유대교의 눈으로 보면 이단 아니겠는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근주 교수는 “나는 통합에서 신학을 한 목사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교와 느헤미야에서 강의를 해왔고 자연스럽게 많은 목회자들을 만난다. 합동 총회에 소속된 목사들이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신대원을 졸업한지 5-6년 된 부교역자들 중에는 성경을 배우는데 대단히 열심 있는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이야말로 합동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20-30년 사이 사회와 현대신학은 많이 변화했다.  반면 20-30년 전에 신학을 마친 담임목사들은 공부하러 오는 일이 거의 없다. 담임목사가 공부하러 오는 경우는 개척교회거나 미자립교회일 경우다. 그런데 교단 총회에서 총대들이 옛날 것만을 고수하며 힘도 있는 담임목사이기 때문에 진지한 검토 없이 쪽수로 밀어 붙여 거침없이 힘을 휘둘러 이단 규정을 했다.”고 지적하며, “마음만 먹으면 몇 백 명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기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대옥 (Daeok Kim) 교수는  “설교에서도 한 두 단어를 언급했을 뿐 나는 동성애 대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독심술을 가지고 있나 싶을 정도로 내가 하지도 않은 말들을 보고서에 쓰고 있다.”면서, “신학적 맥락으로 보아도 교단 각자가 가지는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나의 개인적인 업적이나 사역, 교육에서의 역할을 무시한 채 교단의 힘을 이용해 가장 희생양 삼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내비쳤다.

이어 “잘 알려지지도 않은 시골 목사인 나에 대해 전혀 교류도 없는 합신 교단에, 그것도 포항과는 멀리 떨어진 서울과 경기노회 등 3개의 노회에서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갔다. 보통 문제가 있으면 겹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각각 다른 꼭지를 가지고 논의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더불어 “이는 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고 한동대가 자기의 과오를(소청심사에서 패소)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바랐던 사람들과 합신 교단 간의 어떠한 교감이 있는 것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성경 해석의 새로운 관점, 복음의 공공성

김근주 교수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로 성경을 배우겠다며 성소수자 몇분이 찾아왔다. 그때까지 동성애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입학을 하겠다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고,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질문들도 했으나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면서, “상담을 하고나서 성경이 달리 보이게 됐다. 2세기 교회는 새로운 사람(하나님의 백성 새 이스라엘)의 출현과 새로운 상황(이방인의 구원)의 출현으로 성경에 대한 해석도 바뀌게 됐다. 거기서부터 복음의 공공성이 생겨난 출발점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대옥 교수도 “한동대 교목으로 있으면서 성 정체성에 혼란을 갖고 있거나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하는 제자들을 상담하게 됐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도, 사회적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성경을 다시 읽게 됐다. 현대사회의 성적지향에 대해 성경 기자들은 모르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 0,5% 밖에 되지 않는 장로교가 한국에서는 그게 전부 소돔과 고모라가 망한 것은 동성애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나 시대착오적 발상인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은 동성애가 아니라 의인 10명이 없어서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근주 교수는 “동성애, 이슬람 등의 혐오코드와 여성과 장애인 차별 등 사회도 교회도 진보와 보수로 나눠져 갈등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가 그 위기의 원인을 직시하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무관심한 반면, 가상의 적을 세워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목소리를 낸다.”면서, “그러면서 교단들은 교권주의와 교조주의에 빠져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심판자 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통합은 명성교회에 관해 세습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총력을 기하다가, 닭 쫓던 개가 됐다. 세습한 김삼환 목사에게는 공개 발언권도 주면서 (목사 고시에 합격한) 두 명의 신학생들에게는 무지개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학생이 자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구제하지 않았다.”며, “통합 교단의 가증과 위선”임을 꼬집었다.

 

◇교단들의 오만과 독선을 보면서 회의감을 갖게 된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임보라 목사는 “혐오와 차별의 시선 때문에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교회를 떠났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일상으로 신앙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성정체성 때문에 그들이 하나님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단이 되었든 아니든 성소수자들을 돕기 위해 무지개교회 찾기 활동을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김대옥 교수는 “이제는 크리스천 청년이라고 하면 걱정이 된다. 오히려 교회를 안 나간다고 하면 안심이 되는 세상이 됐다. 고민과 질문이 많은 상황에서 떠나든지 남던지, 건강한 교회를 찾으라는 무책임한 답을 주게 된다.”면서, “그러나 작은 도서모임이라든지 정신과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화를 모색해 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근주 교수 “지금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된 목사를 쫓아내야지 우리가 나가면 안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목사들을 바꾸라. 교회는 목사들의 것이 아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것이고, 모든 성도들의 것이다. 떠돌아다니지 말고, 너무 가나안 교인이 안됐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대안을 찾기 전까지 우리 꺼다 하는 마음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교로부터 해임당하고, 재임용도 거부된 김대옥 교수를 응원하기 위해 포항에서 서울 까지 올라온 한동대 학생들
▲학교로부터 해임당하고, 재임용도 거부된 김대옥 교수를 응원하기 위해 참여한 한동대 졸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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