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를 흉내내는 무모한 도전(4)
하나님나라를 흉내내는 무모한 도전(4)
  • 전택보 목사
  • 승인 2018.10.0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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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헌신과 성장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지난 몇 번의 글에서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흉내내는 방법으로 공동체성리더십의 균형과 분배를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세 번째 방법으로 자발적 헌신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나눠보겠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당위성에 얽매여 억지로 헌신하는 사람들이 이루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에 감격하여 사랑으로 역사하는 곳이며,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헌신하는 자들이 이루어가는 곳입니다.

밭에 감추인 보화를 발견한 사람에게 아무도 전 재산을 팔아서 그 밭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결단과 헌신에 의한 것입니다(마 13:44).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망대를 지으려는 자와 전쟁에 나가려는 임금의 비유를 사용하시면서 자신을 따르는 자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예상 없이(소유의 포기) 그 일을 감당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눅 14:25-35).

따라서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체가 축복과 저주에 얽매여 억지로 헌신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교회는 각 지체들이 어려움을 동반하는 헌신을 인지한 상태에서 스스로 선택하여 헌신하므로 성장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의 공동체가 되어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속한 세움교회는 새로운 가족이 등록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회의 소식을 듣고 찾아오거나 지나는 길에 교회에 방문해보는 사람들에게 등록을 권하기 보다는 간단한 안내만 전한 채 함께 예배하고 교제를 나눕니다. 교회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특별히 따로 구분하거나 불이익이 따르는 일은 거의 없고, 별반 다를 것 없는 한 식구처럼 지냅니다.

다만, 교회에 등록한다는 것은 그 공동체에 지체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은 이 교회가 내가 다닐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고, 공동체는 이 사람이 나의 지체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예배에 참석한지 한 해가 지나면 당회에서 그 분이 교회의 지체가 될 수 있을지 논의를 거쳐 교회의 정신과 방향을 담은 등록원서를 전달하며 등록을 권유하고, 개인은 등록원서에 적혀있는 교회의 정신과 방향에 동의한다는 것을 표하고 등록 원서를 제출합니다.

이 절차를 거치면 예배 후 온 교회 앞에서 등록한다는 광고를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한 후 간단한 파티를 합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등록은 교회의 공동체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임과 동시에 개인의 자발적 헌신의 기반이 조성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내가 선택한 나의 교회와 지체들과 함께 교회를 세워나가겠다는 결단이 이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또한 교회는 율법적이거나 외식적으로 무엇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벗어나, 기쁨 안에서 자발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구조로 구체적인 것들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세움교회에는 각종 헌금봉투가 없고, 주보에 헌금하신 분들의 명단을 적어 놓거나 읽어주지 않습니다.

예배당 뒤편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하얀 봉투가 있고, 헌금을 할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록하지 않은 채 봉투에 원하는 만큼의 헌금을 합니다. 헌금을 많이 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재정부에서조차도 이 헌금을 누가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각종 헌금봉투를 만들어서 제목별로 헌금을 하게하고, 헌금한 사람을 주보에 기록하거나 예배 시 부르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헌금이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그러나 교회의 목적은 재정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대신 교회의 재정은 매월 첫째 주에 지난달의 재정보고를 주보에 게시하여 공개함으로써 모든 성도가 교회의 재정상황과 필요를 알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재정보고를 보면, 교회의 상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되는 지체들이 스스로 형편에 맞게 헌금을 조금 더 하게 됩니다

또한 교회의 사역은 자원하는 봉사자가 존재하는 범위에서만 감당하려고 합니다. 연말이 되면 다음 해에 자신이 자원할 봉사의 분야를 스스로 결정합니다. 교회는 일정 양식의 봉사자원서를 지체들에게 나눠주고, 지체들은 봉사자원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를 기록하여 제출하면 당회가 조정을 하는 형식입니다.

물론, 봉사자원표를 나누기 전에 먼저 교회의 필요에 대해서 공감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교회의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봉사자가 없다면 그 필요를 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편이 자발성을 빼앗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고조시켜 헌신을 조장하거나 강요하는 형태의 봉사는 한 성도가 성장해가는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분야에서는 한 사람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함께 봉사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예를 들면, 세움교회는 매 주일 식사 준비를 함께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식사 준비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성도 가정에서는 매 주일 아침에 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식탁에서 나눌 반찬을 기쁨으로 준비합니다. 

보통 10가정 정도가 성도들과 식탁에서 나눌 반찬을 가정에서 준비해서 교회로 가져옵니다. 10가지 반찬이 놓인 주일 점심 식탁은 뷔페를 방불케 할 정도로 풍성함이 자리합니다. 미리 자원한 가정이 예배 30분전에 나와서 전기밥솥에 밥만 해 놓으면 되기 때문에 예배 시간에 식당에서 봉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식탁의 나눔은 효율적 측면도 고려가 되었지만 주된 목적은 식사의 준비와 나눔을 통해 공동체성을 높이려는 고려입니다. 성도의 가정에서는 주일 아침이 되면 예배당으로 출발하기 전 “오늘 우리 지체들을 위해서 어떤 음식을 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할 것을 기대하면서 즐겁게 반찬을 준비합니다. 단지 밥과 반찬을 먹는 것이 아니라 성도의 사랑을 먹고 친밀한 교제를 누리는 것입니다. 자발적 헌신을 원하는 것과 지체를 방임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발적 헌신을 지향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의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다.

자칫 아무런 제약 없는 편안한 교회가 되어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방임에 가깝습니다. 이런 교회는 교회를 쇼핑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교회는 단지 듣기 좋은 연설 같은 세련된 설교를 듣고 내게 필요한 적당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교회는 한 공동체의 지체가 되는 것이며, 그 속에는 여러 가지 헌신의 약속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 시작되어야 바른 동기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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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택보 목사는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세움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가평에서 대안교육, 농촌유학, 마을학교를 운여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복음 안에서 삶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이진섭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성경삶사역연구소)와 함께 성경사역연합의 사역위원으로 동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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