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 앞으로!!!
다시 사랑 앞으로!!!
  • 김병년 목사
  • 승인 2018.07.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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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년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김병년 목사 페이스북 갈무리​

 

다시 시작이다. 그 지루한 일상, 그러나 은혜가 붙어있다. 은혜로운 일상이 아니라 짐 지기 싫은 일상에 붙은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뜻은 처음 시작할 때는 진짜로 하기 싫어서 거부하고,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그러다가 투덜거리며 억지로 짐을 진다. 그것이 출발이다.

말로 투덜거리다가 걸음걸이가 비실이로 변한다. 투덜거림이 사라지고 결코 당당하지 않은 비실이가 된 마음은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고 위로라도 하면 ‘어어’하며 마지못해 끌려간다. 내속에서 나오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위로를 의식하며 마지못해 끌려간다. 더 시간이 지나면 자식들 때문에 걷는다. 고백하며 나는 히죽히죽 웃는다.

그렇게 지난 13년이 지나갔다. 2년 반을 요양원 아내를 두고 우리 가족은 쉼을 누렸다. 2년 동안 잘 쉬었다. 그리고 어제 요양원에서 아내를 집으로 데려왔다. 다시 집에서 간병한다. 가족들을 위해서 요양원에 환자를 맡기는 우선적인 이유가 있다.

중환자를 돌보는 일은 가족들의 쉼과 안식,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요소들이 다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3개월 동안 응급실을 4번이나 실려 가야 하는 아내를 보며 이제 신체적인 리듬이 많이 약해졌음을 깨닫는다.

‘의학적인 간병보다 가족들의 사랑 안에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간병’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요양원에서 최선을 다해도 미세한 변화에도 급하게 병원에 가야하는 아내의 신체적인 약함을 보며 그분들의 수고가 자신들을 비난하는 이유로 삼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도 같은 일을 반복하는 두려움이 있다. 반복이 두렵다. 지루하다. 언제까지. 나도 모른다. 그냥 수다 떨며 걸을 뿐이다. 이전보다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나도 자라고 아이들도 자랐다. 이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버겁지만 이제 돕는 장모님도 계신다. 간병인도 집으로 다시 오신다. 어떤 도움을 받아도 즐거움을 회복하는 일은 마음에 있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즐겁지 않는 이유는 뭘까? 원함이 약하기 때문? 잘 모르겠다.

아내로 인하여 시작한 커피를 마시려고 소개받은 <클라라 커피 &떡집>을 찾아갔다. 어제 양수리를 지나다가 들려서 커피 한 잔 하려고 했는데……. 문을 닫았다. 커피 한 잔 하지 못하는 서글픔이 몰려왔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이 아니라 하고 싶은 욕구를 거절당한 느낌이었다. 서글픔이 깊어서 거절감에 서러웠다. 조용히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었다.

저녁에 북한 강변을 따라서 노래들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소프라노 안나 네트로렙코 부르는 「솔베이지의 노래」(2008년 녹음)를 들으며. 너무 슬프지만 삶의 여정에 사랑 하나로 기다리는 삶. 그 사랑을 찾아서 돌아가고 죽음 앞에서 다시 만나는 삶. 너무 애잔하지요. 뭐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 노래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냄새를 너무 그리워하지 않을 만큼 가까운 자리에서 사랑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냄새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습니다.”(『아빠냄새』, 글 추경숙, 그림 김은혜, 책고래 아이들).

다시 사랑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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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드림교회 담임인 김병년 목사는 13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대신해 자녀 양육과 살림 그리고 목회를 병행하는 ‘엄빠’이다. 대학생 때 IVF를 만나 회심 한 후 15년간 IVF 간사로 섬기다 목회의 길에 들어섰다. 저서로는 『난 당신이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아빠는 왜 그렇게 살아?』, 『묵상과 일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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